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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다 Apr 25. 2024

매일, 매일

"어디십니까?"


"이제 막 전철에서 내렸어요. 어디신가요?"


"저는 학원 끝나고 집에 가는 중입니다. 중간에서 만날까요?"


"왜요?"


"오랜만에 같이 산책이나 할까 하고요."


"좋네요. 그럼 00 앞에서 만나시지요"


고1 아들은 가끔 나의 퇴근길에 함께 하는 친구가 되어준다. 어두운 밤길을 같이 걸으며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지 안부를 묻고 고민도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집 앞.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면 집 주변을 한 바퀴 더 돌기로 하고 못다 한 얘깃거리들을 내놓는다.


"엄마랑 이렇게 얘기하니까 너무 좋다."


아닌데... 내가 더 좋은데... 어른인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너에게 큰 위로를 받아 참 고마운데...

 그런 아이를 보면 문득 아이를 임신했을 때가 생각난다. 회사 생활한 지 겨우 3년이 지난 때였고 연차도 얼마 안 되어 나도 모르게 남도 주지 않는 눈치를 봐가며 지냈던 직장 생활 속에서 내게 와준 아기에게 매일, 매일 말을 건네곤 했다.

"아기야 엄마가 오늘 이래서... 저래서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우리 아기가 엄마랑 같이 있어줘서 힘이 났어. 엄마 잘하고 있지?"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아이가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게 습관이 된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성장하지 못한 엄마가 못 미더워서일까?


"완소~ 엄마가 매일, 매일 고맙고 미안해"


완소는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아들을 부를 때 쓰는 애칭입니다

완소 : 완전 소중한 아이

아마도 평생 쓸 애칭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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