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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Mar 22. 2024

(뉴질랜드에 사는) 반려견이라서 행복해요

  

  자기 전에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는 습관이 있다. 그저 보고만 있으면 저절로 미소 한가득 짓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사르륵 녹아내리는 그런 영상들 말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우리의 바오 공주님들도 포함된다. 어릴 적 직접 키워본 동물이라고는 자라와 금붕어, 십자매가 전부라서 나에겐 반려 동물은 딴 세상 얘기이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지내면서 반려견들을 자주 보게 됐다. 특히 아침이나 저녁에 근처 해변가로 산책을 나가면 온 동네 개들이 해변을 힘차게 달리거나 동네 개들과 친목을 도모하는 등 진짜 ‘개판’이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만큼 키위들의 반려동물 사랑은 남다르다. 오늘 그 얘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뉴질랜드 해변가를 산책하는 반려동물 © 2024 킨스데이
뉴질랜드 해변가를 산책하는 반려동물 © 2024 킨스데이
뉴질랜드 해변가를 산책하는 반려동물 © 2024 킨스데이

 

  2020년 Companion Animal New Zealand(CANZ) 통계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가구당 반려동물 보유율이 64%로 미국(67%)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적어도 10명 중 6명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서 대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반려견의 경우, 여기선 하루에 한 번 이상 산책을 시킨다. 산책도 도심에서 개목걸이를 하고 동네 몇 바퀴 도는 수준이 아니다. 우리 동네 해변가에서는 크고 작은 개들이 줄을 풀고 스트레스를 푼다. 그럼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나 다른 개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주인이 훈련을 잘 시킨 인상을 받았다. 큰 개들이 내 방향으로 뛰어오면 나도 움찔할텐데 그 전에 주인이 내 근처로 가지 말라고 개에게 주의를 준다.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 "가 이 해변가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통하는 느낌이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이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개들이지 않을까?" 모래사장에 사람 발자국보다 더 많은 개발자국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펫푸드 샵 © 2024 킨스데이

  

  이런 현상에 따라 뉴질랜드의 반려동물 사료 시장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Statist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뉴질랜드의 시장 규모를 570만 달러 USD로 추정했고 이는 원화로 7,500 억 원 규모다. 참고로 한국은 2조 원 규모다. 키위들은 반려동물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를 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의 경우, 과거 자료에서 연간 백삼십만 원 이상 지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보았다. 몇 주 전 ‘펫알못'인 내가 지인을 따라 오클랜드의 어느 펫푸드 샵에 갔다가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펫푸드 샵 자체가 웬만한 미니 슈퍼마켓 사이즈로 엄청나게 컸을 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종류별, 나이별, 사이즈별, 영양 케어별로 국내외산 각종 사료들이 한 벽을 꽉꽉 채우고 있었고, 각종 사이즈의 뼈다귀며 쿠키며 간식 종류들도 브랜드 별로 실감 나게 진열되어 있었다. 각종 장난감이나 소비용품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마치 코스트코에 가면 산 건 없는데 십만 원이 훌쩍 넘는 것처럼 여기도 순식간에 백 달러가 훅 넘어갈 듯한 인상이었다. 키위들은 반려동물에 정말 진심이구나. 예전에 친구한테서 반려견을 애지중지 키우는 "스카이개슬"에 대해 듣고 웃어넘겼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백신 접종과 그루밍 관리도 해야 한다. 여기도 아프면 동물 병원에서 부르는 게 값이다. 그래서 반려동물 보험을 드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보험까지는 부담스러워 들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우리 개가 아프면 눈앞이 캄캄질 것 같아요. 사람보다 더 비싸니까요, "라고 지인이 말했다. "출장이나 여행을 가게 되면 주변 동네 지인들끼리 서로 반려동물을 케어하고 있어요. 이런 커뮤니티 안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이 비용 차원에서도 안전 차원에서도 중요해요, "라고 덧붙였다.     


"동물을 지각력 있는 존재로서 존중한다."


 뉴질랜드인의 반려동물 사랑에 발맞춰 동물권과 동물 복지, 반려동물 관리 시스템도 꽤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편이다. 이 나라에서 반려동물의 권리와 복지는 전반적으로 수준 높은 편인데 초창기 영국에서 온 정착민과 함께 가축학대방지법이 함께 들어오면서 진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3년에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어 "비인간 인격체"로서의 동물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뉴질랜드 한인 매체 <Property Journal>에 따르면, 농림부 산하의 생태환경안전국(Biosecurity Authority)에서 생태계와 식물, 동물을 관리하는데 여기에 소속된 '동물 윤리 자문위원회(AEAC)'와 '동물 복지 자문위원회'에는 농업관계자, 동물 복지 전문가, 수의사, 동물 행동 심리학자 등 현장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동물의 윤리적 문제와 복지 이슈에 대해 다각도로 차원 높게 다루고 있다고 한다.


  지역 정부에서는 지역 내의 반려동물을 관리하고 관련 이슈를 책임 있게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3개월 이상된 반려견을 키우려면 로컬 카운슬에서 반려견을 매년 등록하고 마이크로 칩을 1회 영구적으로 삽입하는 것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는 반려견을 잃어버렸을 때 찾기 편하게 관리하기 위함인데 쌀알 한 개 만한 칩을 목덜미 쪽에 삽입한다고 한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타우랑가의 경우, 등록 비용은 100 NZD~150 NZD (원화 약 8만 원 ~ 12만 원)이고 마이크로칩 삽입 비용은 30 NZD(원화 약 24,000 원)이다.


 뉴질랜드가 '반려동물의 천국'이라고는 하지만 여기에도 음지가 있다. 유기동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생활고와 높은 물가로 인해 반려동물을 갖다 버리는 수치가 급격히 증가해 동물보호소 직원들이 고충을 토로한다는 언론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또한 맹견 관리 소홀로 인해 소송 중인 케이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말 못 하는 반려동물이 무슨 죄가 있을까? 결국 견주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반려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자격 요건 강화 및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몇 년 전에 미국 동물보호단체에 의뢰를 받아 우리나라의 동물 복지와 보호권에 대해 리서치 연구를 주도한 적이 있었다. 그때 현장에 계신 분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결국에는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인 만큼 이들과 함께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성숙한' 방법을 다같이 꼼꼼하게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결국 정부, 기업, 시민이 모두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뉴질랜드에서 바람직한 사례를 경험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일 해변가에서 누군가의 반려견을 만나게 되면 좀 더 따스한 눈빛으로 "그래, 우리 같이 행복해보자, "라고 속삭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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