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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Apr 27. 2024

햄버거에 맥주 파도 앞에서 와구와구

베트남 보름살기 03 : #나트랑 #신투어리스트 #루이지애나


메이플호텔 조식 라운지는 6시에 오픈한다. 음식 상태가 가장 좋을 때 먹고 싶으니 5분쯤 지나서 내려왔다. 각국에서 관광객이 오는만큼 식사 종류가 다양하고 맛도 좋은 편이라서 행복했다. 작지만 알차다고 표현하면 딱일 것 같다. 한 끼 먹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깔끔히 넓은 식당


베이컨은 전날 해둔 걸 데우는 방식이라 유일히 별로였지만 다른 음식은 모두 무난하다. 요거트가 정말 맛있고, 언제든 어디서든 여행하는 동안 아침에 마시는 오렌지주스가 참 좋다. 이쯤에 내려오면 부지런한 사람 많은 한국과는 달리 주변에 몇 없어서도 좋다.



오전 내내 아이패드로 이북 보면서 뒹굴거리다가 체크아웃, 정확히는 룸을 교체하러 리셉션으로 내려갔다. 호텔에 빈 방이 그렇게밖에 없어서 슈페리어룸에서 하루, 다른 룸에서 여행 중 나머지를 묵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여름나라를 대비해 반팔을 입었는데 최상이라고 느낄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봄과 가을 사이, 한여름은 아닌 그쯤의 날씨였고 이래서 사람들이 나트랑, 나트랑 하는구나 생각했다.



우선은 여행사인 신투어리스트 나트랑점으로 이동해 달랏 가는 버스를 미리 예약해두었다. 나트랑에서 달랏으로 가려면 아직 6일이나 남았다. 여행 기간은 그보다 더 남았다는 이야기라서 날씨에 한껏 행복해진 기분이 두둥실 그보다 더 위로 떠오르기 바빴다.


아참. 2020년 정보지만 나트랑에서 달랏 가는 신투어리스트 버스는 일요일 시간대가 07:30, 13:00 밖에 없다. 그러니 여행기간이 짧다면 혹시 모르니 미리 예매해두는 걸 추천한다. 버스 출발 30분 전까지 출발지점으로 가면 된댔다. 가격은 149,000VND = 한화 7,450원이었다.



할 일을 가볍게 끝냈으니 이제는 끝내주는 날씨의 바다를 구경하러 간다. 루이지애나라는 식당에서 썬베드를 7만 동 주고 빌렸다. 맥주 샘플러를 주문했더니 색색깔의 네 가지 자그마한 잔이 나왔다. 맛은 다 연하다. 다른 건 무난했고 흑맥이 드립커피처럼 부드럽게 넘어갔다.


누워서 아이패드로 이북 보고, 적당한 소음을 곁들인 파도 소리와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고, 더위를 살짝 피한 그늘 아래에서 마스크를 살짝 내리면 바다 짠내가 슬쩍 올라온다. 여행사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이래서 휴양지 여행 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로 썬베드에 누워보니 이곳이 천국이다.


베트남 여행을 와서 한순간도 안 좋은 적이 없었지만 여기서는 최고로 행복할 뿐이다. 세 시간 반이 넘어가는 동안 낙원 같은 시간을 즐겼다. 더 있고 싶었지만 루이지애나가 디너 타임을 갖기 전 브레이크타임인지 청소 중이라 화장실을 잠가 놓은 듯해서 어쩔 수 없이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



나트랑 루이지애나 Beef Burger에 egg를 추가했다. 맛있다. 번에서 버터향이 느긋하게 새어나왔고 계란과 패티의 조합이 좋다. 감튀도 하나도 안 짠데 맛나다. 썬베드를 골라 앉은 뒤 주문하고 누워있으면 직원분이 모래사장까지 가져다주신다.



나트랑 해변가의 연은 안 보이면 서운하다. 대한민국의 경주 말고도 연이 이렇게 익숙한 곳이라니, 한국의 연과는 다른 생김새지만 어찌 됐든 신기하긴 하다.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깨달았다. 나트랑은 바다도시인데도 갈매기가 없다. 참새와 비둘기 뿐이다.



숙소로 돌아왔다. 새로 체크인한 4층의 디럭스 발코니룸, 창문을 열면 벽 뷰인데 아래를 내려다보면 나름대로 감성 있다. 바깥 바람이 시원했고, 인위적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건너편에서 혹시나 나를 볼 수 있으니 에어컨을 가끔 틀며 커튼 치고 살아야겠다.


침대 두 개를 합쳐둔 더블퀸사이즈 베드
오늘도 분홍 구름


어김없이 일몰을 보러 나왔다. 해변 한쪽에는 요가인지 수련인지 모를, 심신을 단련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들의 몸집이 천천히 오랜 시간 흘렀다. 나도 사람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는 댄스나 요가클래스에 참여하고 싶어서 밋업이랑 페이스북 이벤트를 찾아봤는데 딱히 끌리는 곳이 없었다.



환상적인 분홍구름이다. 하늘이 그리워서 한국을 떠나온 터라 쉽사리 이룬 목표와 행운에 가슴 깊이 감동이 밀려왔다. 물론 모국도 여전히 구름과 하늘이 아름다울 때가 많지만, 동심과 향수를 자극하는 이런 분홍색은 더 이상 보기 힘든 그림이다. 



나트랑은 해가 바다 쪽에서 뜨고 건물 쪽으로 지나보다. 분홍색 구름은 사방으로 떠다녔지만, 막상 18시 경에 있던 일몰은 너무 짧았고 크게 멋있지 않았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해변가 산책을 한 시간 넘게 할 수 있었다. 걸어도 걸어도 질리지 않았다.



오늘도 팔 근력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한참 몰입해있자니 어제 본 것 같은 러시아 여성 두 분도 헬스장으로 내려왔다. 내적으로 반가워하며 운동 후, 방 가서 샤워하고 영화 보다가 잤다. 이런 강 같고 꿀 같은 휴식이라니 오늘도 나트랑에서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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