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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Mar 30. 2024

산소에서 캐서 온 머위사랑

쌉쌀한 머위

  나는 머위나물을 정말 좋아한다. 대구에서 머구라고도 하는데, 봄이 되면 잊지 않고 머위나물을 해 먹는다.  어느 날 아버님 따라 산소에 갔다가 머위를 발견하고는  기뻐서 밭에  옮겨 심었다. 시간이 지나니 많이 번져서, 봄이 되면 언니동생들에게도 나눠 줄 만큼이나 된다. 어서어서 자라기를 봄만 되면 기다린다. 삶아서 무쳐도 먹고, 데쳐서 쌈도 싸 먹고. 여름이 되어가면 잎이 세지기 때문에 그땐 키가 크기를 기다렸다가 줄기를 먹는다.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주면 더 맛나고, 봄나물로 먹을 땐 마늘을 많이 넣으면 좋다. 


  이렇게 좋아하는 머위나물도 처음에는 잘 못 길렀다. 봄이 되었다고 봄볓을 많이 쏘이면 잘 자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겨우내 덮어두었던 풀베어 낸 것이든지,  덮어줄 수 있는 말라버린 식물들을 다 걷어 주었다. 그랬더니 시장이나 다른 밭에는 머위나물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 밭엔 키가 잘 크지 않는 거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덮어준 마른풀들을 한참을 두는 것이 식물에게 더 좋단다. 빛은 우리가 모르게 어떻게라도 들어가는데 문제는 바람이다. 봄에는 특이나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심하면 봄눈까지 와 버리니까. 그러면 노출된 그 아이들은 다 얼어버린다. 그래서 식물을 키우면서 늘 배움의 자세를 가진다. 내가 또 뭘 잘못했는지, 정말 모르는 거 투성이다.

  그리고 용도에 맞는 연장을 써야 하는데 어디에 어떤 연장을 쓰는지도 몰랐다. ‘연장이 반 일은 한다’ 는데 제대로 몰라서 더 힘들기도 했다. 아버님께서는 책을 빌려보고 공부도 하고 밭일을 시작하셨다. 나는 잠시 어깨너머로 보다가 얼떨결에 밭일을 하게 된 케이스라 시간도 없었고 정말 짬 내어 잠시잠시 들여다볼 뿐이었다. 아직도 이것이 먹는 것인지 못 먹는 것인지 구분을 잘 못한다.  

 내가 심어둔 것은 잘 아는데 어쩌다 올라온 아이들, 먹을 것처럼 생긴 아이들이 있다. 그럼 일단 먹지는 않고 사진을 찍어 구글에 묻던지, 잘 아시는 분을 만나면 물어보고 먹는다. 인물은 정말 잘 생겨서 진짜 식물 같은 아이들이 꽤 있다. 첨엔 낫이 겁나서 잘 사용을 못하고 가위를 들고 다니며 잘랐다. 머위도 자르고 부추도 자르고 했는데, 나중에 낫 쓰는 법을 배우고 나서는 낫이 정말 맘에 들었다. 일단 손가락이 안 아프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며 밭에 다니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봄이다. 요즘은 풀이 잘 안 올라와서 좋고 또 봄에 나오는 풀들이 아직 힘이 없어서 잘 뽑혀서 좋다. 본래 일간(명리에서 자신의 모습)이 갑목 (오행 중에서 목 ) 이면 봄이  맞는 계절(생년월일을 넣으면 자신의 일간을 알 수 있다)이라고 한다. 봄에 얼어있던 땅들이 촉촉이 녹으면서 그 언 땅을 뚫고 나오는 새순을 보는 일은 정말 경탄 그 자체다. 그리고 봄에 나오는 식물들이 많은 유효성분들을 가지고 있다. 쌉싸름한 봄나물이 입맛을 돌아오게 한다. 봄나물에는 특히 비타민 A, C, K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면역력, 뼈 건강유지, 혈액 순환 촉진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봄에 바람이 많은 이유는 뿌리들을 깨워서 새싹들에게  물길을 보내라는 대지의 언어란다. 그렇게 봄바람을 맞고 올라온 머위는 사랑 그 자체다. 또한 민들레 등 일찍 올라오는 아이들의 홀씨를 잘 퍼트리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니 우리가 모르는 자연의 활동은 정말 경이롭기만 하다. 오늘도 머위 캐러 밭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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