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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Mar 23. 2024

복숭아나무는 집에 안 심는대요

정말 예쁜 복사꽃

  나는 복숭아를 좋아하고 복숭아꽃은 더 예뻐서 아버님께 나무를 심자고 했다. 우린 약을 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복숭아는 거의 못 먹는다. 아마도 과일 중에 가장 단 맛을 내는 것 같다. 자두나 살구는 약을 안쳐도 먹을 수 있는데 복숭아나 사과는 아예 못 먹을 정도다.


  삼국지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나무 숲에서 의형제가 되기로 결심하고 술을 나눠 마시는 의식을 치른 도원결의가 유명하듯,  ‘서로의 단결과 일치’의 의미로 ‘복숭아나무 같은’이라는 표현도 쓴단다. 나무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복사나무는 많이 알고 있다. 실제로 유비와 장비의 고향인 탁 군(북경인근)은 현재에도 복숭아가 유명한 지역이다.



  복사나무라고  부르지만 복숭아나무도 함께 쓰인다니 편하게 부르면 좋겠다. 복숭아도 순우리말인 ‘복셩’이라고 불렀다가 복숭아꽃을 뜻하는 복셩화가 열매까지 뜻하게 되어 발음이 복숭아로 변화하였다. 맛도 좋지만 사과처럼 두고 먹을 수 없어, 통조림 잼 같은 저장식품이나 주스로 많이 만들어진다. 


  나는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무를 심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판매를 위해  과수원 하시는 분들은 과일을 따기 좋게, 또 잘 익을 수 있게  전지도 많이 하고 키도 안 키우고 옆으로 나무들을 벌려놓는다. 물론 복숭아밭에 꽃이 피면 황홀하기 그지없으나, 전지 하지 않은 우리 밭 나무들 꽃은 정말 얼마나 더풍성하고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래서 복숭아꽃이 피면  매일 밭으로 간다. 걔들이 보고 싶어서다. 꽃들이 며칠이 지나면 색이 옅어지면서 나중에 나온 아이들과 색이 조화롭게 어울려서 더 예쁘다. 여러 개의 나무가 섞인 듯 이쁜 분홍빛이 아주 다양하게 섞여있다. 본래 집 안에는 복숭아나무를 안 심는다는 속설도 있단다. 왜? 너무 이뻐서. 와이프는 안 쳐다보고 복숭아꽃만 본다고. 재미난 이야기다. 

 밤에도 그 고운 빛깔이 더 이쁘다. 복숭아꽃만큼은 아니지만 한여름에 피는 자귀나무도 핑크빛을 내는 꽃이다. 걔들은 너무 특이하게 밤이 되면 잎들이 반으로 나뉘어 붙는다. 그래서 금실이 좋으려면 자귀나무를 심으란 말도 있다. 자귀나무는 집에 심고 복숭아나무는 밭에 심자. 또 한 가지 더, 사실은 복사나무는 병충해에 약해서 진딧물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떨어지는 진득한 액 때문에 집에는 안 심는다고도 한다. 


  꽃 색은 저마다 다양하고 누구라 할 것 없이 다 예쁘지만 핑크는 정말 압도적이다.  봄의 전령사 벚꽃의 핑크는 복숭아의 분홍빛보단 연하지만, 모여서 한꺼번에 피어나니 장관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복숭아꽃이 더 좋다.  봄이 되면 복숭아가 많이 나오는 시골로 일부러 드라이브를 간다. 줄 맞춰서 심어놓은 그 꽃들을 보려고. 법륜스님께서 예전에 강의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꽃을 보고 이쁘다 이쁘다 하면 누가 좋을까요? 꽃이 좋아해요?”라고 물으셨다.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이쁘다 이쁘다 하는 내가 듣고, 말하니 본인이 좋지 않겠나? 화를 내면서 이쁘다 하진 않으니까. 사랑스러운 얼굴로 웃으며 말하게 되니 말하는 당신이 좋은 거다.


  내년엔 전지를 조금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꽃이 이쁘다고 안 잘라 주었더니 사람의 터벅 머리처럼 많이 헝클어진 것 같다. 조금씩 잘라주어 바람도 통하게 하고 조금 가볍게도 만들어줘야겠다. 그간 꽃을 보려고  욕심을 부렸나 보다. 그 점 또한 자연을 보면서 배운다. 모든 만물이 사람과 같다. 나무가 말은 못 하지만 보면서 느껴지는 것이 있다. 조금씩 그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내 욕심도 비워가면서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자연 속에 다 있다.  어느 자리에서 나더라도 묵묵히 생명을 이어가는 그들을 보면 정말 기특하다. 지금 한창 꽃대에 살이 오르고 있다. 꽃이 피어날 때 또 뛰어다녀야지. 머리에 떨어진 꽃잎 얹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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