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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Mar 27. 2024

뉴질랜드에서 처음 만난 새로운 키위의 맛

  

  뉴질랜드에서는 키위라는 말을 흔하게 쓴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스스로를 키위라고 부르고 국조새 이름도 키위다. 그리고 우리가 다 아는 그 과일 이름도 키위다. 국조새 키위처럼 둥그렇다고 해서 붙여진 과일 이름이란다. 여기서는 키위프룻 (Kiwifruit)이라고 해서 구분한다. 내가 머물고 있는 타우랑가에는 제스프리 본사가 있다. 확인해 보니 '제스프리'는 키위를 생산하는 뉴질랜드 농가들의 협동조합이 내놓은 글로벌 브랜드명이다. 키위가 뉴질랜드의 효자 수출 상품인 만큼 품질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데 타우랑가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의 테 푸케(Te Puke) 지역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스프리 연구소가 있단다. 초당 옥수수와 샤인머스켓의 품질 관리 실패 사례를 몸소 경험한 소비자로서 50개국에 1등급만 수출하고 있는 키위란 과일이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서칭 해보니 작년 4월에 제스프리가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팸트립을 했는지 비슷한 시기에 제스프리의 연구소 및 키위 농장 방문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그때 기사에서 언급된 신제품 키위를 1년 뒤 지금 타우랑가 슈퍼마켓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 그게 바로 루비레드 키위다.


제스프리 루비레드 키위 © 2024 킨스데이 
제스프리 루비레드 키위 © 2024 킨스데이

 

   제철 과일만 고집하는 현지 친구가 지난주에 제스프리에서 신제품 키위가 나왔다면서 한 케이스를 사다 주었다. 가격도 $4.5 NZD에 10개들이 한 박스였다. 원화로 약 3,600 원이다. 우선 저렴하다. 포장에는 달콤한 베리 맛이라고 적혀있었다. 과거에 식품 마케팅을 했던 사람으로서 내 호기심이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제스프리의 그린 키위와 썬골드 키위는 먹어봤지만 뉴질랜드에 머물고 있는 이상, 이 새로운 맛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바로 오픈해서 잘 익은 녀석을 두 개 골랐다. 크기는 일반 키위보다 조금 작고 털이 없고 반들반들했다. 흐르는 물에 씻어준 뒤 칼로 이등분을 쫙했더니. 오 이래서 루비구나. 붉은 꽃동처럼 고운 색상이 눈에 들어왔다. 시각적으로 우선 합격. 이젠 맛을 볼 차례다. 작은 스푼으로 한 숟갈 듬뿍 떠서 입에 넣었다. 흠... 그냥 달짝지근한 키위맛이 아니라 기분 좋게 새콤달콤한 키위 맛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맛이었다. 제대로 취향 저격을 당한 셈이었다. 만약 제스프리가 나에게 그린 키위, 썬골드 키위, 루비레드 키위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라면 나는 당연히 루비레드 키위를 선택하리라. 10여 년간의 연구 끝에 썬골드 키위를 개발했다더니 제스프리의 연구력.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제스프리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루비레드 키위는 4월에서 6월까지만 나온다고 쓰여있었다. 뉴질랜드에서 머무는 날까지 적어도 1일 2개씩 꾸준히 먹어줘야겠다.


썬골드 키위 농장의 모습 (이미지 출처: 데일리안 임유정 기자) 

  

  키위는 비타민C와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변비 예방, 혈압 조절, 피부 개선 등에 도움이 되는 자연식품이라고 한다. 인터넷에는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한 한국 청년 포함 글로벌 청년들이 키위 농장에서 수확 포장했다는 후기가 엄청나게 올라와 있을 정도로 뉴질랜드에서 키위는 3조 원이 훌쩍 넘는 수출 효자 제품이다. 그만큼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한다. 수확 전에 당도 테스트를 진행하고 기준에 넘어서지 않으면 수확 조차 할 수 없다. 수확 후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당도, 수분 함량 등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이렇게 까다롭게 관리되는 키위따뜻한 기온과 일조량에 수분을 머금은 석회질이 풍부한 화산재 기반의 토양에서 특히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제스프리와 계약맺은 키위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키위는 년에 번만 자라서 수확하기 때문에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로서는 북반구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본과 한국 등에서 키위 재배를 확장하면서 일 년 내내 키위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나라는 제스프리 키위 소비국으로서 세계 4위를 차지한다고


  우리나라에서는 제스프리 키위가 비싼 편이지만 뉴질랜드에서는 흔한 게 키위라 주변 이웃들과 서로 편하게 나눠 먹는다. 내 이웃인 아이바는 농장에서 직접 따서 가져온 거라며 나에게 키위 한 보따리를 안겨준 적도 있다. 덜 숙성된 키위는 사과나 바나나랑 같이 넣어두고 밀봉해 주면 숙성이 된다. 눌러보고 물렁하면 익은 것이고 딱딱하면 더 익혀야 된다. 어느 정도 물렁해지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숙성도를 관리하면 된다. 식후에는 항상 과일을 디저트로 먹으면서 자라온 과일 킬러인 나는 몸에도 좋고 맛도 좋으면서 가격도 저렴한 이 나라의 키위가 마냥 반갑다. 한국에서는 기후 위기로 인해 사과 대란을 겪고 있다는데 지금 이 순간 뉴질랜드에 머물고 있는 나는 제철 과일을 풍성하게 섭취할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장보기 리스트에서 과일은 1월 말 처음 체리였다가 블루베리, 녹색 사과에 이어 이제는 루비레드 키위로 변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오늘도 루비레드 키위를 한 숟갈 떠먹으며 상큼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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