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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May 24. 2023

누가 내 아이 얼굴에 침을 뱉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가르쳐야 하는 어미의 심정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생일도 느리고 그만큼 덩치도 작고 말도 느린 편이다.


그래도 특유의 밝음으로 잘 지내고 있었는데, 반에 유독 키도 덩치도 큰 친구가 있었다. 우리 아들은 하필 그 친구랑 가장 친해지고 싶었나 보다.


문제는 다가가는 방식.

유치원을 졸업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학교에 가다 보니, 유치원식 친해지기 수법(?)으로 늘 친해지는 걸 시도하는 아들.


그건 바로 '손잡기'였다. 유치원 때는 뒷산을 가든 소풍을 가든 잃어버리지 않게 친구손을 꼭 잡으라고 교육을 받았고, 순진한 우리 아들은 손을 안 잡으면 큰일 날 것처럼, "손~ 손" 하면서 손을 꼭 잡고 어디든 다녔다. 초등학교에 와서도 친해지고 싶어 하는 친구와 등굣길에 손을 꼭 잡고 들어가려고 했다.


보통 여자친구들은 먼저 손을 잡자고 하기도 하고 잘 받아주었다. 문제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발달이 빠른 남자애들은 조그만 애가 와서 손잡자고 하는 게 여간 귀찮았을 것이다. 실제로 등굣길에 그 덩치 큰 친구한테 손 잡자고 할 때마다 우리 아이를 밀거나 팔을 꺾는 걸 보기도 했다.


심지어 그 친구가 최근엔 화장실에 아이를 가두는 심한 장난을 반복적으로 했어서 선생님께 말씀도 드리고, 선생님이 보기에도 심각해서 그쪽 부모님한테도 연락을 하셨다고 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어릴 때부터 덩치가 커서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았고, 실제로 유치원 때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에게 다가갔던 친목을 폭력으로 오해를 받아서 부모로서 피해의식 아닌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실제로 우리 아이가 귀찮게 치근덕대니까 욱해서 얼굴에 침을 뱉은 것 같다고도 했다.


"선생님, 그래도 친구가 귀찮게 한다고 팔을 꺾거나 침을 뱉는 건 정상적인 대응 방식이 아니지 않나요?"라고 했더니 그건 맞지만 우리 아이도 친구를 사귀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해답은 '친해지고 싶으면 신체적으로 다가가지 않고, 멀찍이서 말로 대화하는 것'이었다. 아이한테도 '터치하지 않기'를 많이 강조하고 계시다고 했다.




"정말 친해지고 싶으면 가까이 가서 말 걸거나 손잡자고 하지 말고, 멀리 떨어져서 무심한 듯 쿨하게 해야 해."라고 가르쳐야 하는데 아이도 아이인데 가르치는 나도 어렵다. 물론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가르쳐야만 한다.


허락 없이 가까이 다가가는 건 상대방이 귀찮고 불편할 수 있고, 그럼에도 너를 아프게 하거나 괴롭히는 행동은 용서할 수 없고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얘기해 달라고. 최대한 쉽게, 가랑비에 옷 젖듯 얘기해줘야 한다.


정작 우리 아들의 나이인 여덟 살 때, 반에 친구 하나 없었던 나로서는 저렇게 친해지고 싶다고 말 걸고 다가가는 모습조차 신기하긴 하지만, 내 아이가 더 큰 상처를 받기 전에 디테일한 깨달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다.


초1.

한글만 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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