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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08. 2024

택시에서 잃어버린 폰이 돌아왔다.

정확히 택시에서 잃어버린 폰이 2달 만에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이 폰은 내가 문자만 하던 폰에서 카톡으로 옮긴 정이 많은 폰이었다. 사건은 이러했다. 그날따라 일이 너무 많았다. 그전부터 일이 많아서 전투모드로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아침부터 다리를 꼬아가며 일을 했는데 화장실을 다녀오고 한숨을 쉬고 다른 일정을 보는데 계속 기침이 났다. 그때가 한참 독감이 유행이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좀 불편할 때였다. 옆자리 동료는 내 거친 숨소리에 "자기 감기가 아니라 독감이나 코로나 아니야?"라고 물었고 나는 안 그래도 그 전날에 열감기로 힘들었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럼 지금 갔다 와 근처 병원에 잠깐 , 내가 잠시 봐줄게" 그렇게 나는 폰과 가방을 챙기고 병원을 갔다. 그때도 몰랐다. 병원을 갔더니 이미 많은 감기 환자로 발걸음이 많았고 난 결국 코로나와 독감 검사 두 가지를 다 받아 보기로 하고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검사 결과 독감으로 판정을 받고서 오들 거리는 기분으로 가방을 열어서 계산을 하고서 잠시 생각을 했다. '휴대폰이 왜 없지?' 나 같은 경우는 가끔 폰을 그냥 회사에 두고 다니는 경우가 있어서 그냥 자리에 두고 왔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래 회사 가면 있겠지' 했다. 그리고 회사에 돌아가서 제일 먼저 한 것이 휴대폰 찾기였다. 아무리 뒤져도 없었다. 자리를 뒤집었다. 옆자리 동료도 함께했다. 결국은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았다. 마음이 이때부터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때 앞자리 동료는 "제가 경험이 있는데 택시에서 잃어버린 폰은 그냥 없어요" 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할까 하다가 옆자리 동료는 "자기 먼저 분실신고"라는 말에 마음이 급해서 일단 회사에는 일이 있다고 하고 반차를 쓰고 통신사에 가서 정지신청을 했고 위치추적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런데 이 위치추적 서비스를 했지만 반경이 있었기에 정확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결국은 허망하게 돌아와야 했고 다음날까지 결국 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폰이 없으면 불편한 세상에 살아야 하는데 울며 겨자 먹는다고 통신사에 가서 새 폰을 마련하려고 갔더니 다행히 전에 쓰던 폰을 너무 오래 써서 가볍게 새 폰을 마련할 수 있었다. 미련이 남는 폰이 계속 생각이 났지만 찾지 못한다는 생각에 잊고 살았다.


그리고 며칠천 문자가 왔다. 잃어버린 그러니까 분실된 폰을 찾아주는 곳에서 문자가 왔는데 강남에서 어느 분이 주어서 가져다주셨단다. 우체국을 통해서 보낼 테니 착불이니 돈을 준비하라는 문자를 받고 전화통화도 했다. 이 이야기를 했더니 주위에서는 "어머 인연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도 막상 아무런 생각도 못했는데 받게 되어서 정말 좋았다. 우체국 아저씨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받은 휴대폰은 예전 내가 쓰고 남은 카톡 내용과 사진들로 그대로 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게 뭐라고 , 하면서 불쑥 눈물이 나는 걸 참는데 하긴 내가 문자를 고집하다가 사람들이 문자를 쓰니 불편하다고 해서 카톡폰으로 바꾸면서 속으로 '우리 친하게 지내자' 하면서 지낸 폰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이 녀석도 내가 좋았나 보다 하고 집으로 찾아온 폰을 보면서 괜스레 웃음이 났다.


사람들은 그렇게 찾는 게 거의 없다고 입모아 이야기를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감사할 뿐이다.

덕분에 알아야 했던 번호도 다시 알게 되어서 좋았다.

기계를 쓰면서 기억해야 할 번호들을 기억하지 못해서 연락을 못 드렸던 선생님께도 근간의 사정을 말씀드렸다. 


생각하면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생각하면 그때는 두꺼운 전화번호부가 있어서 그 집에 호주명만 알면 전화번호가 나와서 다 알았는데 그리고 기억을 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거의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아주 자주 쓰는 번호 외에는 거의 카톡을 하니 더더욱 그런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수첩을 사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다 옮겨 적었다. 사실 별것 없는 일인데 왜 그런지 특별한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다시 돌아온 휴대폰 이제는 쓸 일은 없지만 그래도 내게는 친구 같았던 폰이었기에 고맙다. 돌려주신 분의 성함을 알고 싶다고 여쭤봤지만 들을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돌려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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