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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영 Apr 14. 2024

창작의 본질

어린이로 부터

        

저는 인공지능이 미술을 창작하는 세상에서, 이대로 미술을 가르쳐도 될까라는 고민과 염려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질문은 아이들은 도대체 미술창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로 이어졌고, 이것을 아이들에게 질문하면서 하나의 연구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창작이 뭐라고 생각해?”

저는 이렇게 아이들이 생각하는 창작을 알기 위해, 아이들과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상상하고 만드는 거요” 

“머릿 속에 있는 거를 하는 거요”

“원래 없었던 방식이나 물체를 나의 머리를 이용해서 만드는 거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창작은 새로운, 의미 있는, 원래 없던 것을 자신만의 기법이나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하고 실천하는 자발적 의지를 가지는 행위죠.

저는 배우는 미술이 아닌 아이들의 ‘자발적 창작’이 점점 궁금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걸 그려요. 캐릭터를.. 나만의 생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거를 그리거나      하니까 좋은 거 같아요”

“주로 종이접기로 신기한 걸 만들어요. 제가 종이접기 개발할 때, 되게 자랑스러워요”

아이들은 미술가들처럼 자신만의 창작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박스를 결합하여 만들고, 종이를 오리거나 붙이고 두껍게 변형시킨다던가, 인형 옷을 만들거나 상상 속 풍경, 꿈이나 비현실적인 것 그리고 글과 그림이 담긴 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대답을 유심히 살펴보면 창작의 상황에서 정형화된 이론이나 지식을 적용하는 것을 넘어자신만의 창작물을 위해 그 상황에 적합한 것을 창출했습니다. 유튜브나 검색을 통해 방법을 찾아 그대로 모방을 하기도 하고, 새롭게 아이디어를 추가하고 감하면서 해결책을 찾고 있었죠. 또한 상상을 통해 다소 엉뚱한 생각이나, 시간적 공간적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기도 했는데요. 대체로 학교에서 말하면 엉뚱하거나 쓸 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중요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것들이 허용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로써 아이들은 해방감이나 성취감만족감을 느끼고 있었죠. 


“맨날 스트레스 때문에 넘지 못했는데, 상상해서 넘는 느낌이에요”
 “머릿 속에서 하는 창작도 일종의 창작이에요. 시간과 물질의 한계가 없는 최고의 창작”      

거의 한 달이 넘게 아이들에게 창작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사실 창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질문에 아이들이 어떻게 대답할까. ‘몰라요’라고만 답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솔직했고 진지했고 총명했습니다그리고 더욱 놀라웠던 건 아이들의 표정이에요저는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며 아이들의 표정을 정면으로 오래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아이들은 미술을 말하며 때론 진지하고때론 신나는 모습이었는데 그 표정에는 미술에 대한 애정이 나타났습니다

  “로버트 피거슨이란 책을 만들고 있는데, 마음을 담아가지고, .. 솔직하게 담아서 뭔가 시원해요. 마음을 딱 담는 거니까” 

  “그림을 그리면 기분이 좋고, 뭔가 마음이 편해지고 잡생각이 없어져요”

  “미술은 재밌는 거. 미술 할 때 뭔가 마음이 좋아요.”

  “제가 창작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그냥 제가 가끔 책에 다가 내가 그리고 싶은 주제 같은 거를 그려서 약간 스트레스나 그런 피로감을 풀기도 해요.”     


창작 행위를 통해서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풀리고 잡생각이 없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매일 쌓인 스트레스가 한줄 한줄 풀린다고 말 할 때면, 전 뭔가 고맙고 뭔가 짠했습니다. 미술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한편 안심도 됐구요. 

아이들이 창작을 통해 느끼는 것은 단지 감정 해소 차원 만이 아니었습니다자신을 찾아가는 활동이자자기 자신과의 소통인 내면적 경험을 하고 있었죠저는 이것을 성찰과 같은 행위로 말하고 싶습니다아이들이 창작을 말하며그로 인한 흥분과 떨림의 목소리는 어떤 예술작품을 감상 한 것 만큼이나 제게 큰 울림이었습니다.     

“흐뭇해요. 내가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썼으니.”
 “창작하면 해낸 느낌이 들어요”     




아들의 창작. 수학문제를 푼 연습장으로 건물을 만들고 물총으로 건물을 붕괴시켰다. 시원해라!





저는 아이들을 통해서 미술창작 정의와 역할을 새삼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미술창작을 통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재구성하고, 문제 상황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자기 주도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창작의 과정은 수동적으로 배우는 자에서 자발적으로 창조하는 자가 되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그토록 교육적으로 이루려고 하는 목표들 일 겁니다그런데 아이들에게 빡빡한 공부 스케쥴로 이런 시간들은 밀려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아이들이 창의적이길 바라고 이를 위한 교육을 하고 있음에도 창작할 시간이 부족한 것, 결국 ‘상상하고 생각하며 자신과 만나는 창작 행위의 시간’은 허락해주지 못하고,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되버린거죠.     


 “잘 안 그려요. 엄마가 숙제하라고 해서.”

 “마땅히 재료가 없고 시간도 막 바쁘고, 숙제도 많고, 학원도 많고.”


아이들은 상상하고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는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삶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인간의 생각하고 사유하는 능력, 선택하고 판단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죠. 현재 지식교과 위주의 학원 스케쥴과 숙제에 밀려 ‘상상하고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의 모습’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거리가 먼 모습일 겁니다. 

스마트폰이 장난감이 된 세상에서 책 대신 유트버가 정리해 준 영상으로 지식을 이해하며, 책 한 페이지를 천천히 이해하고 사유하는 능력을 아이들은 점점 잃고 맙니다. 

생각하는 인간, 사실 그것은 인간이 가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능력일텐데요.     


아이들이 말한 창작 정의를 들어보면아이들은 미래교육의 원리를 이미 알고 있는 듯 합니다우리가 상상하고 생각할 시간창작할 시간을 쓸 때 없지 않다고 여긴다면아이들은 상상할 것이며질문을 던 질 겁니다그 상상을 인공지능을 활용하든 내 손으로 하는 펼칠 거에요그런 생각을 할 때면영준이의 목소리가 다시 떠오릅니다.

창작이요나의 생각을 발휘하는 그런 힘을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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