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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pr 24. 2024

 엄마의 계란찜


집밥을 만든 지 10년 차가 되니 이제 정말 많은 음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에게도 어려운 요리가 하나 있다(물론 딱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바로 계란찜이다. 그게 뭐라고 맛 조절과 물 조절이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계란 3알에 물 몇 ml, 계란 4알에 소금 1/2 스푼, 참치액 2/3 등등... 분명 비슷하게 넣는데도 맛이 나지 않는다. 매번 할 때마다 더 맛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거의 만들지 않는 요리가 되었다.



정말로 많은 요리 장인들인터넷에 수많은 계란찜 레시피를 올려놓으며, 이렇게나 쉬운 요리가 세상에 있다고 올려놓았는데 왜 매번 내가 만들 때는 도대체 그 맛이 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 계란말이는 제법 잘 만든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 같은 계란요리인데 엄연히 계란말이와 계란찜은 너무도 다른 이다.



 





친정엄마는 요리를 잘하신다. 어릴 때부터 우리가 먹고 싶다는 음식은 무엇이든 뚝딱뚝딱 잘 만들어 주신다.



그러나 요즘은 제주와 친정의 거리가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거리만큼 멀기 때문에 일 년에 한두 번도 밖에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기가 힘들어졌다 (보통 제주에서는 내가 해드리거나 사 먹는다). 그래서 지난겨울 오랫동안 육지에 있을 때 한참을 친정에 머무르며 해주시는 집밥을 열심히 먹고 왔다.



그때 아침마다 계란찜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엄마는 집에 있는 작은 뚝배기에 계란을 톡톡 깨고, 맛소금을 솔솔 뿌리고 양파를 잘게 잘라 넣고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꺼내면 부드럽고 간이 딱 맞는 계란찜이 뚝딱 하고 만들어져 나왔다.



보기에는 이렇게나 만들기 간단해 보이는데, 왜 나는 그게 잘 안될까?



이번에는 꼭 계란찜을 성공해 보리라 생각하며, 엄마가 만들고 있는 계란찜을 유심히 봤더니 내 레이더에 잡히는 음식재료는 맛소금과 양파였다. 아무래도 엄마표 계란찜의 비밀은 이 둘인 것 같았다.



집에 가면 꼭 해봐야지!

  





"S야, 계란 쪄줄까, 구워줄까?" 엄마가 찐계란을 줄까, 계란 프라이를 해줄까 하는 소리에 아이는 '찐계란'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우리 가족이 먹을 계란 3개를 물에 퐁당 넣고 삶았다. 15분가량을 삶아서 잘 익은 계란을 찬물에 넣어 껍질을 깠다. 그리고 아이의 반찬 그릇에 계란을 올려두었다. "어서 먹어 찐계란이야~지금은 뜨거우니까 조금 식으면 들고 먹어" 아이의 눈이 커다래진다. "아니 계란 찐 거 말고 계란찜! 찜계란...!!"



속으로 생각했다. '누가 찜계란을 계란찜으로 알아듣냐...'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다시 아이로부터 계란찜을 요청받았다. 오늘도 레시피에 무엇을 넣어야 계란찜이 맛있을까 검색부터 해봤다. 오늘도 어려운 물조절, 맛조절... 그러나 엄마의 계란찜을 기억해 내고는 양파와 소금도 준비해 두었다.



4개의 계란에 150ml의 물과 50ml 우유를 넣고 휘휘 저었다. 그리고 엄마의 계란찜 맛 포인트인 양파를 잘게 잘라 넣었다. 맛소금이 없어서 대신 천일염 1/4 정도, 참치액 2/3 정도, 설탕도 조금 솔솔 뿌려주고, 참기름도 조금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거품기로 휘휘 저어 부드럽게 되라며 많이 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뚜껑을 덮은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그리고 다른 요리를 하느라 전자레인지에 돌려놓은 계란찜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오늘은 정말로 계란찜이 먹고 싶던 아이는 기억해 냈다. "엄마 전자레인지에서 계란찜 꺼내주세요~"




보기엔 쉽지만 어찌나 어렵던지... 계란찜






드디어 오늘 계란찜을 성공했다! 엄마의 계란찜과 완벽히 똑같지는 않아도 얼추 비슷한 맛이었다.



간이 잘 맞는 계란찜, 우유를 넣어 그런지 고소하고 부드러운 계란찜 모든 것이 완벽했다. 성공한 김에 다음날도 한번 더 만들어봤는데 역시 성공적이었다.



이제 앞으로 아이는 맛을 엄마의 계란찜으로 기억해 주겠지? 






엄마의 요리는 늘 그립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늘 당연한 줄 알았던 집밥이, 엄마가 되고 나니 이 긴 세월 동안 불평 없이 가족을 위해서 요리하는 엄마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되었다.



이번 주말에는 두 달여 만에 엄마가 오신다. 아마도 부모님의 캐리어에는 옷보다 음식이 더 많이 들어있을 듯하다. 그동안도 그랬으니까.



"밭에 가서 부추를 좀 뜯어왔는데, 네가 좋아하는 오이소박이 좀 담아갈까?"



며칠 전 엄마의 전화통화에서 이야기이. 벌써부터 아삭한 오이소박이를 맛볼 생각에 두근거린다. 어쩌면 엄마 음식은 그때도 지금도 이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사실은 엄마가  만들어주는 밥과 된장국이 제일 먹고 싶지만, 딸 집에 놀러 올 때만큼은 엄마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다. 분명 고수의 입맛에는 탐탁지 않은 맛이겠지만...



이번엔 내가 맛있는 계란찜을 대접해 드려야겠다. 분명 엄마가 깜짝 놀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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