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 Mar 08. 2024

05 할머니는 알고도 보이스피싱에 당했다.

“은행 좀 갔다 올게.”


“은행 좀 갔다 올게.”


모바일 은행이나 ATM 사용이 서툰 할머니는 늘 은행에 간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 날도 은행에 간다며 분주하게 준비했다.

그런데 누구랑 통화를 하다가 급하게 은행에 가는 상황이었다.


이상했던 것은 가방에 핸드폰을 반 꺼낸 채로 나간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해서 물어봤다.

“어디가?”


“….”


“어디 가냐니까?”


“….”


“어디 가는데!!!”


“은행 좀 갔다 올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땐 내가 중학생 때였나?

보이스피싱에 관련된 통화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전화를 못 끊게 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였다.



그렇게 할머니는 보이스피싱범의 통화를 끊지 못한 채

은행으로 나갔다.


할머니도 이게 보이스피싱이란 걸 분명 알고 있었다.


대체 할머니한테 뭐라고 말한 진 모르겠지만

통장을 챙겨 은행으로 나갔다.


할머니는 그렇게 은행으로 가는 길에

어찌어찌 할아버지한테 그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마음이 급해지니 경찰을 부를 생각이 안 났다고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도 경찰에 전화를 하지 않고 파출소까지 달려갔다고 한다.

급박한 상황에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됐던 것이다.


보이스피싱범은 할머니가 은행에 다 왔단 사실에 얼마나 신났을까?

다시 생각해도 짜증이 난다.


아무튼 다행히 은행 직원도 보이스피싱이란 것을 바로 눈치채서

금전적인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보이스피싱범을 잡진 못했다.


경찰들은 왜 전화를 안 하고 직접 오셨냐고 물었단다.


노인들은 이렇게나 보이스피싱에 취약하다.

알면서도 겁이 나고 놀라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이다.



이 날만 생각하면, 집에 할머니와 같이 있던 내가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라며

가끔은 자책하곤 한다.


할머니도 손에 땀이 나게 긴장했던 이 날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지,

이제는 그 어떤 스팸 전화가 와도 됐다면서 바로 끊는다.

하나의 예방주사였던 셈이다.



다섯 번째 情(정)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보이스피싱에 관련된 교육을 해드려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전화를 걸 거고,

전화를 끊지 못하게 유도한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직접 보여주며

이럴 땐 바로 전화를 끊거나 경찰을 부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실제 상황에 닥치면 당황하기 때문이다.

젊었던 나도 인지를 못했으니..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핸드폰으로 생각보다

광고, 스팸 전화가 꽤 많이 온다.

잠시 시간을 내어, 스팸 차단 어플을 깔아드리는 것도 좋다.


요즘엔 스팸 전화가 오면 전화벨이 울림과 동시에

“스팸 신고된 전화입니다”라고 말해주는 기능도 있다.



다섯 번째 情(정)

예방하기.

이전 05화 04 할머니들이 뽀글 머리를 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