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결혼이 하고 싶었다
여행보다 결혼
나는 왜 결혼이 하고 싶었던 걸까?
1. 단짝 친구의 결혼
단짝 친구가 스물일곱에 결혼했다. 우리는 대학교 친구다. 무엇이든 늘 함께 했다. 같이 학교도 가고 알바도 했다. 졸업하고 우리는 취직을 했다. 우연일까. 서로 직장 근무지도 근처였다. 맞은편에 있는 빌딩. 1분 거리다. 때로는 같이 출퇴근을 했고 때로는 같이 점심을 먹었다. 또 쉬는 날에는 같이 술도 마시고 여행도 했다. 내 이십 대의 반 이상을 함께한 친구다. 7년 동안 매일 마음을 나누었던 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친구는 남편을 따라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갔다.
‘나는 이제 누구와 마음을 나누지?’
싱숭생숭한 이 마음.
이유 모를 공허함과 외로움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결혼한 친구가 부러웠다.
2. 독립할 수 있는 방법은 결혼뿐
(1편 프롤로그 참고)
https://brunch.co.kr/@hebaya/8
마음이 힘들었다. 숨 막히는 가정환경. 매일 밤마다 울었다. 부모님 집에서 나오고 싶었다. 스물일곱. 처음으로 독립을 생각했다. 엄마는 또다시 내 말을 무시하겠지만 그럼에도 내 의견을 말했다.
나: 엄마, 나 독립하고 싶어!
그리고 엄마의 충격적인 한 마디.
엄마: 네가 결혼하기 전까지 독립은 절대로 안 돼!
'내가 만약 결혼을 하지 않으면 이 지옥 같은 집에서 절대로 못 벗어나는구나!'
그 이후로 나는 결혼할 남자를 찾기 시작했다.
튀르키예 헤나의 밤
폐티예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혼자서 튀르키예 음식을 먹고 숙소 주변을 돌아다녔다. 어느 한 주택가. 조용한 동네에 시끌벅적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궁금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둘러 싸인 의자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왜 춤을 추고 있는 걸까?'
내 옆에 있는 현지인에게 물어보았다.
헤나의 의미
튀르키예는 헤나가 악운으로부터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다.
헤나의 밤(Kina Gecesi)
튀르키예 전통 혼례 풍습으로 결혼식 전 날밤에 신부와 신부의 친구들이 모여서 손바닥을 헤나로 염색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고 춤을 추며 시간을 보낸다.
- 나무위키 글 중에서 -
헤나(크나)의 밤은 도시와 지방마다 다르지만 신랑신부가 따로 진행하며 신랑신부가 같이 크나 게제시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그날 신랑신부를 다 보았다. 친구들이 촛불을 들고 신부 주변을 둘러쌌다. 신부 손에 헤나로 물들이고 헝겊으로 감쌌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손바닥에 헤나 물들여줄까?"
그렇게 내 손바닥에 생긴 헤나 자국. 튀르키예는 춤에 진심이다. 춤을 추면서 노는 분위기였다. 이 모습을 3시간 동안 구경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구경하는 외국인일 뿐인데 튀르키예 사람들은 참 친절했다. 나는 다시 숙소로 돌아갔지만 그들의 밤은 늦게까지 끝나지 않았다.
헤나의 밤, 그들의 문화에 스며들었다.
신부 손바닥은 빨간색 헝겊으로 감싸져 있다.춤을 추고 있지만
다음 날 아침. 신랑신부 모습이 보고 싶었다. 결혼식 당일 아침 모습이다. 집에서 신부가 대기하면 밖에서는 북을 친다. 북소리를 들은 신부는 아빠 손을 잡고 집에서 나온다. 아빠는 사위한테 딸의 손을 건넨다. 웨딩카를 타기 전에 신랑과 신부는 춤을 춘다. 주변 사람들은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
신부는 신나게 춤을 추고 있지만 그 마음은 어땠을까?
마지막에 신부는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부모님과 헤어지는 슬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기쁨. 양가의 감정이 아니었을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웨딩카에 신랑신부가 탔다. 웨딩카는 '빵빵' 경적을 울리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집 주변을 돈다.
결혼식 당일에도 빠질 수 없는 춤사위.여행보다 결혼
다른 나라에서 결혼 문화를 체험하는 일은 값진 경험이다. 신선했다.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좋았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도피성 결혼이 하고 싶었다. 혼자 튀르키예 여행을 하면서 생각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보면 나도 예쁜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 내심 부러웠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꿈.
진짜 사랑, 그게 뭔지 궁금하다.
내 손바닥에 생긴 헤나 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