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r 28. 2024
섬진강 맑은물맛 다슬기 맛집, 구례 섬진강다슬기식당
어떤 지역으로 여행을 갔을 때 여행객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밥 먹을 곳이다. 여행이 즐거우려면 다른 무엇보다도 맛있는 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도 그렇지만 여행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일단은 맛난 걸 찾아 잘 먹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맛집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거다. 밥만 먹을 건지, 반주를 곁들여 먹을 건지, 혹은 퍼질러 앉은 김에 낮이건 뭐시기건 상관없이 거나하게 한 잔 적실 건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지 슴슴한 맛을 좋아하는 지 입맛 취향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다양한 선택기준들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고 우선시하는 방법은 그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만든 맛집을 찾는 거다. 해당 지역에서 많이 나는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사용해 만드는 음식이야말로 부러 먼 거리 여행을 나선 여행객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호사 아닌 호사니까.
섬진강다슬기식당은 그런 의미에서 전남 구례나 하동 화개장터, 쌍계사 벚꽃길, 광양 매화마을 쪽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쯤 들러 맛을 보면 좋은 오리지날 로컬 토종 맛집이다. 20년 가까이 그 앞을 지나다녔음에도 불과 몇 년 전에야 그 존재를 알게 됐을 만큼 꽁꽁 숨어있는 맛집이기도 한데, 한 번 맛을 들이고 나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맛이라 거의 반드시 다음 번에 또 가게 된다는 건 절대, 네버 안 비밀이다.
이 집 시그니처 메뉴는 다슬기수제비와 다슬기탕 두 가지. 단골들은 주문할 때 그냥 "수제비 하나에 탕 둘 주세요" 하는 식으로 앞 단어들은 다 생략해버릴 만큼 다슬기라는 수식어가 굳이 필요치 않은 심플한 메뉴 구성이 특징이다. 다슬기만 따로 양껏 먹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다슬기무침이나 장무침도 있긴 하지만, 나처럼 부부끼리 단촐하게 여행하는 사람들이 먹기엔 좀 양이 과하다 싶어 아직 못 시켜 먹어봤다.
좀 걸쭉한 국물맛에 쫄깃하게 씹히는 맛을 좋아하는 편인 내 경우 수제비를 주로 시켜먹는 쪽인데, 국물에서 녹색빛이 진하게 우러날 만큼 건강한 맛이어서 한 그릇 먹고 나면 마치 보약이라도 한 그릇 먹고 난 것처럼 몸이 가뿐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곤 한다. 결코, 네버 평소 술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해장이 돼 그렇다는 건 아니다.
아내는 수제비보다는 탕 파다. 밀가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원재료인 다슬기 맛을 제대로 느끼고 즐기기 위해선 수제비 같은 방해물 없이 맑은 탕을 곁들여 먹는 게 더 맛있으시단다. 다슬기를 팔팔 끓였을 때 나오는 맑고 진한 국물이 영양식으로도 그만이고, 다른 방해물 없이 그걸 씹어먹을 때 느껴지는 쫀득한 맛도 일품이라고.
가끔은 다슬기토장탕을 시켜먹는 경우도 있는데, 다슬기탕을 기본 베이스로 토종된장과 아욱, 표고버섯, 수제비 몇 알을 추가해 구수하면서도 뭔가 좀 더 씹을 거리를 보탠 게 특징이다. 탄수화물류 섭취를 줄이느라 함께 나오는 공기밥을 별로 먹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다슬기탕보다는 배를 채우는데 더 유리하다는 이유로 선택하기도 한다.
섬진강다슬기식당은 섬진강 맑은 물 속에서 갓 건져올린 100퍼센트 국산 다슬기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끼고 있어 천혜의 조건이 좋은 데다가 인근에 공업단지 같은 오염원도 없어 청정무구함을 자랑하는 섬진강에서 나온 재료인 만큼 건강에도 아주 매우 많이 좋을 거라는 건 불문가지의 일일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