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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바 Apr 04. 2024

카파도키아 열기구 사고를 목격하다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또다시 동행자를 만나다


11시간 동안 야간 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 괴레메로 이동했다. 튀르키예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자 사장님이 운영하는 《마론 스톤 하우스》에 도착했다. 도미토리 6인실로 예약했다. 짐을 두고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같은 숙소에 머무는 여행자 두 명을 만났다. 


선미(가명) 언니는 일 년 전에 튀르키예에 왔었는데 카파도키아가 좋아서 한 달 살기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지민(가명) 언니는 세계여행을 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고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세계여행 경험이 없어서 여행자를 만나면 듣기에 바빴다. 나는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같은 질문을 한다. 


Q.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았어요?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멕시코 쿠바


지민 언니가 대답했다. 지금은 우유니 사막이 많이 유명해졌지만 11년 전에는 세계여행자들의 입소문을 탄 곳이라 했다. 나도 언젠간 1년 세계여행을 하리라 다짐하며 다음 날에 일정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았다. 내가 먼저 열기구를 같이 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선미 언니는 이미 탔다고 말했고 지민 언니는 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또다시 동행자를 만났다.


다른 열기구가 추락하다
2013년, 나의 목격담 이야기


카파도키아는 기암괴석의 마을로 자연의 위대함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괴뢰메 지역은 다양한 투어들이 있다. 그린 투어, 로즈 밸리 투어, ATV 투어, 벌룬 투어 등이 있다. 가장 유명한 투어는 벌룬 투어이다. 마론 스톤 하우스에도 투어를 진행했다. 모든 투어는 숙소를 통해서 예약했다. 벌룬 투어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조금이라도 바람이 강하게 불면 투어는 진행하지 않는다. 예약 확정은 전 날 저녁에 알려준다.


2013년 5월 20일. 새벽 3시. 비몽사몽 하다. 눈을 비비고 화장실로 향했다. 씻고 거울을 보며 꽃단장을 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열기구를 타는 날이다. 멋진 풍경을 볼 생각에 설레었다. 새벽 4시. 컴컴하다. 해가 뜨기 전에 투어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 지민 언니와 픽업 차량에 탔다.


차에서 내렸다. 투어 현장은 정신없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열기구 안에 바람을 집어넣고 있었다. 실제로 본 열기구는 거대했다. 열기구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열기구 바구니 안에 30명이 넘게 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투어에는 간단한 간식이 포함되어 있어서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일단 뭐든 먹어야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열기구 탑승 시간이 다가올수록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가장 인기 자리는 바깥쪽 자리다. 어느 나라 사람이나 좋은 자리에서 멋진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은 똑같나 보다. 일출이 시작되었다. 먼저 다른 열기구들이 뜨기 시작했다.


"지민 언니! 안 떨려?"

“응! 안 떨려”


지민 언니는 여러 나라에서 액티비티 경험을 많이 했다. 지금은 어떤 풍경을 봐도 감흥이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폐티예에서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했어도 긴장은 멈출 수 없었다. 이제 우리 차례다.


'무사히 도착하게 해 주세요'


마음속으로 말했다. 자리 눈치 싸움은 성공했다. 조금씩 천천히 올라간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은 여러 군데에 둥둥 떠있는 열기구들이다. 열기구는 흔들림 없이 매우 안정적이다. 패러글라이딩보다 더 편안하다. 여행객들은 저마다 DSLR 카메라, 디지털카메라, 핸드폰으로 풍경을 찍는다. 700m~900m 사이에 올라왔다. 특이한 암석지형 위에 수많은 열기구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그렇게 컸던 열기구들이 아주 작은 풍선처럼 보인다. 지민 언니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각자 풍경도 찍었다.


'나는 지금 세계여행을 하는 중이구나'

그제야 실감이 났다.


카파도키아의 5월 날씨는 봄과 가을 날씨로 한낮에는 반팔을 입고 아침과 저녁에는 얇은 외투를 입는다. 40분 동안 높은 곳에 있어서 조금씩 추워졌다. 숙소에서 나오기 전에 지민 언니는 머플러가 있으면 미리 챙겨 오라고 했다. 이럴 땐 경험자의 말이 최고다. 덕분에 목은 따뜻했다.


열기구는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다른 열기구가

추락하는 게 아닌가!!!



순식간에 조용해진 열기구 안. 지민 언니와 나는 어떡해만 남발할 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추락하는 모습은 다른 열기구에 비해 조금 빠르게 하강했다. 하늘에서 물체가 뚝 떨어지듯 떨어지지 않았다.


추락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부터 즐기지 못했다. 불안감이 몰려왔다. 내가 타고 있는 열기구도 사고 날까 봐 무서웠다. 걱정과는 다르게 우리가 탔던 열기구는 안전하게 착지했다. 나는 땅을 밟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파일럿과 직원들은 모여서 투어를 안전하게 마쳤다는 의미로 열기구 탑승 수료증과 샴페인을 터트려서 한 잔씩 준다. 무알콜이다. 신나지 않았다. 그 열기구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샴페인을 터트렸을까?


2013년 5월 20일
열기구 사망자 3명


열기구가 추락한 이유


그 당시 뉴스에 보도되었을 만큼 상황은 심각했다. 열기구 두 대가 충돌하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열기구의 바구니가 아래 열기구 풍선을 파손시켰다. 풍선은 찢어진 채로 지상 300m 지점에서 속도를 내며 추락했다. 추락한 열기구는 25명이 탑승했다. 그중에서 브라질과 스페인 관광객 2명이 사망했다. 보도 당시에는 사망자 2명이었으나 현지인을 통해서 들었을 땐 사망자 1명이 더 늘어났다고 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카파도키아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열기구가 추락한 모습이 떠오른다. 나에게 카파도키아는 즐거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제는 그분들도 편안해졌기를 바라며.    


카파도키아 〈로즈 밸리 투어〉
카파도키아 <벌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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