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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Apr 22. 2024

엿새만에 끝난 10만 전자의 꿈

삼성전자 주식의 상승 조건

올 들어 3월 중순까지 7만 원 초반에서 횡보를 거듭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감으로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까지 불과 2~3주 사이 8만 6000원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AI 반도체 분야의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사용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또 4월 5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도 영업이익이 6조 6000억 원을 기록하는 어닝서프라이즈로 향후 실적 기대감을 키웠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 목표가를 10만 원으로 높이며, 다시 한번 '10만 전자'의 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리포트도 여기저기서 내놓았다. 그러나 4월 중순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서로 간의 보복 공격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증시는 다시 차갑게 식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한때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각종 지표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2018년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간에 주가가 액면분할 전 기준 300만 원(현 6만 원)을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슈퍼사이클 이후 D램 등 메모리값이 급락하고,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보복까지 겹치며 4만 원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수출 보복 여파가 잦아들고 메모리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던 2019년 하반기 이후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 2020년 초 6만 원을 돌파하는 등 훈풍을 타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본격화로 2020년 3월 4만 원대로 다시 폭락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해 11월 5만 원대에서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회의와 교육 등의 수요 확대 기대감과 함께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만 TSMC를 넘어서는 초미세공정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예측 때문이었다.

2021년 1월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최고 9만 6800원까지 치솟으며 1월 8~15일까지 6 거래일 간 9만 원대를 넘나들며 '10만 전자'를 꿈꾸는 동학개미들의 자금이 물밀듯 쏟아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엿새 간 9만 원을 넘나들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3년이 넘도록 한 번도 9만 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 엿새간 10만 전자를 목표로 투자에 뛰어들었던 동학개미들은 지금까지도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주가가 9만 원대를 넘어 10만 원까지 올라가기 위한 조건은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다. 현재 D램 등 메모리 가격 상승 기대감에 주가가 8만 원대 중반까지 올랐지만, 메모리 슈퍼사이클 시기엔 올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2배 이상이었는데도 주가는 6만 원을 넘지 못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사이클에 따라 수익이 들쭉날쭉한 '천수답(天水畓)' 성격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만으로는 주가가 9만 원을 넘어 10만 원을 돌파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가는 미래 가치를 현재로 당겨와서 환산한 가치인데, 메모리처럼 수익이 안정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사업은 높은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운 것이다.

반면 파운드리 시장은 AI 등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으로 안정적인 고성장이 가능해, 미래 가치를 충분히 현재 주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엔비디아나 TSMC 등이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비해 삼성전자보다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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