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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Feb 27. 2024

엄마가 피곤할 때, 낫또김밥

오늘의 점심: 밥, 김, 낫또, 김치, 멸치. 흡족한 한 끼.


낫또의 존재를 안 것은, 15년 전쯤. 당시 자취를 했던, 지금은 일본에 사는 친구에게 처음 들었다. ”청국장이랑 비슷한 건데, 젓가락으로 막 저으면 실 같은 게 생겨. 그냥 먹어도 되고 밥에 얹어 먹어도 되고…“


콩으로 만든 걸 좋아하는 쪽이고, 그 친구의 소개는 실패가 없었으니, 나는 먹어보았다. 그것은 먹자마자 반할 맛은 아니었으나, 이후로 수백 통은 먹었으니 좋아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글쎄, 시작이 좋았던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낫또를 사랑하게 되었다. 맵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단백질과 유산균과 비타민과 온갖 영양분이 있다고 하니, 아이들 주기에 정말 좋은 음식 아닌가? 더구나,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꺼내서 주기만 하면 된다! (다행히, 나의 아이들 모두 잘 먹고 좋아한다. 일주일에 두 번을 주어도. 시작이 좋았던 걸까?)


따뜻한 밥에 김, 김치, 그리고 낫또면 끝.

여기에 언제나 대기 중인 멸치볶음과 계란후라이까지 보태면, 흡족한 한 끼.


내가 바쁠 때, 피곤하고 힘들 때, 이래저래 요리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없을 때 쓰는 보물이다. 다 먹고 식탁 여기저기에 묻은 미끄덩한 낫또 진액을 닦는 것은 일도 아니다.






어젯밤 셋째의 젖니 하나를 뺐다. 셋째는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넣고는 “이빨요정이 정말 올까? 오겠지?“눈을 반짝였다.


나는 새벽에 잠들었고, 밤사이 둘째와 셋째가 깨서 안방과 작은방을 오가느라 잠을 설쳤다. 늦잠을 자는 내게 셋째가 와서 우는소리를 했다.


3호: 엄마, 이빨요정이 안 왔어! 왜 안 온 거야…(징징)

나: (아차…) 확실해? 왔다 간 거 아냐? (졸려서 아무 말)

3호: 아니야. 이빨도 그대로고, 동전도 없어.

2호: 엄마, 언니가 그러는데 이빨요정이 안 온 이유는 딱 하나래.

나: …?

3호: 뭔데?

2호: 엄마가 피곤할 때.

3호: ??


ㅋㅋㅋ 이미 알고 있는 자와 아직 모르는 자, 그리고 이제 알게 된 자. 그 3인 앞에서 반응이 어색한 자. 이런 구성으로 오늘도 얼렁뚱땅 흐뭇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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