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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노 Oct 21. 2018

8년 차 혁신학교 콘퍼런스 이야기!!!

-별망초등학교 교사 이상민

함께 성장하기 위한 또 다른 고민의 시작


혁신학교 8년 차인 별망초는 올해 혁신학교 종합평가 대상교로 수업공개와 콘퍼런스를 모두 마쳤다. 모든 과정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남는다. 그러한 보람과 아쉬움을 부족한 글로 표현해보고자 한다.      


1년 차인데 8년 차 같아야 한다

2월 담당자 협의회를 다녀왔을 때만 하더라도 종합평가에 대해 큰 부담감은 없었다. 본교 2년 차로 올해 연구혁신부장을 처음 맡게 된 상황이어서 학교교육과정 흐름을 이해하고 업무지원팀으로써 맡은 많은 업무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8년 차 혁신학교 종합평가의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일을 추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올해 내부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감선생님이 바뀌었고 교무부장과 연구부장이 새롭게 세워졌으며, 6명의 학년부장 중 5명의 부장이 새로 부장을 맡았다. 겉으로는 8년 차 혁신학교지만 리더그룹은 1년 차 혁신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안산에서 처음 지정된 혁신학교이며 거점학교라는 타이틀까지 갖고 있는 별망초에 대한 내·외부적인 기대는 달랐다. 우리 콘퍼런스 모습이 자칫 이웃 학교들이 혁신학교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콘퍼런스를 준비하기 위해 부장회의에서 논의하는 모습 ⓒ이상민


이러한 부담감 속에서 먼저 콘퍼런스의 의미를 고민하였다. 고민의 결론은 별망스러움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별망스러움’이란 콘퍼런스 준비에서 진행까지 우리 학교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잘 하고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본교의 고민을 여러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깊이 있게 나누고, 고민 속에서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였다. 수업공개에서도 학년 협의 문화를 통한 공동수업, 우리 학교 교육과정의 큰 뼈대인 주제통합수업을 중심으로 준비하였다. 분임토의도 우리 학교 혁신 워크숍과 같은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리의 고민을 명확하게 하다

계획 수립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함께 나누어야 할 우리의 고민(주제)이 무엇인가?’하는 것이었다. 혁신학교 4대 과제와 세부항목을 바탕으로 본교의 우수한 점과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학년별로 나눈 뒤, 여전히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정리해 보았다. 의견을 모아보니 교육과정 재구성과 교사 간의 협업은 매우 잘 이루어지고 있으나 기본학력과 생활교육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었다. 작은 주제 같지만 학교의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는 주제들이었다. 이 주제를 의미 있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토의의 초점을 명확하게 해 줄 수 있는 소주제(질문)가 필요하였다. 먼저 부장들과 분임별 토의 기록을 맡은 선생님들이 모여 저녁 늦게까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별망초 교사들이 학교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모습 ⓒ이상민


이렇게 소주제는 정했으나 질문에 담긴 개념과 의미는 8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진 것이어서 개인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기에 그와 관련하여 내부에서 먼저 공유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콘퍼런스에서 더 큰 혼란이 예상되었다. 분임별로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 서로의 솔직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면서 질문을 다듬고 발제문을 구상해 나갔다. 내부에서 먼저 소주제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학교의 문제의식을 같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은 콘퍼런스 당일의 시간만큼이나 의미 있었다.       

  

                

별망초 8년의 역사를 되짚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난 8년의 발자취를 정리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었다. 구성원들이 계속 바뀌는 상황 속에서 과거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는 것은 결국 그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맡았던 분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었으며, 큰 흐름 속에서 의미 있던 지점들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역사를 정리하면서 별망초가 갖고 있는 혁신의 의미는 평범한 교사들이 만들어온 학교라는 것이다. 누군가 이끄는 역할은 있었으나 구성원의 참여를 통한 성장경험은 별망초 혁신의 가장 큰 동력이었다. 콘퍼런스 이후 선생님들의 피드백 속에서 8년 차 혁신학교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우리 학교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답변이 적지 않았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짚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8년 차 혁신학교가 갖고 있는 지속성에 대한 고민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혁신학교는 좋은 답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혁신학교 콘퍼런스를 처음 준비할 때는 우리가 뭔가 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콘퍼런스 진행과정을 통해 혁신학교 8년 차의 성과는 그 학교가 좋은 질문을 갖고 있는가라는 것을 성찰하게 되었다. 학교는 관성을 갖고 있어서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후퇴하게 된다. 8년 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질문들은 매해 달랐다그 질문들이 현재 별망초가 있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콘퍼런스는 8년 차 이후 구성원의 변화 속에서도 지속성을 지켜가며 함께 성장하기 위한 또 다른 고민의 시작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학교의 그 어떠한 문제도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은 없으며, 해결하는 과정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 별망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별망 교육을 위해 함께 걸어갈 동료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그 과정이 행복하다. 무심코 지나친 문제, 학교가 갖고 있는 모순적인 모습들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겠지만 우리 선생님들과 함께 하나씩 풀어가며 한 단계 성장하는 별망초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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