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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Apr 29. 2024

삼성전자 주주, 30년 뒤 부자될까

장기투자로 자녀에게 물려줄 주식인가?

매년 설 연휴가 다가오면 증권사들은 설날 세뱃돈으로 아이들에게 사줄 주식 종목을 추천한다.

자녀들이 어릴 때 세뱃돈으로 주식을 사서 성인이 될 때까지 장기 투자하면 큰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이런 장기투자에 적합한 추천 주식으로 거의 빠지지 않고 이름이 오르는 회사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1969년 설립된 이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모든 사업 영역에서 세계 1위 제품을 탄생시켰다. 또 1975년 6월 11일 상장 당시 56원(액면분할 반영 수정 주가)에 불과하던 주가는 49년 만에 약 1400배(7만 6700원, 4월 26일 종가) 상승했다. 또 시총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하면 500조 원이 넘는 압도적인 국내 1위 기업이다. '삼성'이란 브랜드 가치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세계 'TOP10'에 든다.

겉으로 드러난 객관적 지표상으론 삼성전자는 국내 주식 중에선 소위 '자녀에게 물려줄 주식'으로 손색이 없는 조건을 갖췄다.

실제 과거 삼성전자에 투자해 엄청난 부를 이룬 사람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당연히 이재용 회장이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지분 가치가 14조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배당으로만 지난해 1409억 원(전체 배당금은 3200억 원대)을 받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배당금으로 받은 1409억 원은 그 액수만 3% 정기예금에 넣어도 이자가 한해 42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이다. 배당금의 이자만으로도 한강뷰 아파트로 유명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34평형을 매년 1채씩 사고도 벤츠 승용차 1대를 덤으로 더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주총회

이재용 회장과 같은 기업 오너가 아니더라도 삼성전자 주식을 30~40년 보유한 분들은 시세차익은 물론 엄청난 배당수익으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필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참석했던 주주총회가 2016년 삼성전자 주총이었는데, 주총에 참석하면 항상 경영진에게 감사를 표하는 70~80대 주주 분들의 발언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 참석해 본 주총 당시에도 자신을 '상장했을 때부터 주주'라고 표현한 70대 노신사분이 "배당만으로도 풍족한 노후를 보내고 있어 감사한다"라고 주주 발언을 하는 것을 직접 보기도 했다.

1975년 상장 당시 100만 원(약 357주)을 투자했다면 현재 주식은 액면분할로 1만 8750주가 돼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주식가치는 14억 원이 넘고, 배당으로만 한해 300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물론 49년 전과 물가 차이를 감안해야겠지만, 단순 계산하면 투자금(100만 원)의 30배가량을 매년 배당으로 챙기는 셈이다.

화폐가치로 따져 1975년 1만 원이 2024년 12만 원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엄청난 수익률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궁금한 부분은 앞으로도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를 하면 과거 49년간의 성과 또는 그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주식의 미래 가치에 대해 사람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다.

유니콘 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의 경우엔 아주 똑똑한 어린아이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아이는 앞으로 엄청나게 큰돈을 버는 기업가가 될 수도 있고,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같이 창업한 지 55년 된 대기업이라면, 사람으로 비유하면 명문대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20년 넘게 한 임원급 중년에 비유할 수 있다. 분명 현시점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고 탄탄한 커리어를 갖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거나 성장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55세 중년 임원이 더 성장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 예를 들어 이 중년이 정치에 입문해 60대에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거나, 자녀가 K팝 아이돌로 성장해 BTS급 인기를 누린다면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추가적인 성장이 어렵다면 향후 주가는 당연히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예측할 때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GE와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에선 LG화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GE는 2000년대까지 세계 최고의 기업이었고 잭 웰치 전 회장은 '세기의 경영자'로 불리며 CEO라는 말을 정착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한창 전성기의 GE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모든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었고, GE 따라잡기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 6월 250달러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GE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며 현재 최고가 대비 35%가량 하락한 상태다. 만약 GE가 최고점일 때 장기투자에 나선 사람이 있다면 24년간 35%의 손실을 봤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에 장기투자를 했지만 부의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삼성전자의 미래 주가를 예측할 때 가장 이상적인 모델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GE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고, 빌 게이츠는 스티브 잡스 이전에 IT 업계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PC시장이 2000년대 들어 정체기에 접어들고,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윈도우와 MS소프트웨어들의 영향력은 급격히 감소되기도 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가치였던 OS사업이 스마트폰시장에선 안드로이드와 iOS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버렸다.

이로 인해 주가는 2000년을 정점으로 2010년대 중반까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한물간 기업'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에서 MS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인공지능 사업에서 '챗GPT'로 유명한 오픈AI 투자가 '잭팟'을 터뜨리면서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상장한 해인 1975년에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에 성공하며, 시총에서 삼성전자의 10배에 달하는 기업으로 퀀텀점프를 이룬 것이다. 20여 년 전 이미 세계 1위 기업이 된 공룡기업도 블루오션을 선점하면 고질라급 슈퍼 공룡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LG그룹의 모태로 1947년 1월 창업한 LG화학이 전기차 시대 도래에 발맞춰 2차 전지사업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 사례가 있다. 창업 80주년이 얼마 남지 않은 기업이 기존 경쟁력을 바탕으로 2차 전지라는 신사업에 도전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시총 100조 원을 넘나드는 알짜 자회사를 낳은 셈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미래는 무엇으로 결정될까. 현시점에서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단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다. 또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와 자동차 전장 부품 등도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파운드리 등 삼성전자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들의 성장 가능성과 미래 가치가 '10배 수익'을 의미하는 '텐 배거(ten bagger)'로 이끌 수 있냐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10배가 되면 시총은 5000조 원에 육박하게 되는데, 코스피 전체 시총이 2700조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이런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로 인해 일각에선 코스피라는 작은 우물에서 벗어나 나스닥이라는 큰 바다로 무대를 옮기자는 삼성전자 나스닥 이전 상장 주장을 하기도 한다. 지금은 해체된 삼성 미래전략실에서도 과거 나스닥 이전 상장에 대한 검토를 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자산의 대부분이 해외에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사업을 하고 있는 '쿠팡'이 미국에 상장돼 현재 시총이 50조 원을 넘기고 있는 것을 보면, 지속 성장을 위해선 삼성전자의 나스닥 상장이 장기적으로는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나스닥 이전 상장을 거론하기 전에 삼성전자의 지속 성장이 현재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M&A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전장 사업을 위해 인수한 하만도 기대만큼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 견해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창업 55년이 된 중년 기업 삼성전자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면 기존 사업보다는 획기적인 M&A나 신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파운드리 사업으로 올릴 수 있는 주가 상승분은 아무리 커도 현재 주가의 2배 정도가 아닐까 싶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메모리 반도체는 캐시카우는 있어도 삼성전자 주가를 2~3배 높여줄 재료는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현시점에서 투자를 시작한 주주를 30년 뒤 부자로 만들어주려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혁신적인 4차 산업 혁명 분야의 신규 투자나 M&A 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증명한 후 자회사로 분리해 나스닥에 상장하는 정도 시나리오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M&A의 경우 전 세계적인 독과점 심사 강화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의 굵직한 인수합병이 수차례 무산되는 등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세계 1~2위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M&A하는 것보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선제 투자를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이런 투자 선구안을 가진 조직과 인력이 삼성전자 내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긴 한다. 

필자는 2017년 즈음부터 올 1월까지 삼성전자 주주였지만 현재는 주식을 1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삼성전자가 좋은 회사란 사실엔 변함이 없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많은 주주들의 의구심을 풀어줄 삼성의 새로운 투자와 사업 확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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