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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Mar 25. 2024

선크림을 꼼꼼하게 바르셨나요?


  자연이 아름다운 청정 국가, 영화 <반지의 제왕>을 찍은 나라, 플랫 화이트가 유명하고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이 맛있는 나라 등 전 세계적으로 뉴질랜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좋은 편이다. 나 또한 여기에 크게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피부암에서 가장 악성인 흑색종 사망률이 전 세계 1위라는 사실이다. 미국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자마 의학 저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흑색종은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매년 4천여 명이 진단을 받고 이 중 350여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3월 25일 자  타우랑가 지역 UV 지수 (이미지 출처: NIWA)

  

  흑색종은 초기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고 평소 자외선을 잘 차단해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뉴질랜드는 공기가 맑고 오존층이 얇기 때문에 태양에서 방출된 자외선을 흡수하지 못해 여름의 맑은 날 한낮에는 자외선 수치가 심하면 12, 13까지 오르기도 한다. 자외선 수치가 3 이상이면 피부에 손상이 일어나고 조기 노화가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는 이것도 모르고 예전에 퀸즈타운에서 한낮에 열심히 트래킹을 했다가 두 손등이 쭈글쭈글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손등만 고스란히 자외선에 노출이 된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로션이며 크림이며 엄청나게 보습을 한 뒤에야 손등 피부가 예전처럼 돌아왔다. 뉴질랜드의 어마무시하게 강력한 자외선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퀸즈타운에서 조기 노화를 경험했던 복장 © 2020 킨스데이

   

  그래서 이 나라에서 외부활동을 할 때는 선크림을 꼭 바르고 모자를 쓰는 게 필수다. Statista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선케어 시장은 2024년 기준 34.64 Million USD (원화로 약 462억 원) 규모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지 슈퍼마켓에 가면 우리나라 올리브영보다도 다양한 종류의 선크림이 눈에 잘 띄는 진열대에 크게 차지하고 있다. 선크림이 거기서 거기지 않느냐 싶지만 어른용, 아이용, 피부타입용, 바디용, 해변가용 등 사이즈 별로 다양했다. 브랜드는 대부분 니베아였고 대부분 수입산이었다. 가격은 200 ml 기준 평균 20 NZD (원화 16,000 원) 수준인데 일 년 내내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결코 착한 가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빈부의 격차가 난다는 게 현지인의 의견이다. 국민의 건강 관리 차원에서 생리대처럼 선크림에도 국가 보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현지 슈퍼마켓 진열대에 있는 다양한 선케어 제품들 © 2024 킨스데이
현지 슈퍼마켓 진열대에 있는 다양한 선케어 제품들 © 2024 킨스데이


  그래도 뉴질랜드에서는 어느 정도 선케어가 일상화 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현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친구 딸도 등교 전에 얼굴과 팔에 꼼꼼하게 선크림을 바른다. 그리고 책가방에 항상 선크림을 넣고 다닌다. 학교에서도 선케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서 가져온 50+ PA 선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큰 차양의 비치 모자에 선글라스를 쓰고 완전 무장을 하고 동네 해변가를 산책했더니 야외활동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구릿빛 피부의 보헤미안 스타일을 하신 백인 할아버지가 지나가면서 모자가 너무 크다며 내게 말을 걸었다. "자외선 차단용이에요, "라고 대답하자 장기간 노출돼야 그런 거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글쎄요. 저는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서요. 속으로 말하면서 눈웃음을 지어주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주말에 계속 비가 오더니 오랜만에 해가 떴다. 날씨앱을 열어 자외선 지수를 확인했다. 3이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 선크림을 바르고 긴팔, 긴 레깅스를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모자에 선글라스, 양말에 운동화까지 완전무장 끝. 늘 그렇듯이 이렇게 최대한 가리고 집을 나섰다. 눈부신 햇살에 반짝거리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오늘도 나를 반겨주겠지. 평소보다 더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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