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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바 Apr 22. 2024

다합 블루홀, 스쿠버다이빙을 해내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무서움을 잊은 채

스쿠버다이빙 이론 시험에 통과했다. 매일 아침 다이빙 샵은 분주하다. 아직은 다이빙 장비 체결과 해체가 서투르다. 준 강사는 친절하게 다시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이퀄라이징을 연습하고 라이트하우스로 향했다. 그날은 컨디션이 좋았다.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쉬는 동안 몸도 마음도 충전이 되었다. 처음과 다르게 발걸음이 가벼웠다. 주변 사람들이 응원을 해준 덕분이다.


"준비됐어요? 저를 보면서 천천히 들어오세요"


심호흡을 크게 한 번하고 바다에 입수했다. 코를 잡고 이퀄라이징을 시작했다.


'이거구나, 귀가 뚫리는 느낌!'


귀가 안 아프다. 이퀄라이징을 해냈다. 강사에게 괜찮다고 오케이 수신호를 보냈다. 그를 따라서 수심 5m까지 내려왔다. 바다 입수는 성공했지만 내 몸은 점점 수면 위로 뜨고 있었다. 오픈워터 교육인 중성부력을 배울 차례다. 중성부력은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상태다. 준 강사는 부력조절기구(BCD)를 조절해서 뜨고 가라앉는 것과 온전히 호흡으로 뜨고 가라앉는 법을 보여주었다. 그를 보며 천천히 따라 했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면 몸이 떴고 숨을 내쉬면 몸이 가라앉았다.


이미 바다 입수만으로도 큰 성취감을 느꼈다. 별 어려움 없이 중성부력을 하고 나서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스쿠버다이빙을 포기하겠다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바닷속에 있는 '나'를 집중하고 있었다.


"눈빛이 바뀌었어요. 재미를 느낀 것 같아요!"


그때 알았다. 그 순간만큼은 물이 무섭지가 않았다.

다합 라이트하우스. 오픈워터는 가파른 지형을 돌아다닌다.
부력조절기구(BCD)와 호흡으로 중성부력을 연습하는 중이다.

호버링: 호버링이란 중성부력을 이용해서 가라앉지도 뜨지도 않는 기술이다. 호버링은 해양 생물을 보거나 공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하다. 처음 오픈워터 교육을 받을 때는 발로 이용해서 중성부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호버링 연습을 많이하면 발이 아닌 호흡으로 유지하게 된다.


말도 안 돼! 이런 세상이 있다고?
다합 캐년 (Canyon)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중성부력을 연습하면서 어드밴스 교육도 시작되었다.


어드밴스 교육

수중항법

(나침반을 이용해서 길 찾기)

장애물 통과하기

(커다란 링 안에 통과하기)

딥 다이빙

(18m 이상 내려가기)


수중항법과 장애물 통과하기 등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스쿠버다이빙을 배웠다. 마지막 단계인 딥 다이빙으로 다합 블루홀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제는 다이빙 장비 체결과 해체도 혼자서 척척 잘한다. 제법 다이버 느낌이 난다. 블루홀에 가는 길에는 캐년 다이빙 포인트가 있다. 교육생과 펀 다이빙 팀으로 나뉘어서 입수할 준비를 했다.


준 강사는 먼저 캐년 지형과 해양 생물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여러 교육생들과 같이 바다에 입수했다. 내 버디는 윤호(가명) 오빠다. 버디는 안전을 위해서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다. 처음 느껴보는 조류의 세기. 호흡기가 빠질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호흡기를 꽉 붙잡았다. 윤호 오빠는 차분하게 조류를 타며 즐기고 있었다. 강사가 다니는 수심대를 맞춰가며 캐년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가 작아서 한 사람씩 천천히 내려갔다.


'말도 안 돼! 이런 세상이 있다고?'


