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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꿈샘 Mar 12. 2024

5. 명퇴 후, 가족의 리얼 반응!

나의 명퇴 소식에 가족과 동료 선생님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어요.  동료들은 축하한다고 인사를 했고 가족들은 아니었습니다. 


"엄마! 나 명퇴했어!"


명퇴 신청은 한 줄 알았지만, 설마 네 나이에 되겠냐며 엄마는 안심하고 있을 터였어요. 그런데 막상 명퇴 소식을 알리니 엄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어요.


".... 엄마가 차마 축하는 못해주겠다!"

"음... 알고 있어! 엄마. 걱.정.마!"


엄마는 솔직했고 나는 그게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아 서운해하지 않았습니다.


엄마에게 교사였던 막내딸은 그냥 자랑 그 자체였으니까요. 신규 발령이 나서 정장을 사러 간 날에도 엄마는 하지도 않아도 될 말을 하곤 했습니다. 


"우리 딸이 올해 초등 교사가 되었어요!"

"어머! 따님을 참 잘 키우셨네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뻘쭘하고 얼굴도 화끈거렸어요.


괜히 옷을 사고 나오는 길에 나는 엄마한테 버럭 화를 냈어요.


"사람들한테 얘기 쫌 하지 마!"


하지만 그때뿐이었어요. 미용실 사장님도, 내과 의사 선생님도, 심지어 우리 집 아래층 세탁소 사장님까지. 온 우주가 내가 교사라는 걸 알게 만드는 엄마의 극성에 나는 신규 3년을 보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내가 교사라는 걸 모르는 동네에서 살 수 있었어요.


돌이켜 보면, 그건 엄마의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그래서 젝 교권 침해로 힘들어할 때,  일부러 엄마의 전화를 피했어요.  다음 해에 티브이를 통해 교권 침해 기사가 자주 뜨자 한 번은 엄마가 물었습니다. 


"요즘 교사들 힘들다고 난리더라! 너도 그래?"


"응? 아니야! 괜찮아."



아직도 엄마는 왜 막내딸이 20년 명퇴 조건을 바로 채우자마자 학교를 서둘러 나왔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엄마랑 통화를 끝내고 또 누구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친오빠에게 톡을 보냈습니다. 


- 오빠, 나 명퇴했어!


그리고 이어지는 찐 남매 인증톡!


- 나 지금 회의 중이야!


그날의 회의는 이틀 동안 끝나지 않았는지 오빠한테 답톡이 오지 않았어요. 제가 서운하다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 왔는지 이틀 후 아주 늦은 저녁에 오빠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묻지도 않았는데 장염에 걸려 고생했다는 등의 사족이 한참이나 이어졌었습니다. 


가족 중 유일하게 명목상 축하를 건넨 사람은 남편이었는데 그건 제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여실히 본 사람이기 때문이라..  


명퇴 소식을 학교에 전하고 일주일이 지났을까요? 2년 교보위를 열어준 생활부장님이 찾아와서 교권보위원회 당일 일을 들려주었어요.


저의 최종 진술이 끝나고 교보위 심사를 하는 동안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셨는지 학부모 세 명 위원 모두가 강하게 해당 학생의 강제 전학에 동의했는데 문제는 관리자였다고 합니다.  "그냥 사회봉사로 합시다! "라는 관리자의 주장에 학부모 위원들이 술렁술렁했다고 합니다. 그때 생활부장님이 나서서 강하게 말했다고! 


"위원님들, 우리 교사 명은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고마운 사람도 많고, 그렇게 미운 사람도 있었던 교직 생활이었습니다. 


오늘도 통화한 엄마는 "엄마 말도 안 듣고 괜히 나와 니 고생이다!  근데 돈은 있나?"


라며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어요.


비록 엄마의 자랑스러운 막내딸은 올 2월 말로 끝났지만 스스로의 결정에 후회하지 않은 딸은 될 거라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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