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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May 03. 2024

샬롬하세요?

미사일 300발이 내 심장에 미치는 영향


샬롬하세요?


이스라엘 인사말 ‘샬롬’은

우리에게 ‘안녕’과 마찬가지다.

아랍어로 평화를 뜻하는 ‘이슬람’에서는 미사일 300개가 발사됐다.


비행기 직항이 없고, 경유로도 20시간 이상 걸리는 영토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에서 보복전을 시작할지에 따라

우리의 집도 차도 모두 '샬롬'하지 못하다.




01. 전쟁의 발발


4월 13일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을 300여 발 이스라엘 영토로 발사했다.

이스라엘의 본토에 대한 공격은 이스라엘 건국 후 처음이다.


이유가 없진 않다.

이미 4월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서 이란 혁명수비대를 포함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


02. 이스라엘은 왜 공격했을까?


4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들끓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와의 전쟁이 반년이 넘어갔지만, 인질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전시내각에 대한 불만이 축적됐기 때문.

1일 이스라엘은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을 폭격했고, 전시 내각에 대한 비판 여론은 종식됐다.


03. 이란은 왜 보복했을까?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르면 공관 지역은 불가침 지역이다.

공격할 경우 실질적인 영토 공격으로 본다.


이스라엘이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별일이 안 벌어졌다.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성명도 없었다.


04. 안녕하지 못한 영향들

(손에 잡히는 경제 4/15일 자 참조)


<기름값은 안녕하지 못하다>


우리가 매일 출퇴근할 때 자동차를 사용한다면, 혹은 자동차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면 미사일 300개는 바로 직격탄이 된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은 곧 중동전쟁을 의미하고, 중동은 산유국이기 때문.


이란의 보복공격 임박 소식으로 이미 국제유가가 출렁인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2달러까지 오르며 최근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90달러 수준이다.

(세계 3대 원유로는 미국 텍사스산 WTI,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아랍에미리트공화국의 두바이유가 있다)


<주식, 환율, 물가. 나 떨고 있니?>


뉴욕증시의 3대 지수 모두 낙폭을 기록했다.

전쟁리스크가 주가하락에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이들의 낙폭을 키운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하다.

국내 외환시장은 17개월 만에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를 넘어서면서 전쟁리스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전자산인 달러수요가 커지면서 교환가치를 지닌 원화가치는 떨어지므로 원달러 환율은 오른다. 지금도 달러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의 환율이다.


반면 금은 안전자산으로 지난 10일 기준 온스당 240달러 초과.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서 130달러까지 오르면, 물가는 어쨌든 자극받을 수밖에 없다.

개인 소비자뿐 아닌 기업들(석유를 쓰는 2,3차 가공품 제작하는)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환율의 상승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각종 수입품의 가격을 상승시킨다.

각종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게 되므로 기업들의 투자폭도 줄어든다.

자본주의의 세 가지 축인 생산-소비-투자 모두가 위축된다.

결국 이스라엘은 방공호로 이란의 미사일을 막아냈지만, 우리의 지갑엔 방공호가 뚫린 셈이다.


05. 역사의 기원


이쯤 되니, 도대체 먼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이란과 이스라엘은 왜 이렇게 미사일까지 쏘며 싸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주 길고도 오래된 이야기지만 요약하자면 이렇다.


 * 팔레스타인 In & Out

기원전 15세기경 팔레스타인 지역에 들어온 유대인들은 외세에 의해 박해를 받고, 여러 번 전쟁에 패해 세계각지로 흩어진다.

이후 이슬람교로 단결한 아랍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입성, 팔레스타인 지역은 역사적으로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성지가 함께 있는 복잡한 종교 지역이 된다.

 

*팔레스타인 분열

팔레스타인 지역이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에 위임통치가 된다.

반면 19세기 후반 국가건설을 위해 투쟁하던 유대인이 성서에 약속한 땅 팔레스타인을 국가건설의 목표로 삼는다. 특히 팔레스타인의 시온산은 국가건설의 상징으로 그 땅으로 돌아가자는 '시오니즘' 운동이 전개된다. 그렇게 전 세계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몰려든다. 기존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던 아랍주민들과 분쟁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문제는 영국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중약속을 한다. 양측 모두에게 팔레스타인 땅을 주겠다고 한 것. 분쟁의 씨앗이 되고 만다.


그러다 결국 1947년 유엔은 팔레스타인을 아랍지구 48%와 유대지구 52%로 분할하는 결의안을 가결했으며, 이스라엘 성립이 선언되었다.

그러나 시오니즘 운동은 유대교도만으로 나라를 이루려는 유대인들의 건국운동이므로, 팔레스타인 내 아랍 주민과의 분쟁은 계속된다.


이스라엘의 독립이 선포된 후 중동전쟁이 발발한다.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레바논 등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의 독립을 거부하고 1차 중동전쟁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승리하면서 유대인은 본래 유엔 분할지역보다 많은 지역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후 1974년까지 4차례의 중동전쟁을 치르면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1964년 결성된 비밀저항조직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세계 곳곳에서 테러 등으로 대이스라엘 투쟁을 전개한다.


*일시적 평화협정

이스라엘과 PLO는 1993년 영토와 평화의 교환을 원칙으로 한 '오슬로평화협정'을 체결, 팔레스타인자치국 건설에 합의했다.

하지만 1997년 3월 팔레스타인에 강경 입장을 가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동예루살렘지역(팔레스타인 자치국가의 수도로 예정됐던)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 하지만 이에 반발한 팔레스타인 측도 과격 이슬람단체들이 협상을 거부하면서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를 잇달아 감행, 협상은 위기에 봉착했다.

 

*이란은 왜 참전했는가?

이 문제가 갑작스럽게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띠게 된 것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부터다.

당시 이란의 호메이니 정권은 이슬람종교가 최고의 권위를 갖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슬람을 전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이슬람세계의 적으로 지목한다. 호메이니 정권은 이스라엘이 이전 정권을 후원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란이 혁명 구호로 내세운 건 ‘억압받는 자의 해방’이었다.

이들은 세속주의에 억압받는 종교를 해방시킨다는 명목으로 이슬람 정권을 세웠고, 해방시켜야 할 국가로 팔레스타인을 지목했다.

이란이 직접적으로 나서면 문제가 될 테니 프락시(대리인)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 헤즈볼라다.




미사일 300발이 내 심장에 미치는 영향

발이 내 심장에 미치는  내 심장에

내생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들 사이의 전쟁.

이슬람도 기독교도 아닌 내가 종교를 명목으로 살상을 가하는 전쟁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이슬람이나 기독교를 믿는 종교인이었다면, 혹은 아랍권에 거주하는 주민이었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까.


가자지구는 2006년부터 하마스(팔레스타인의 이슬람저항운동 정파)에 의한 통치가 이뤄지고 있어 이스라엘과의 교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자행한 것을 확인했지만, 이에 따른 제재는 유보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선 10분마다 어린이 1명이 죽거나 다친다.

전쟁 시 교전수칙은 어린이와 여성은 보호하라고 규정돼 있다.


우리가 유보, 할 수 있는  무엇일까.


나의 기름값, 물가, 환율이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시간은

누군가의 아이, 아내, 남편의 생사가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시간과 같다.


(나는 고백해보건데,

나의 기름값 차값 집값은 일시 유보할수는 있지만 총성이 빗발치는 바닥에서 죽어가는 한 아이의 눈빛을 거두는 걸 유보할 순 없을 것 같다)


미사일 300발이 내 심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얼까.

그 영향은 비단 눈에 보이는 숫자와 그래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미사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심장, 인간의 존엄에 박혀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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