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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쭌쭌이맘 Apr 19. 2024

14화. 세 아이가 용돈을 쓰는 방법

초등학생 용돈은 한 달에 얼마가 적당할까.

남편은 아이들에게 매월 초에 2만 원씩 용돈을 준다. 어디에 사용해도 상관없으며, 사용 후 용돈기입장을 적으면 된다.

나는 아직 초등학생이라 매월 2만 원이 큰돈이라고 생각하는데, 2학년인 셋째 아이가 친구는 매주 5만 원을 받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5만 원이면 내가 쓰기에도 꽤 큰돈인데 매주 5만 원이라니.


아이들 용돈의 사용 용도에 대해서 남편과 생각에는 차이가 있다 . 나는 학교 생활에 필요한 학용품(가위, 풀, 지우개, 자 등 자주 쓰는 것들로 아이들이 사기에 부담이 없는 것들)이나 간식은 용돈 범위에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학용품은 공부에 필요한 것이니 우리가 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평소 아이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다 사주려고 하는 편이다.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여행 왔으니 기념으로, 이번엔 시험을 잘 봐서, 가끔은 아빠가 기분이 좋아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뭐든 해주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야 잘 알고 나도 해주고 싶지만, 아이들에게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아이들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거나 때론 참아야만 한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도 있다.

아이들은 카드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지 엄마가 지금 돈이 없다고 하면 카드 있잖아, 카드로 하면 된다고 한다. 남편과 나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한 것일 테니  매사에 주의해야할 것 같다.


용돈 사용에 대한 내 나름대로 기준은 필요한 학용품이 있는데 집에 없어서 새로 사야 하는 경우엔 엄마, 아빠가 사주지만 집에 여분의 학용품이 있는데 본인이 새로 사고 싶다고 할 때는 용돈에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이다. 이건 주로 셋째 아이가 대상이 된다.

여분의 알림장 공책이 있는데 분홍색이라서 싫고, 15센티 자는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고, 필통이 작아서 불편하고, 멀쩡한 핸드폰 케이스는 지저분해서 새것을 사고 싶다고 해서 모두 용돈에서 사라고 했더니 아이도 그것을 잘 받아들였다.


첫째 아이는 동생의 이런 모습이 낭비라고 나무라기도 한다.

둘째 아이가 5학년이 되면서 가방이 작으니 새것으로 사고 싶다고 하기에 첫째 아이에게 같이 가방을 바꾸자고 했더니 아직 멀쩡한 가방을 왜 바꾸냐며 자기는 중학교 때까지 써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그러기엔 가방이 너무 작아졌으니 그럼 중학교 입학할 때 가방을 새로 사자고 약속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산 가방은 아이 덩치에 맞지 않게 너무 작아 앙증맞아 보인다. 당장은 사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1년만 더 쓰기로 했다.


셋째 아이 신발이 작아져서 사러 갔을 때도, 첫째 아이에게도 신발을 사야 될 것 같다고 하니 아직 괜찮다고 거절을 했다. 남편이 1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으니 바꿔야 한다고 신발을 골라줬다.

다행히 아이도 새 신발을 마음에 들어 해서 구입을 하고 이전 신발을 종이가방에 담으려고 보니 맙소사! 신발 아래쪽 부분이 족히 7센티는 될 만큼 찢어져 있었다.

이렇게 될 때까지 엄마인 나는 너무 무심했던 게 아닌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마음에 아이에게 미안했다.

이걸 어떻게 신고 다녔냐고, 비 오는 날은 양말이 다 젖겠다고 했더니 교실에선 실내화 신으니 괜찮았다고 한다. 왜 말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신을만했단다.

아이고야.

아이에게 이렇게까지 아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이런 첫째 아이가 용돈을 쓰는 용도는 학원이 끝나고 친구들과 간식을 사 먹는 것이다. 얼마 전에 집 앞에 작은 카페가 새로 생겼는데 그동안 친구들이 사줬으니 이번엔 자기가 사는 날이라며 초코 프라페 다섯잔을 사면서 이만 원을 다 썼다고 했다.

비싸긴 했지만 그동안 친구들이 사준 것도 그 정도는 될 거라며 아깝지 않다고 했다. 그래, 친구들에게 사주었으니 잘했다고 했지만 편의점이 아니라 카페에 갔다고??

아직 어린것만 같은데 친구들과 카페도 가고 프라페를 마시는구나.


셋째 아이는 요즘 학원이 끝나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느라 우리 가족 중 제일 바쁘다.

친구들과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배가 고프니 편의점에 종종 가는 모양이다. 그렇게 어울리는 친구가 3~4명쯤 있는데 한 친구가 돌아가면서 간식을 사자고 제안을 했단다.

그런데 3~4명이 모이다 보니 한번 쓸 때마다 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고, 한 번은 친구가 간식 대신 5천 원짜리 장난감을 사면서 이만 원을 다 쓰고 오기도 했다. 주로 무얼 먹냐고 물었더니 배가 고프니 일단 컵라면에 음료수는 기본이며 거기에 젤리나 과자를 추가한다고 하니 만원이 부족할 만하다.


아이는 O라면은 천 원이고, O라면은 천삼백 원이라며 가격을 확인하고 물건을 담아야 가지고 있는 돈을 초과하지 않고 맞춰서 살 수 있다고 하니, 이것을 알뜰하다고 해야 하나.

돌아가며 산다고 해도 한 번에 만원이면 한 달이면 4~5만 원이 되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 하루에 만 원을 간식비로 쓴다니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물론 요즘 물가도 있고 인원이 많다 보니 그 정도 할 수도 있으련만 아이가 돈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남편도 아이에게 간식을 사 먹는 것은 좋은데 하루에 만 원씩이면 너무 큰돈인 것 같으니 아껴 써야 한다고 했다. 아이는 왜? 하는 표정이었다.


저번주에는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려서 액정이 쫘-악 깨져버렸다.

내가 2년 정도 사용하던 것을 아이가 1학년이 되면서 물려준 것이라 횟수로는 벌써 4년째인 핸드폰이지만 어쨌든 본인의 부주의로 깨뜨린 것이니 아이에게 핸드폰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로 남편과 나는 아이에게 핸드폰 구입 비용 중 일부(5만 원)를 용돈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는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새 핸드폰이 생기는 게 마냥 좋아서 대답을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수긍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싶었다. 아마 첫째와 둘째는 절대 부담 못한다고 했을 것이다.


첫째와 셋째 아이가 이렇게 용돈을 쓸 때 둘째는 용돈을 쓰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매월 용돈 기입장을 보면 2만 원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둘째가 며칠 전에 편의점에서 천 원짜리 컵라면을 사 먹는 것을 셋째 아이가 봤다며 알려주었다.

그날도 친구들과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데 언니가 들어오길래 인사도 안 하고 그냥 라면을 먹었다고 했다. 왜 언니에게 인사를 안 했냐고 물으니 대답을 안 한다. 왠지 셋째 아이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과 나는 신기해서 둘째에게 또 무얼 먹었냐고 물었더니 라면만 샀다고 한다.

그럼 이번에 편의점 간 것이 처음이냐고 물었더니 그동안 친구들과 갔는데 대부분 친구들이 사줬다고 한다.

그러면 안 된다고, 너도 친구들에게 사줘야 한다고 했더니 꼭 사줘야 하냐고 되물어서 응! 꼭 그래야해.라고 알려주었다.


한 배에서 태어난 아이들인데 세 아이 모두 어찌 이리 다를 수 있을까.

[들어오고 나가고 복잡한 첫째의 용돈기입장과 들어온 후 나간 적이 없는 둘째의 용돈 기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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