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여기 Mar 12. 2024

돌밥돌밥의 최후, 복잡 미묘한 심경고백

밥 차리다가 겨울 방학이 끝나버렸다.

"으앙~안돼에 내 방학!!"



방학은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설연휴 지내고 나니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두 공주들은 날짜를 세어보더니 소리를 꺅꺅 지르며 아쉬워한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아,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지?"








"으힝~ 엄마랑 셋이서 점심 먹기 없어?"

"그러게 말이야. 이제 평일에는 엄마 혼자 밥 먹네."

"간식도 같이 만들어 먹고 싶은데 이제 못하잖아~ 아쉬워."

"주말에 하면 되지~"



곧 맞이할 "자유시간" 생각에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는데 어딘가 모르게 허전함이 느껴졌다.

3월이 되고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이 된 두 공주들.



폰에 있는 알람시계가 다시 활성화되었다.







방학 때는 새벽 일찍 눈 뜨던 아이들이 7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개학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이 피곤한가 보다. 방학 때는 제발 좀 더 자라고 해도 못 자던 녀석들이... 짠하기도 하면서 참 기특하다.




단단살림 : 눈 뜨면 신선하게 살아있는 음식 먼저 먹기 (몸의 감각 깨워주기)



7시에 식전 과일을 내어주고, 7시 30분에 따끈한 밥을 차려준다. 머리카락은 붕 떠있고 오물오물 밥을 먹는 나의 천사들.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들어오니 텅 빈 집이 남아있다.




조용하다 못해 너무 고요한 우리 집.

빈 공간만큼 아쉬움과 그리움이 올라온다.




지난 60일간 돌밥돌밥하며 보낸 엄마의 겨울방학.

책 읽기도, 글쓰기도, 영상촬영도... 나만의 시간도...!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 최우선 순위는 오로지 육아! 그중에서도 돌밥돌밥! 그 최후는…?








다양한 그릇 쓰는 걸 좋아하는 내가 아이들 밥상 차리며 마음껏 누렸다.

혼자 있으면 점심 잘 안 차려 먹는데 아이들 덕분에 꼬박 챙겨 먹었다.

"여보 진짜 대단하다! 고생이 많아!"라는 말을 남편에게 수십 번 들었다.

둘이서 잘 놀다가도 배고플 때 1순위로 엄마 찾아와서 "배고팡~"하며 애교 부리는 모습도,

아이들이 먹고 싶은 요리를 언제든지 해줄 수 있는 것도,

미리 간식 싸들고 놀이터 가면 기뻐하며 "엄마, 최고!"라고 방방 뛰는 모습도,

사실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차렸지만 아이들이 "엄마, 진짜 맛있어요!" 할 때도~

소중한 순간들이 참 많았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딱 한마디가 떠올랐다.

"감사합니다."




진짜 맛있어서 자꾸 손이 갔던 쿠키 : 방학 간식



나는 떠나가는 방학이 아쉬울 만큼 잘 보냈구나.

돌아보면 내 사리사욕도 잘 챙겼던,

나도 많이 행복했던 방학이다.




여름방학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다음 방학 때는 더 재미있게 행복하게 보낼 생각에 벌써 기대가 된다.



엄마랑 긴 겨울방학 함께 보내 준 두 공주들에게 고맙다. 오후에 만나면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마음껏 표현해야지.











이전 07화 아이가 배고파도 밥 차려주지 않는 엄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