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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더 사야 한다.. 아빠

2대

저는 세 아이와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평범한데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면서 늘 발버둥 쳐서 오히려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아이 세 명을 패밀리카 없이 중형승용차로 함께 타고 다닙니다. 중1, 초5, 초3 세 명이 여전히 뒷좌석에 함께 타고 다닙니다. 카시트 3개를 장착해서 다니다가 한 개, 두 개 없애고 세 번째 것까지 최근에 없앴습니다. 



카시트 3개를 중형승용차에 장착하고 다닐 때는 차가 몹시 비좁아 보여서 늘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에 얼른 아이가 커서 카시트 없이 타고 다니길 소원했었습니다. 막상 카시트가 전부 사라지고 나니까 새로운 문제들이 생겼습니다.



카시트가 없어져서 여유로운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카시트를 사용하던 아이들이 각자 그만큼 컸기 때문에 이제는 공간이 본격적으로 비좁아졌습니다. 서로 다리가 부딪힌다고, 중간에 자는 아이가 옆으로 기대서 잔다며 투덜거림이 심해졌습니다. 아들 1명, 딸 2명을 분리해서 태우지 않으면 안 될 정도까지 되어갔습니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매일 마주하면서 결국 과감한 결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도 이제 패밀리카를 사자! 도저히 너희 세 명이 승용자 뒷좌석에 타고 다니는 것은 무리다."

"좋아요!! 와우. 언제예요?"


"곧!!, 시점은 다시 발표할게! 도저히 너희들이 힘들게 다니게 하고 싶지 않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차는 엄마가 타고 다니고 패밀리카는 아빠가 타고 다니다가 주말에 너희랑 타자!"


두 딸들은 "와~~~ 신난다."라면서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이제 곧!! 뒷좌석에서 자리문제로 싸울 일이 없어진다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쯤에 큰 아들이 한마디 했습니다.


"아빠~, 차 팔고 사는 거 아니었어요? 차가 두 대 되는 거예요?"



"우리 집 돈 많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돈이 없긴 없습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도저히 감당하라고 할 수 없어서 비싼 것을 알지만 사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당장 큰돈을 주고 살 수 없어서 장기렌터카를 이용하기로 아내와 사전 협의한 상태였습니다. 그 사실은 말하지 않았고 차량을 추가구매하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소식을 전했더니....



큰아들은 아이폰을 구매했던 것처럼 기존의 아이폰을 팔고 돈을 보태서 새로운 아이폰을 사는 것으로 생각하고(06화 참조)  타고 있는 중형 승용차를 팔고 돈을 더해서 패밀리카를 사는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 과정 없이 추가로 차를 산다는 생각에 "우리 집 돈 많아요?"라고 말한 것입니다.  


https://brunch.co.kr/@david2morrow/324



현실적인 감각으로 걱정하고 궁금해하는 큰아들에게 아내와 계획한 것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줬습니다. 기존 차를 가지고 있고 저렴한 장기렌트를 이용해 볼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큰아들은 적당히 알아들으며 안심을 했습니다. 돈이 충분치 않지만 엄마 아빠가 또 반짝하는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하면서요.   



큰 아들을 이해시키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엄청나게 속상했습니다. 아이가 그런 상황에 대해서 "돈 많은지?" 걱정하거나 의문을 가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는데 중학생이 되더니 눈치가 백 단이되었습니다.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뻔히 상황을 알아채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필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패밀리카를 사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매사에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고 예측불허하기에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의연하게 대처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 설명을 듣고 뒤돌아가던 큰 아들이 그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우리도 이제 다른 집처럼 차가 두 대 되는 거예요?"



"다른 집처럼?" 덧붙이는 말이 또 은근 마음에 묵직함을 전해 주었습니다. 사실 우리 가정은 기적 같은 일들로 시작되었고(모르는 사람이 소개해준 아내와 결혼), 지금까지 생각지 못한 일들로 채워지면서 살아내고 있습니다.  다른 평범한(?)  주변 가정들처럼 해외여행을 가거나 마음껏 에버랜드, 워터파크를 가지는 못했습니다. 늘 제약조건이 있었으며 늘 다른 가정과는 조금 다른 느낌들로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세심하게 느낀 아들이 "우리도 이제 다른 집처럼 두대~~?"라는 말은 별거 아니지만 남들과 다르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늘 느끼고 있다는 의미라서 혹여 '마음속의 갈증'이 있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되긴 했습니다.  



가정의 모든 상황을 이제 자기만의 현실적인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중1 아들에게 이제는 좀 더 솔직하게, 때로는 미리 걱정하지 않도록 잘 설명해 주면서 평범하게 지내는 삼 남매 가정으로 만들어가야 하겠다 싶은 하루였습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미룰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점점 더 많이 생깁니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 돈을 열심히 잘 벌어서 함께 잘 사용하는 게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을 먹게 해 주려고 제가 먹고 싶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직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로섬'처럼 한계가 있는 재정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당연한 것처럼 지나가더니 이제는 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말 안 해줘도 눈치를 채면서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참~ 쉽지 않다."라고 느낍니다.



매 순간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당장 돈을 더 벌 수 없어서 마음이 먹먹하긴 합니다. 늘 "내가 이럴 줄 몰랐네."라고 한숨을 쉽니다. 제가 이럴 때마다 힘을 얻는 원천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아내입니다. 이런 상황을 함께 의논하며 헤쳐나가기 위해 늘 기도하며 최선을 다해주는 아내가 옆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둘째로 브런치에서 활동하시는 수많은 작가님들입니다. 저보다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문제를 직면할 때마다 차분히 해결하시고 하루하루 견뎌내시는 모습들을 접하면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제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내와의 소통문제, 아이들과의 대화문제, 부족한 돈 문제, 그리고 다양한 비전을 나눌 정도의 부모 되기, 거기다가 밀린 고부갈등해결도 있습니다. 그러한 문제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제야 제대로 된 남편, 아빠로서 시선과 마음을 갖추는가 싶기도 해서 오히려 의욕이 생기기도 합니다. 진퇴양난 같지만 하나의 문제를 풀면 다른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스르르 풀릴 때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통해 힘을 얻으면서 오늘도 내일을 위한 문제해결을 궁리하며 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Angel Cebal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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