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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Mar 05. 2024

주먹밥은 시끄럽게

동글동글, 조용하고 평화롭게 빚은 주먹밥. 



엄마가 되어 가장 많이 만든 음식은, 바로 주먹밥이다. 이유식이 끝나자마자 시도했고, 외출 도시락으로 애용했으며, 간단히 먹는 아침 식단이나 특별식(면류나 떡볶이, 치킨 혹은 피자 등)의 보충 메뉴로 지금도 빠지지 않는다.


일단 '밥'이 기본이라 나의 마음도, 아이의 속도 편하다. 주먹밥용 가루만 구비해놓으면 뚝딱 만들 수 있다. 다양한 부재료로 변용 가능하다. 먹기도, 가지고 다니기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와 같이 '요리'할 수 있다. 


1. 따뜻한 밥에 주먹밥용 가루와 참기름/들기름, 깨를 뿌린다.


2. 취향껏, 냉장고 상황과 에너지 수준에 맞게 부재료를 보탠다.

(각종 야채를 다져 볶는다면 훌륭하겠다. 참치와 게살은 편하고 맛나다. 콩나물이나 시금치 무침, 불고기 등 남은 반찬을 잘라 넣으면 뿌듯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나의 최애는 냉장고에 늘 있는 멸치볶음.)


3. 주걱으로 잘 섞는다.


4-1. 평화로운 길: 혼자 비닐장갑을 끼고 동글동글 빚는다.


4-2. 시끄러운 길: 아이들을 불러 접시 위에 할당량을 나눠준 뒤, 장갑을 끼고 멋대로 빚으라고 한다.


뒷정리에 에너지를 5 정도 더 써야 하지만, 가사와 육아, 식사와 놀이, 내 일 완수와 전수, 여러 모로 일타 쌍피를 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아이들은 '요리'를 좋아하고 자기가 만든 건 훨씬 잘 먹는다. 






막내가 글을 좀 읽게 되었다. 5세쯤. 스스로 뿌듯한 나머지, 그것을 교회 선생님께 자랑하는 장면.


3호: 나 이제 글자 읽을 수 있어.

샘: 오, 그래? 그럼 이거('꼬깔콘' 가리키며) 읽어 봐.

3호: ... 

샘: ...

3호: 이렇게 시끄러운 글자는 아직 못 읽어.


ㅋㅋㅋ 미안해진 선생님은 몇 번이나 '조용한' 글자를 내밀어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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