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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나 Feb 13. 2024

1인칭 로키 시점 (feat. 대전 오월드)

로키는 혹시 지금, 이런 생각을 할까요.

 “로키! 일어나! 그 시간이야! “

 “으음... 알았어. 녀석들이 오겠구나!! ”

오월드의 사자, 로키를 만났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파리 마을에 사는 로키다. 나는 이곳 오월드라는 세상에서 태어났다. 하암,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녀석들도 낮잠을 즐기려나보다. 무료하고 심심한 오후 2시. 나도 낮잠을 자볼까 했는데, 그 시간이 되었다니. 잠깐! 즐거운 순간이다.


 뒤쪽 철문에서 부르릉, 철컹철컹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 그 시간이구나. 사람이라는 녀석들이 몰려오는 소리다! 하루에 네다섯 번, 상자가 들어온다. 그들을 태운 상자. 나는 얼른 그 자리에 가서 얌전히 앉는다. 따뜻한 온기가 있는 돌자리. 녀석들을 가장 근거리에서 볼 수 있는 명당자리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이 올까.


 노란색 상자에 바퀴를 달고 부릉대는 물건이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 그 상자는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입을 갖다 대도 안과 밖이 맞닿지는 않는다. 구경하러 들어온 녀석들은 이걸 창문이라 하더라. 유일하게 열려 있는 창문 안에는 익숙한 양반이 앉아 있다. 아침에도 내게 먹이를 주던 그 사람이다. 핸들이라던가? 무튼 동그란 것을 돌려 요리 갔다, 조리 갔다 하는데, 귀에 끼운 동그란 것에 대고 말을 한다. 나에 대해 설명한다! 내 이름이 들리는 것 같다!

로키야, 넌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

 "지금 보이는 친구가 로키입니다. 이 사자는 우리 동물원에서 태어나 사람 손에 자란 사자로,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고 관심도 많아요. 자, 그래~ 옳지. 여러분 로키야 안녕! 하고 손을 흔들어주세요. 자, 그럼 다음 동물을 보러 가 볼까요."


 온돌바위에 앉아 있다 고개를 쭉 들어 창문에 얼굴을 갖다 대니 창 안의 녀석들 눈이 동그래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를 좋아하는 것도 같고 무서운 것도 같다. 퍽 재미있다. 장난을 쳐봤다. 오늘은 얼굴이 내 발바닥보다도 작은 꼬맹이가 나를 보러 왔다. “우와~”한다. 나도 녀석에게 "우와아아아" 해 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울어버릴 게 뻔해서 참는다. 저들은 왜 나를 보러 오는 걸까.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궁금함이 풀리기도 전에 바퀴 달린 네모상자는 다음 코스로 간다.

도담이와 로키의 인사.

 이 담벼락 너머에는 호랑이 애송이들이 있다는데, 실제로 본 적은 없단 말이다. 아기 때는 오며 가며 하이파이브도 좀 했는데 덩치가 커지니 원수마냥 만날 수가 없다. 우리랑 퍽 닮고, 썩 다르게 생긴 호랑이들. 웬일인지 우리는 이웃이지만  만나지도, 말을 섞지도 못하게 한단 말이다. 아르릉 대는 소리에 벽간 소음이 장난 아닌데 항의를 전할 인터폰도 없고, 이래저래 아쉬운 생활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나는 왜 여기서 태어나 살고 있는 걸까. 궁금하던 찰나, 아차! 싶다. 어릴 적 엄마가 말했다.


 “로키야, 우리 밖의 세상은 궁금해하지도 나가려고도 하지 말아라. 너를 위한 거란다.”

 이해되지 않았다. 엄마는 우리 가문의 혈통에 대해 어릴 적부터 말하셨는데 말이다. 라이언 일가의 제일가는 맹수 혈통이라고.

2018년 9월.

 아마도 퓨마 아줌마의 일 때문인가 보다. 2018년이라 했던가, 나는 알지 못하는 그 시간에 우리 마을에는 무서운 일이 있었다 했다. '뽀롱이'라는 이름을 가진 퓨마 아줌마는 나처럼 세상 밖이 궁금했고, 마을 밖으로 달려 나갔단다. 그런데 어디로 갔는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했다. 뽀롱 아줌마에게는 아이가 3마리나 있었으니 아마 돌아오려 했을 것 같은데 왜 오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동물원의 다른 친구들.

 그즈음 우리 마을에는 흉흉한 소문이 날아들었다. 옆집에 먹이를 주러 온 사육사들의 말에 따르면 따당! 하는 걸 맞고 뽀롱 아줌마가 영영 잠이 들었단다. 바깥세상에 궁금증을 가지고 달아나는 동물들은 모두 따당! 을 맞는 건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건지. 동물원이라는 이 마을에 사는 우리는 호기심을 가지면 안 되는 건지. 바깥세상에서 오는 녀석들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어디로 가는 건지. 물음표뿐인 나날이다.


저기 저 창 건너에 있는 꼬맹이는 어떤 꿈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까. 훗날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동물원에서 본 먹이 잘 받아먹는 사자? 쯤이려나. 꼬맹이야, 너희가 나를 다시 보러 올 때도 나는 여기에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거야. 다음에 만나면 창문 너머라도 바깥세상 이야기를 들려줄래?


이제 자야 할 시간이다. 나는 오늘 밤에도 드넓은 초원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달리고 사냥하는 꿈을 꾸겠지. 

도담이의 귀여운 일기

 - 로키야, 창 너머로 너를 만나서 반가웠어. 나의 아이들은 너를 만나고 돌아온 날부터 네 이야기를 많이 한단다. 큰 아이는 너와의 일을 일기에 남겼고, 꼬맹이는 너를 '멍멍이'라고 부르더라. 아이는 널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지 않니? 이런 일기를 썼단다.


 다음에 또 만나자.

 그때까지 건강하고, 무엇보다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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