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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꿈샘 Mar 08. 2024

3. 학교는 떠났지만 사람은 남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선생님, 동화책이 나왔는데.. 선생님도 지인 분께 응원 부탁해 보세요!"


작년에  초, 중, 고 선생님만 응모 가능했던 <한솔수북 선생님 동화 공모전>에 도전해서 수상을 했습니다.


올해였다면 불가능했겠지요.


그 책이 드디어 출간되었는데 선생님 대상 공모전이다 보니.. 주변 선생님께 많이 알리고 축하받더라고요.


이 연락을 받고 가뜩이나 뭔 서류를 작성하는데 <소속>을 적으라는 칸에 뭘 적어야 하나? 난감하고 있는 터라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아, 나는 소속이 없구나!'


도비는 자유예요! (한때는 해리포터에서 도비 캐릭터가 그렇게 말하는 게 얼마나 부러웠는지)

라고 외칠 줄 알았는데, 사실은 소속감이 사라진 자리에 자유가 아닌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현실만 남아 있었어요.


스스로를 보호할 만큼 나는 강한 인간인가?라는 자기 의심만 남아 학교 생활 20년 동안 눈에 핏줄이 터진 적이 없는데 얼마나 고뇌를 했는지 한쪽 눈에 핏줄이 터졌어요. 허허.


그리고 저녁 무렵이었어요.


작년, 동학년 선생님 단톡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데 몇 번이나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하다가 이렇게 톡을 보내고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선생님, 제 동화책이 나왔어요!"


제가 세 권의 동화책을 출간하는 동안 동학년 선생님께 책 나왔다고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었어요.


학교 생활이 너무 힘들다 보니, 이런 축하 받기가 괜히 민망해지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책마다 자기 운명이 있다는 생각도 하고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런 톡이 오기 시작합니다. 


-선생님, 저 책 샀어요.


- 저도요


- 저도 샀어요.


....


구매완료가 찍힌 책 인증샷이 계속 오는 거예요!


와!


정말 감동이었어요.


(인증샷 캡처는 했지만 여기에는 올리지 않을게요! 책 선전 같아서....)


정말 눈물이 찔끔 나오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저는 학교를 나왔는데 그리고 힘든 3월 그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을 선생님들이 이렇게


마음 써 주시고 챙겨 주셔서 감사해서 인스타에 감동의 마음을 남겼습니다.


초등 선생님 만세! 라는 태그와 함께 말이죠!


오늘은 도서관 다녀오는 길에 전화가 왔어요.


안부 인사와 함께 언젠가 맥주 한 잔 하자는 선생님의 제안까지. 서로 술도 잘 못 마시는 데 말입니다.


- 기간제 공고 났어요.


- 시간 강사로 와 주세요.


등등.


매번 잊지 않고 챙겨 주시는 동료 선생님! 충분히 고마운 마음 느끼고 있습니다.


 20년 차 명퇴 교사로 학교 밖으로 나왔지만


학교 안에서 생활한 분들은 제게 남아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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