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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Mar 24. 2024

만만치가 않어

정말 만만치가 않어

2024. 3. 23.

< 사진 임자 = 글임자 >


"오늘 날씨가 어때, 엄마?"

"일교차가 크다는데?"

"그럼 춥대?"

"아침엔 좀 쌀쌀할 수 있겠지."

"어차피 낮 되면 따뜻해지겠네 그럼."

"근데 오늘 비가 올 수 있대."

"진짜? 지금 보면 안 올 것 같은데?"

"날씨가 좀 그렇잖아, 멀쩡하다가 비 오기도 하고."

"진짜로 오긴 와?"

"솔직히 진짜 올지 안 올진 엄마도 모르겠어. 어쩔 땐 비 온다고 했다가도 안 오고, 안 온다고 했다가도 오고 그렇잖아."

"내가 그랬잖아. 일기예보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고. 잘 틀린다니까."

"맞을 때도 있고 안 맞을 때도 있는 거지. 아무리 예측을 한다고 해도 다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잖아 세상 일이."

"그렇긴 하지. 근데 일기예보는 너무 자주 틀려."

"그래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우산을 챙기는 게 어때? 엄마가 저번에 준 비상용 우산 학교에 있지?"

"응."

"비가 진짜 올지 안 올진 모르겠지만 혹시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비가 올지도 모르니까 밖에 나와서 비가 오면 다시 교실 들어가서 우산 챙겨 오면 되겠다."

"근데 엄마, 집에 반 정도 왔는데 그때 비가 오면 어떡해?"

"그럼 네가 판단을 해 봐. 그냥 비 맞고 집에 올 건지, 다시 학교 가서 우산을 챙겨 나올 건지.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반반 아니야?"

"그건 아니지 엄마. 잘 생각해 봐. 내가 학교에서 집까지 반 정도 왔어. 근데 그때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면 그 비를 맞고 그냥 집으로 와버리면 거기서 다시 학교로 가서 우산을 챙겨서 나오는 시간하고 비교해 봤을 때 어떤 게  비를 더 많이 맞아? 내가 이미 중간 정도까지  왔다고 해서 반반이 되는 건 절대 아니지. 다시 학교에 가는 것까지만 그 시간과 거리가 반이지. 그리고 다시 나는 집에 와야 하잖아. 그럼 그것만 해도 어디야? 안 그래? 그러니까 중간에서 비가 오면 차라리 그냥 비를 맞고 집으로 와버리는 게 더 나아."

"그러네. 네 말이 맞다. 엄마가 착각했네."

"뭐 그럴 수도 있지."

"아무튼 혹시 모르니까 우산 잘 챙겨. 비가 올 확률이 30%래."

"그래? 그럼 3분의 1이네."
"그렇네."

"그렇긴 뭐가 그래? 정확히는 3분의 1은 아니지. 3분의 1이 되려면 33.333333 계속 가야 하는데 그 정도가 돼야 3분의 1인거지. 근데 30%라며? 그럼 어차피 3분의 1도 안 되는 거네. 그러니까 비가 올 확률 30%는 정확히 3분의 1은 안 되는 거지."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러니까 비가 올 확률은 그렇게 안 높단 거지."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아예 나올 때 우산 하나 챙겨서 나오는 게 어때?"

"당연히 가지고 와야지. 어차피 비상용 우산이 학교에 두 개나 있는데. 하나 가져와서 상관없으니까. 만약에 오늘 오후에 비가 안 온다고 해도 하나는 어차피 가져와야 하고 하나는 비상용으로 학교에 또 있으니까 아무 상관없지."


역시 딸과는 길게 말하는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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