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꿈샘 Mar 09. 2024

4. 학교 밖을 나와 보니!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다."


퇴직 관련 책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에잇! 뭐.. 그 정도겠어?"


그 구절을 읽으면 피식 웃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짧지만,


1월 말 명예퇴직 결정이 내려지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거예요.


지금은 학교 안도 전쟁터가 아니라 지옥일 때가 있다는 것과


그래서  학교 밖으로 나온 저는


학교 안에서 20년 동안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가르친 내용과 학교 밖 삶은 다르다는 걸 명백하게 알게 되었다는 거예요! (뭐, 지옥까지는 아직 아닙니다만)


20년 동안 아이들에게


친구를 존중해라

거짓말하지 마라

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


라고 가르쳤는데요.


학교 밖은 그 가르침과 달랐어요.


유튜브를 배워 보려고 기웃거린 카페에는


온종일 남의 유튜브를 베껴서 제작하고 최대한 자극적인 소재와 어그로로 사람의 시선을 끌어라고 난리였고


그래! 역시 돈은 소중한 거야!라는 마음으로 들어간 재테크방에서는


무자본 0이라며 꼬시지만 사실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 만원까지 하는 수업료를 지불해야 알려준다고 말해요.


일을 시작하려면 자기만의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에 퍼스널 마케팅 수업을 들었어요.


무료 강좌라 신청했는데 결국 강좌 끝에는 오늘 듣는 사람에게만 200만 원 수강료를 100만 원으로 컨설팅해 주겠다는 게 핵심이었어요.


사실 혹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금방이라도 새로운 삶을 멋지게 시작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기겠고,


명퇴해서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주변의 시선도 무시할 수 있겠고,


그러다가 문득,


이게 내가 원했던 퇴직 후 삶이야?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명퇴 후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하는 일, 그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것만 생각했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어요.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는 것이고, 그래서 어떤 마음으로 시작해야 하는지였어요.


그 마음은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요.


결국 제가 살면서 만들어진 저 자신이 선택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우직하게! 정직하게!"


그게 제 마음이에요.


왜냐하면 20년 넘게  우리 반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쳐 온 사람이니까요.


이게 아이러니하긴 한데요. 학교 안에 있을 때에는 책으로 세상의 속도를 알았더라면,


학교 밖으로 나와 보니 몸으로 세상의 속도를 체감하게 되었고 그 속도는 두 배 정도 빨라


충격도 컸어요.


그래서 그 변화의 꽁무니만 허겁지겁 쫓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고


어느 날은 내가 원하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 때도 있어요.


빠른 속도를 거스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 속도를 느끼면서 나답게는 살자! 고 다짐해 봅니다.


제가 이런 결심을 말하니 오랜 벗이 이렇게 말했어요.


"야! 너 돈 벌기는 글렀다! 애고!"


우린 그 말에 맞다며! 한바탕 웃었어요. 웃픈 현실을 느꼈어요.


그런데요.


아무도 모르잖아요!


이렇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 돈 벌기가 정말 글렀는지. 혹시 모르잖아요!


저는 지금 막 인생 2막을 열었을 뿐이니까요.


한 번 우직하게, 정직하게 제 길을 걸어가 보겠습니다.






이전 03화 3. 학교는 떠났지만 사람은 남았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