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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꿈샘 Mar 02. 2024

1. 참 좋았던 교직, 떠납니다.

"선생님, 공무원증 반납하셔야 합니다. 2월 말까지 행정실로 보내 주세요!"


제 20년 교직의 끝을 알리는 전화는 공무원증 반납 전화였습니다.


"네? 공무원증 반, 반납이라고요?왜요?"


"아, 선생님! 아직 모르셨어요? 퇴직자 명단에 있습니다."


지난 8월, 저는 명예퇴직을 신청했습니다.


교직에 남아 있어야 하는 이유도 열 가지가 넘었지만


교직을 떠나야 하는 이유도 열 가지가 넘었기에


가장 좋았을 때 떠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소문에 예산 문제로 저처럼 낮은 연차의 교사는 명퇴는 안될 거라는 이야기가 밑도 끝도 없이 돌고 있어 마음을 접고 있었습니다.


명예퇴직초등교사로 20년 이상 근무한 선생님을 대상으로 고경력자가 우선 대상자가 되거든요.


그러니, 딱 20년를 채운 저는 그야말로 햇병아리 명퇴 신청 교사인 셈이죠.


모두가 명퇴가 힘들 거라며


24년 새학기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위로했던 지난 달, 그렇게 저는 명퇴 확정 교사가 되었습니다.


최종 명퇴를 확정짓는 전화를 받고,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별한 순간,


연인의 소중함을 안 것처럼


어리석게도


영원한 이별을 통보받는 순간,


제가 이 직업을 참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창 일할 40대 중후반 교사인 제가 왜!!!


숱한 고민과 방황 그리고 결단 끝에


이 직업을 내려 놓은 순간,


또 다시 슬퍼해야 하는지


마음이 먹먹합니다.


3월 1일자로 신분상 교사가 아니지만


마음은 항상 그쪽을 향해 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저는


제가 사랑한 교직, 제가 미워한 교직, 그리고 제가 바라는 교직에 관한 글을 쓸 생각입니다.


그 마음이 가감없이 털어낼 수 있을 때,


저는 진짜 교직을 떠날 수 있으니까요.


사랑했던 아이들,


동료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었던 추억들은


남아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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