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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키드니 Mar 11. 2024

야채를 싫어하는 어른들에게, 습관을 처방합니다

" 야채를 싫어하는 어른들도 있어요?" 아이가 물었다.

" 그럼, 물론이지. 아주 많지."


야채를 싫어하는 편식쟁이 우리 집 아이가 어른들도 야채를 싫어하는지 묻는다.


나는 진료실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을 가진 환자를 주로 만난다. 환자들의 야채 먹는 습관을 점검한다. 야채를 자주 먹는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언제 먹는지 묻는다. 하지만 환자들 중 상당수는 야채를 주로 먹지 않거나 생각날 때만 먹었다. 노골적으로 야채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의외로 야채를 싫어하는 어른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이 일찍 찾아왔다.   


2023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매일 신선한 생채소를 섭취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11.7%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야채를 먹지 않는다. 조사에 의하면 야채를 먹지 않는 이유로 ‘먹기 번거롭다,’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다. 하지만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 사람들은 야채를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이유로 이렇게 답했다. ‘쉽게 먹고 쉽게 구매할 수 있어서’, ‘가격이 적당해서’라고 말했다. 야채를 먹지 않은 이유도, 먹는 이유도 한 끗차이였다.


야채를 싫어하는 이유는?

인간은 본디 야채를 좋아하지 않는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본능 때문이다. 채소는 쓴맛을 가졌다.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채소를 싫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쓴맛에 더 예민하다. 쓴맛을 잡아내는 미각 수용체가 성인에 비해 더 많이 존재한다. 나이가 들면서 미각 수용체의 수가 감소하고 쓴맛에 둔해져서 채소도 잘 먹게 된다. 하지만 어른들 중에는 미각이 매우 민감한 슈퍼 데이스터가 존재한다. 이들의 입맛은 일반인에 비해 쓴맛에 대한 민감도가 3배 이상 높다. 그들은 채소를 싫어하고 단 음식을 즐겨 먹는다.


그럼에도 채소를 먹어야 하는 이유는?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식물이 쓴맛을 가진 이유는 식물이 내뿜는 각종 화학 물질 때문이다. 이는 식물이 살아남기 위한 방어 무기다. 하지만 이런 항산화 성분을 먹으면 각종 질병과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면 야채를 피할 수 없고, 대신할만한 대체품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면 ?
야채, 피할 수 없고 즐겨야 한다.  


야채와 친해지길 바라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 서로를 길들인처럼
야채를 길들이기



야채를 싫어하는 어린 왕자가 채소를 만났다. 채소가 말했다. "난 지금 아주 슬퍼…. 난 아직 너에게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어린 왕자가 말했다. "길들여진다는 게 무슨 뜻이야?" 채소가 말했다. "그건 관계가 생긴다는 뜻이야. 지금 내게 넌 세상에서 흔한 음식들과 전혀 다를 게 없어. 그래서 넌 내가 필요 없지.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필요해져."  


“제발 나를 길들여줘!” 채소가 말했다.

“그러고 싶은데… 나는 시간이 없어. 오늘 밤에는 치킨도 먹어야 하고 또 먹을 것들이 많아."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누구나 자기가 길들인 것 밖에는 알 수 없어. 건강해지려면 채소를 길들이렴!” 채소가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채소가 대답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나를 만나러 와. 시간이 갈수록 더 건강해질 거야. 매일 나를 만나게 된다면!” 채소가 말했다.


그렇게 어린 왕자는 채소를 길들였다. 어린 완자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았다.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게 하는 방법은 자꾸 보고 친해지는 수밖에 없다. 마치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 서로를 길들였던 것처럼 서로 길들여지면 서로가 필요해진다. 참을성과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을 거부하지 않는 데에는 최소 8번 이상의 노출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야채를 싫어하는 어른들은 더 많이 더 자주 야채를 접해야 한다.


야채를 싫어하는 어른에게
습관을 처방합니다.


1. 매일 같은 시간에 채소를 만나기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한다.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나는 약속을 하면 좋다. 매 끼니 매 식사 때마다 야채를 식탁에 올릴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 하루 1번이라도 야채를 만나보자. 같은 시간에 만나다 보면 어느덧 그 시간이 오면 자동적으로 야채 생각이 날 것이다. 나 좋다고 같은 시간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놈이 보이지 않으면 궁금한 것처럼 말이다.  


2. 미리 채소를 준비해 두기

쉽고 편해야 자주 즐길 수 있게 된다. 야채를 자주 먹는 사람들은 야채 먹는 먹는 일이 쉽다고 한다. 그들이 야채를 먹기 쉬운 이유는 미리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야채를 구입한 직후 바로 먹거나 미리 손질해 두는 것이 좋다. 브로콜리는 세척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하고 쪄둔다. 당근과 양배추도 일주일 정도 먹을 양만큼 정리해 둔다. 양상추, 케일과 같은 잎채소의 경우에는 물기를 제거하고 용기에 보관한다. 키친타월로 뚜껑을 덮어둔다. 손질해 둔 야채는 가급적 빨리 먹는다. 매 끼니 식탁에 올리고 여러 음식에 넣어본다.  

야채는 미리 준비해야 먹을 수 있게 된다.


