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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파이 May 03. 2024

푸꾸옥 리조트의 조식 뷔페엔 짜파게티가 있다.

베트남의 몰디브, 푸꾸옥

#1. 조식 뷔페에서 만난 한국음식이 꽤나 다양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비행시간 짧고, 가성비 좋은 리조트 많고, 음식 입맛에 맞고, 마사지 싸고 여러 가지 이유로 찾게 된다. 베트남 휴양지를 비교해보다가, 전에 갔던 푸꾸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고 싶어서 또 오게 되었다. 푸꾸옥은 몇 년 전부터 베트남의 몰디브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뜨고 있다. 전에 왔을 때에 비하면 리조트가 많이 생겼고 개발하고 있는 땅도 사방천지에 널렸다. 다낭이 경기도 다낭시라면 충청북도 나트랑시, 충청남도 푸꾸옥시 정도 되려나. 오죽하면 조식 뷔페에 된장찌개, 김치찌개며 짜파게티, 김치볶음밥, 비빔밥이 있을까. 그 중 가장 충격이었던 건 짜파게티였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꽉 차게 많다는 반증일 터. 사실 한국 음식이 반갑다기보다는 왠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되었다. 짧은 일정이라 한국 음식이 그리울리 없다. 그리고 비행기타고 왔는데 한국 사람이 너무 많으면 외국나온 기분이 좀 사그라든달까. 아마 그들이 날 봐도 같은 기분이겠지.


짜파게티 사진을 못찍었다. 그게 가장 충격적이었는데!



#2. 베트남에 입국할 땐 타고 온 비행기의 탑승권을 챙겨야 한다.


아이 6살에 호치민을 간 적이 있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한다는 아이 친구네가 방학을 호치민에서 보낸다고 하여, 우리도 휴가 때 시간 맞춰 놀러 가기로 한 거였다. 아이도 설레고 나도 설레고 기분 좋게 도착한 것까지는 좋았다. 입국 심사대를 지나는데,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먼저 갔던 사람 중에 통과가 안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전에 베트남에 왔을 땐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대체 무슨일인가 싶었다. 사람들은 웅성웅성하는데, 저마다 명확하지 않은 다른 이유를 추측하고 있었다. 입국 심사대는 금방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휘감겼다. 통과안된 사람들은 점점 수가 늘었다. 우리 앞에 있던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전부다 통과를 못하며 입국 심사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화가 난 사람들이 씩씩대며 따져도 심사대의 직원은 끄떡도 안했다. 심지어 초록색 제복을 입은 무장 군인들이 옆에 늘어서 있어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입국 심사에서 통과 못한 사람들이 그곳을 벗어나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줄이 금세 꽤 많이 늘었다.


우리 차례가 되자, 무뚝뚝한 얼굴의 직원이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로 탑승권을 요구한다. 앗 비행기에 탑승권을 버리고 왔는데. 여권에 도장도 찍혀있고 누가 봐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탑승권 하나 때문에 입국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꽤나 단호하다. 이해도 안되고 논리도 안먹힌다. 왜냐고 물어도 묵묵부답. 이미 우리같은 사람을 몇십명도 넘게 겪었다. 애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 호치민은 더웠다. 안 그래도 멘붕 상태가 되었던 나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안 되는 영어로 탑승권을 어디서 재발급받냐 물었더니 저쪽이라는 듯 손짓을 한번 탁 하더니 next! 란다. 거부된 사람들 뒤에 줄을 서러 그 쪽으로 향했다. 뒤돌아 슬쩍 보니, 우리가 줄 선 곳만 엄하게 사람들을 잡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줄에 있는 사람들은 한명도 잡지 않았다.

"이 줄만 엄청 잡는 것 같아. 우리 슬쩍 다른 줄에 서볼까?"

"그치? 그런 것 같지? 그럼 나랑 경민이랑 저쪽 줄에 설게. 당신이 아까 저 사람이랑 눈을 맞췄으니깐 저기 끝에 다른줄에 가서 서봐."

우리는 처음 입국심사하는 사람들처럼 다른 줄에 서서 태연히 입국심사를 받았다. 재발급하면 비용이 추가로 들고, 줄 또한 너무 길어서 1시간은 더 지체될 것 같았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으나, 태연한 연기를 해야만 했다. 총들고 있던 군인들이 얼굴을 돌려 우리를 알아볼까 모자까지 꺼내어 썼다. 결국 탑승권을 재발급받지 않고 무사히 입국 심사를 통과하게 되었다. 무슨 조삼모사도 아니고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꼬인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서는 다 잊어버리고 재밌게 놀다 왔다.)