수심 30m.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해양 다큐멘터리에서 바다 생물을 본 적은 있어도 멋진 바다 지형은 처음 봤다.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순간이다. 교육생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캐년 입구도 올려다보았다. 숨 막힐 듯한 멋진 절경. 내가 바닷속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깊은 수심은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아쉬움을 남긴 채 다시 천천히 캐년 입구를 나왔다.


그러나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바닥에서 엄청난 버블커튼이 올라왔다. 버블커튼은 다이버들이 호흡기를 통해 나온 버블이 동굴 지형을 뚫고 나오며 생기는 공기방울이다. 내가 스쿠버다이빙을 포기했다면 바닷속 세상을 몰랐을 터다.

캐년 동굴 밑에서 위를 올려다본 모습이다.
수심 30m에서 캐년을 바라 본 모습이다.
버블커튼을 지나가는 중이다.
신기하고도 예뻤던 버블커튼이다.

준 강사는 또 다른 사진 포인트로 안내했다. 산호 근처에는 빨간 물고기들이 모여 있었다. 물고기 이름은 안티아스다. 그가 한 사람씩 사진을 찍어준다. 내 차례다. 이 순간은 잊을 수 없다.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물고기 덕분에 마치 인어공주가 된 기분이었다. 천천히 다합의 바다를 구경했다. 그는 나에게 공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수신호로 물어보았다. 공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40분간의 다이빙이 안전하게 끝났다.

안티아스 물고기들로 둘러싸인 나

첫 다이빙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다. 다음 다이빙을 위해 공기통을 교체했다.


"이제 완전히 적응했네요. 다이빙 어땠어요?"

"좋았어요. 제가 모르는 세상을 탐험하고 온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다이빙 포기 안 하길 잘했죠?"


준 강사는 내가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물 공포증이 더 심해졌을지도 모른다.


깊고 깊은 그곳에는
다합 블루홀 (Blue Hole)

왼쪽 사진은 다합 블루홀 / 오른쪽 사진은 벨리즈 그레이트 블루홀

사진 출처: 픽사베이


"강사님! 여기가 블루홀이라고요? 그럼 대체 여기는 어디예요?" 


11년 전에는 지금처럼 포털 사이트에 다합 정보가 많지 않았다. 중앙아메리카 벨리즈 그레이트 블루홀을 다합 블루홀인 줄 알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그게 나다. 거대한 블루홀을 기대했는데 조금은 실망했다. 그러면 어떠하랴. 마지막으로 블루홀에 다녀오면 오픈워터와 어드밴스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준 강사는 또다시 블루홀 지형과 해양 생물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그가 안내한 입구가 좁아서 한 사람씩 입수했다. 블루홀 지형은 한쪽에만 산호벽이 있고 바닥이 보이지 않은 깊고 깊은 바다였다. 깊이는 130m. 블루홀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준 강사는 쇠 막대기로 공기통을 친다. 물안에서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가 찾은 해양 생물을 보여준다. 노란색 테두리에 검은색 삼색 줄무늬가 있는 민달팽이다. 교육생들은 중성부력을 유지하며 구경한다. 다른 포인트로 이동했다. 교육생들과 둥글게 모여서 손을 잡았다. 준 강사는 수면 위가 비치는 우리들의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안티아스 물고기를 보고 다이빙을 마쳤다. 내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은 아름다웠다.


"드디어 교육 끝났어요. 축하해요. 앞으로 다이빙 즐길 일만 남았네요" 

블루홀에 입수를 하고 산호벽을 따라서 다이빙을 한다.
호흡기에서 나오는 물방울까지도 좋았다.
낮은 수심으로 오면 안티아스 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호버링을 익히면 해양 생물을 즐겁게 볼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나는 물이 좋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다합 블루홀을 다녀와서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호흡기로 내 숨소리에 집중할 때면 내가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순간들, 온전히 나를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 현실세계에서 느낄 수 없는 고요함이 좋았다.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다이버가 되었다.


오픈워터와 어드밴스 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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