3. 만약에 준비된 채소가 없다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속성이 중요하다. 열정이 넘칠 때에는 미리 야채를 손질하고 준비해 둘 수 있다. 하지만 바빠서 장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의지력이 꺾인 미래의 나를 대비하여 나는 미리 냉동실에 '냉동 야채'를 준비해둔다. 냉동 야채는 수확된 채소를 살짝 데친 후 급속 냉동한 것이다. 냉동 상태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준비된 야채가 없을 때 급하게 사용할 수 있다.    

냉동야채로 차려낸 한끼 식사


4. 다양한 조리 방법으로 채소를 즐기기

질리면 이별이다. 야채도 오래 먹으려면 질리지 않아야 한다. 오랜 기간 연애를 잘하는 커플을 보면 늘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 야채와 오랫동안 함께 하려면 날마다 새로워야 한다. 채소를 조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날것으로 먹는 방법도 있지만, 굽거나 찌거나 삶거나 볶거나 데치거나 튀길 수도 있다. 샐러드, 채소쌈, 채소구이, 나물, 야채 스틱, 야채 찜, 야채 튀김, 야채 볶음. 다양한 방법으로 채소를 즐겨보자.   

   

고기엔 쌈채소


5. 새로운 채소를 만나보기

맨날 먹던 야채만 먹었다면, 정기적으로 새로운 채소를 만나 볼 것을 추천한다. 새로운 애인을 만나보는 것처럼 양다리, 삼다리를 거쳐도 괜찮다. 색깔별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보라, 흰색 또는 태생별로 뿌리, 줄기, 잎, 열매, 꽃 채소 돌려가며 일주일 한 종류씩 새로운 채소를 만나보자. 일주일 내내 바쁘게 돌아갈 수 있다. 연애 고수 양다리가 바쁘게 연애했던 것처럼 질리지 않게 야채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뿌리 채소 (당근, 비트, 연근) 줄기 채소 (양파) 잎채소 (루꼴라, 상추 양배추) 열매채소 (토마토)

빨간색 (토마토)

주황, 노란색 (당근, 파프리카)  

초록색 (케일, 상추, 시금치)

보라색 (자색양파, 자색 양배추, 비트)  

흰색 (양배추)


뿌리채소 (연근, 당근, 무, 생강, 우엉, 비트)

줄기채소 (감자, 아스파라거스, 양파, 마늘, 부추, 쪽파)

잎채소 (양배추, 배추, 상추, 양상추, 시금치, 루꼴라, 깻)

열매채소 (파프리카, 고추, 오이, 토마토, 가지)

꽃 채소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6. 외출해서도 채소 생각  

외식 메뉴를 고를 때에도 채소를 염두에 둔다. 나는 야채를 무한대로 먹을 수 있는 샤부샤부 & 월남쌈 가게를 선호한다. 샤브 고기가 나오기 전부터 채소를 생각한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육수에 대파, 무로 깊은 맛을 추가한다. 청경채, 숙주, 알배추를 익혀 먹는다. 무한대로 들어가는 위장의 위대함에 감탄을 보낸다. 쌈 채소가 많이 나오는 고깃집도 좋다. 고기를 먹으며 쌈 채소 두 번 리필은 기본이다. 레스토랑에서는 (가성비는 떨어지지만) 샐러드를 반드시 주문한다.

가성비가 떨어져도 샐러드 주문


7. 채소 혼자 먹지 마세요.

우리 집 아이는 심한 편식쟁이다. 작은 입으로 야채만 쏙쏙 골라낸다. 아이에게 야채를 먹이는 방법은 잘게 썰어 야채인 줄 모르게 하는 것이다. 애호박, 감자, 당근, 양파를 잘게 썰어 볶음밥을 만든다. 볶음밥에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하나쯤 넣어준다. 옥수수 콘이나 소시지 따위다. 이 방법은 야채를 싫어하는 어른들에게도 유효한 방법이다. 우리 집 남편은 초록색으로만 구성된 그린 샐러드를 먹을 때에는 젓가락을 깨작거린다. 실연을 당한 사람처럼 조금만 먹는다. 하지만 샐러드 위에 새우튀김 3마리만 올려줘도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과일, 고기 등 좋아하는 것과 채소를 함께 먹으면 채소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더 즐겁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우리집 남편이 좋아하는 새우 튀김 샐러드


8. 스트레스 해소는 채소로

야채를 어떻게 먹을 수 있나를 생각한다. 외식과 외부 일정으로 일주일 치 야채가 빨리 소진되지 않을 때에는 일부러 그냥 아작아작 씹어 먹기도 한다. 나는 당근, 파프리카, 오이를 길쭉하게 썰어두어 야채 스틱으로 만든다. 입이 심심할 때면 하나씩 꺼내 먹는다. 아작아작,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에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하루 야채 섭취량을 채울 수 있고, 식욕이 뚝 떨어져 식단 관리하는데 유용하다.


야채와 친해지면 벌어지는 일  

야채를 싫어하는 어른들에게 야채 먹는 습관을 처방했다. 그 결과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을 줄일 수 있었다. 당뇨 환자는 혈당이 안정화 되었다. 변비가 해결되었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었다. 야채를 매끼니 먹으니 식사량이 줄어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야채를 많이 먹으면 암도 예방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야채와 친해지면 좋겠다.    


▼ 유튜브로도 확인할 수 있어요 ▼

https://youtu.be/28kq5_x_6HE?si=SVFCpDLGfPEQ2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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