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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Mar 20. 2024

환경미화원이 없어도 깨끗한 동네에 사는 기분이란

 

  뉴질랜드를 방문해서 장기간 머물 때마다 전반적으로 "참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오클랜드나 웰링턴같이 대도시 CBD는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사는 타우랑가 동네와 같은 생활 거주지역이나 바닷가, 산, 숲, 강, 호수 등 관광 명소에도 쓰레기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새벽마다 환경미화원이나 경비아저씨들이 청소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혹자는 "인구가 적으니 쓰레기도 적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 정부에 따르면 뉴질랜드인들이 매년 1인당 약 750kg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이는 세계에서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고 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도대체 왜 뉴질랜드 동네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볼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물 속의 생물을 관찰하는 뉴질랜드 아이들 (이미지 출처: Ministry for the Environment)

  

  몇 주 동안 동네 사람들의 행태를 오며 가며 관찰하고 온라인 리서치를 해본 결과, 첫째, 우선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치운다. 사실 우리가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보게 되는 이유는 내가 혹은 누군가 거기다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위들은 아무 데나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일회용 컵을 두고 가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맨발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쓰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습관이 아니다. 키위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현장 체험 실습을 통해 동네 하천의 물오염도 조사를 직접 경험하고 슈퍼마켓 놀이를 통해서 쓰레기 오염과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또한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인 생강 뿌리를 물에 불렸다가 제거하는 프로젝트나 자연 퇴비를 활용해서 나만의 정원 만들기 같은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연습을 한 결과 일상에서 "환경친화적으로 자연스럽게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개를 산책시킬 때도 생분해성 "Poo bag(대변 담는 봉지)"를 꼭 챙겨서 대변을 보면 주인이 얼른 봉지에 담아 치우고 나중에 쓰레기통에 버린다. 예전에 호주 출신의 인턴과 쓰레기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다가 호주에서는 누가 담배꽁초를 길에다 버리면 적어도 세 명이 따라와 이를 지적하고 쓰레기통에 버리게 한다고 해 놀란적이 있었다. 호주나 뉴질랜드의 환경 인식 수준은 넘사벽이란 말인가. 우리나라도 그런 날이 오기를 손꼽아본다.


쓰레기를 자동 수거하는 차량 (이미지 출처: NZ Herald)
타우랑가 동네에서 쓰레기가 수거된 후의 일반 쓰레기통 모습 © 2024 킨스데이
타우랑가 동네의 재활용 쓰레기 통과 병을 모은 플라스틱 바구니 그리고 음식 쓰레기통 © 2024 킨스데이


  둘째, 가정 별로 쓰레기 수거 정책을 따른다. 내가 머물고 있는 타우랑가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에 동네 주민들이 카운슬에서 지정한 빨간색 뚜껑의 바퀴 달린 일반쓰레기통을 집 밖에 내놓는다. 그러면 환경미화 차량이 와서 차례로 쓰레기통을 기계로 들어 올려 비우고 내려놓는다. 뚜껑이 열려있다는 것은 쓰레기를 수거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처럼 100L짜리 비닐봉지를 환경미화원이 직접 손으로 들어 올리다 다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수거 시간대도 새벽이 아닌 오전 9시에서 11시가량이었다. 어쩌면 노동력이 부족한 나라에서 최적화하고 효율화한 작업 방식이 아닌가 싶다. 재활용품 수거는 격주 월요일 아침에 진행된다. 이때는 노란색 뚜껑이 달린 쓰레기통에 도자기, 플라스틱, 종이, 캔 등 정해진 재활용 쓰레기를 담아 내놓는다. 파란색 플라스틱 바구니에는 병을 모아서 두면 된다. 음식물 쓰레기통은 매주 내다 놓을 수 있다. 카운슬의 공식 홍보 자료에는 쓰레기통들과 바구니를 30cm 간격으로 내놓으라고 이미지와 함께 친절하게 안내돼 있었다.


  이렇게 누군가의 수고를 갈아 넣은 것이 아닌 동네 주민 스스로 그리고 다 함께 노력한 덕분에 이토록 깨끗한 동네에서 산다는 것.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기분 좋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게 바로 다들 꿈꾸는 웰빙 라이프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그래서 타우랑가의 집값이 계속 오르는 걸수도.   


  최근 들어 집 근처의 카페에서 일회용 테이크아웃잔에 30센트(원화 250 원)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아침 해변가 산책을 하고 가끔 플랫화이트를 테이크 아웃해서 집에 돌아오곤 했었는데 다음번에는 텀블러를 가져가야겠다. 나도 이 나라에 잠시 머무는 동안 쓰레기 발생량을 줄여보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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