이번 푸꾸옥 여행을 하는데도 입국할 때 탑승권을 요구했다.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 잠깐 철렁했지만, 철저히 잘 챙겨 온 남편덕에 무사히 입국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우리 옆줄에 탑승권을 놓고 온 사람이 있었는데, 검사하는데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으나 그 때처럼 재발급을 요구하진 않았다. 어찌나 융통성이 넘치는 나라인지. 그래도 어쨌든 초장부터 기분이 상하고 싶지 않다면, 입국 심사할 때 탑승권을 꼭 챙겨가자.



#3. 리조트에도 꼭 챙겨가야 하는 것이 있다.


무슨 유난이냐고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필터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나도 그랬다. 동남아가 아무리 관광으로 먹고사는 곳이고 아무리 한국보다 좋은 리조트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이곳의 상하수도 시설은 아직 믿을 수 없다. 전에 친구가 20대에 태국에 다녀와서 피부가 뒤집어졌는데 그게 회복이 안되었다는 얘길 듣고 '에이, 설마'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민감도가 워낙에 낮았고 내 피부가 두꺼워서인지 웬만한 건 이겨내는 터라 공감을 잘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필터 샤워기가 유행하면서 마침 친구의 말이 생각나 태국여행할 때 가져가봤다. 그랬더니 웬걸. 샤워기가 틀자마자 필터 부분이 노랗게 되더니, 하루 만에 갈색으로 변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였다. 수영을 하면 할수록 머리카락이 뻣뻣해져 대머리가 되겠다는 남편 말을 듣고 얼른 필터 샤워기로 갈아 끼워봤다. 하루 만에 갈색으로 필터가 변해버리는 것을 보고, 동남아에선 필터 샤워기는 가져가야만 하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아마 발리나 필리핀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충격적인 필터 샤워기



#4. 제일 중요한 것,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열린 마음과 눈.


저녁노을을 본 적이 있는가. 언젠가 서해바다를 갔을 때 저녁노을을 보는데, 해가 서서히 지지 않고 갑자기 뿅 하고 떨어지듯 사라져서 놀란 적이 있다. 해가 지는 건 순식간이었기에, 그 순간을 계속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것이었다.(해돋이도 마찬가지다. 해가 순식간에 뿅 하고 뜬다.) 그 순간이 뭐라고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을까. 그러다 해가 진 저녁 6시 반 경이 되면, 하늘은 작정하고 물든다. 여기까지 와서 노을 구경 안 할래? 말하는 듯, 색색의 아름다운 빛깔을 뽐낸다. 한줄기, 두 줄기.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랬던 하늘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바뀌는 과정은 경이롭다. 주홍빛의 낙조를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저 해가 다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바라만 보고 있게 된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좋다. 한 폭의 그림을 액자에 담아 감상하듯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충만해진다. 푸꾸옥이 베트남의 몰디브라는 말을 듣고 픽하고 비웃었는데, 노을을 보고 왠지 인정하게 된다.


베트남의 몰디브입니다


4박의 푸꾸옥 여행동안 우리 가족은 그저 푹 쉬었다. 기온이 거의 40도에 육박하는 바람에 아침저녁으로는 수영장에서 더위를 식히고, 대낮엔 리조트 내의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라테 아트도 하고, 캔버스 가방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도 그리고, 호이안 랜턴도 만들었다. 마사지받으러 밖에 한두 번 나갔다 오는 것 제외하면 거의 리조트 내에만 있었다. 쉬면서 책도 읽고 알차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남편과 아이는 수영장 귀신이 되어 현지인들보다 더 새까매졌다. 해지고 어두워지면 새하얗게 이빨만 보일 정도로. 그리고 옷을 입은 부분만 안타서 마치 그들의 다리는 흰색/검정 캡슐 알약 모양 같다. 오죽 뜨거웠으면 맨발로 모레를 밟다가 발바닥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그래도 푸꾸옥은 4월까지가 건기라, 여행하기 좋을 때 잘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정말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안락하고 편안한 여행이었다. 우리의 쉼이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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