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시 Apr 27. 2024

스트레스는 식빵 같은 것

그날 바로 풀지 않으면

빵집에서 갓 구워 나온 식빵을 먹어 본 적이 있나요? 입에 넣는 순간 연하고 포근한 식감으로 금방 녹아내리는 식빵 말입니다. 사실 저는 그런 식빵은 먹은 적이 없던 것 같으면서도, 몇 년 전 어느 날 괜히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아, 스트레스는 바로 그런 식빵 같은 것이라고요.


갑자기 지금보다 몇 살 어린 제가 했던 그 비유를 떠올렸던 것은, 어제 정말이지 고된 하루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라고 하면 현대인 곁에 묵묵한 따개비처럼 붙어 함께 살아가는 반려 감정이라곤 하지만(귀엽게 말하자면요), 어느 날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일명 ’스트레스 쇼크‘를 받는 일도 생깁니다. 그렇지 않나요? 하루종일 꽤애액 소리 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어 여러 사람을 붙잡고 잠시 징징거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바깥에서 벼락 맞은 스트레스 보따리는 어깨에 지고 집으로 스스로 가져와야 하는 법입니다.


저의 철칙은 이렇습니다. 스트레스는 자고로 ‘받은 날에’ 즉시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아직 할 게 남았으니까, 며칠 좀 버티면 주말이니까 그때 힐링하자, 같은 생각은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무조건 바로 풀 것. 하기로 했던 것, 해야 하는 것, 신경 쓰이는 것을 모두 한쪽으로 밀어 두고 오늘은 무조건 그 스트레스를 풀고 잘 것. 그것이 바로 스트레스는 식빵과도 같은 것이라는 말의 뒷이야기입니다.


빵은 갓 구웠을 때는 말랑말랑하지만 오래 둘수록 딱딱해집니다. 믿거나 말거나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순간부터, 말랑했던 나의 몸과 마음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물방울이 영하의 기온과 만나자마자 표면부터 사르륵 결정화되어 가는 것처럼 스트레스도 서서히 내 안에서 돌멩이처럼 경질화됩니다. 계속 방치해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버리면 손쓸 수가 없어, 손으로 주무르지 못하고 무거운 망치로 힘겹게 내리쳐야만 겨우 산산조각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해도 그 날카로운 조각이 사방으로 튀어 나도 모르는 새 내 마음에도 주변 풍경에도, 소중한 사람에도 상처가 생깁니다. 실은 바야흐로 5년 전, 저에게 결국 번아웃이 올 정도로 긴장과 스트레스가 굳어졌을 때, 가슴 아플 정도로 곱씹었던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서, 스트레스가 아직 말랑말랑한 상태라면 어떨까요? 갓 구운 식빵처럼 두 손으로 부드럽게 쭈욱 찢어 포근하게 씹어 물 수 있습니다. 굳어버리기도 전에 가볍게 삭삭 찢어 튀겨 먹든 접어 먹든 우유에 담가 먹든 하면 그만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면, 짧고 즐거운 ‘식빵 먹기 시간‘을 가집니다. 제가 언제나 공식처럼 하는 것은 맥주 한 잔에 맛있는 안주, 힐링되는 드라마나 영화 한 편입니다. 그렇게 하고도 아직 졸리지 않으면 일기를 쓰며 오늘 하루 들었던 감정들을 차분히 돌아봅니다. 보내기로 했던 메일, 만들기로 했던 콘텐츠 같은 건 눈 딱 감고 휙 내일로 모레로 넘겨버리고요.


스트레스는 아직 말랑말랑한 상태일 때 바로 풀어줄 것. 이 메시지만 기억하고 있다면, 몸과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바로 이전 글에서 말했던, ‘마음을 촉촉하게 하는 요령’에도 도움이 될 힌트가 아닐까요? 자신을 위한 스트레스를 푸는 공식이나 리스트를 만들어 두어도 좋겠습니다. 제안은 이렇습니다. 1) 돈을 너무 낭비하지 않으면서 2)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3) 오감 중 하나라도 즉시 즐거워지고(예를 들면 맛있는 음식이나, 눈이 즐거운 영화, 포옹이나 목욕 같은 것)  4) 끝이 찝찝하거나 후회되지 않을 만큼만 방탕하게.


어디선가 고된 하루를 겪었을지도 모르는 분들에게, 이번 주는 이 글을 바칩니다.

모두 즐거운 식빵 드시는 시간 가지세요.



Insta @neap.lifemind


이전 16화 입술을 촉촉하게 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