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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Nov 04. 2020

지속가능한 패션이 준 선물,
OU와 YUN 콜라보(2)

지속가능한 패션, 지속가능한 운영으로 브랜드를 유지하는 방법

지속가능한 패션이 준 선물, OU와 YUN 콜라보 1부 인터뷰에서 이어집니다. 


환경에 대한 고민을 대각선으로 뻗어 함께 판을 짜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바로 무염 캐시미어 프로젝트를 진행한 OU와 친환경 소재로 안경테를 제작한 YUN입니다. 이번에는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실제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얻은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아닌, 원단을 제공하는 공장이나 동종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OU=캐미시어를 가공할 때 가장 핵심은 ‘탈색’입니다. 실은 무염 캐시미어로 결정했을 때 탈색을 위한 화학 공정이나 많은 물이 필요 없어서 공장에 더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니더라고요. 아직까지는 대부분 큰 공장이 탈색 과정을 거치고 있어서 되려 무염 캐시미어를 위해서는 추가 공정이 필요하더군요. 특히 OU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캐시미어를 사용하고 있다 보니 공장에서도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요. 대부분 대형 브랜드가 아니면 거래조차 하지 않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우수한 퀄리티의 캐시미어를 탈색 없이 제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가끔 눈치도 보이죠(웃음).

공장에서도 수요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공정 흐름은 변할 거예요. 아직은 탈색하는 캐시미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더 좋으니 탈색을 하는 것이고요. 앞으로는 흐름이 변할 거라 믿어요.

YUN=사실 소비자의 수요가 있으면 공장은 따를 수밖에 없어요. 최근 지속가능한 패션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동종 업계나 공장에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실제로 개발에 착수한 곳도 많고, 도움을 주시는 곳도 많아졌습니다. 



지속 가능한 창작을 브랜드의 메시지로 내건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한편 지속 가능함을 위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러한 브랜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OU=실은 친환경 브랜드는 성공하기 어려워요. 브랜드가 환경에만 포커스를 맞추다 보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허들이 높다고 느껴요. 친환경, 비건 등을 지키지 않으면 제대로 살지 않는 것 같다는 압박이나 부담감을 받거든요. 반대로 브랜드 역시 그런 태도가 디자인에 묻어 나오게 되죠. 그러다 보니 의도는 좋지만, 매력적인 디자인과는 동떨어질 수 있어요. 사실 훌륭한 디자인이라는 토대 아래 부가적인 요소는 나중 문제거든요. 즉, 뛰어난 디자인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좋은 의도가 곁들여져야 구매로 이어진다고 봐요. 

그러니 무조건 친환경만 강조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가공법이 합쳐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래 함께할 수 있어야 하지요. 대표적으로 YUN의 디자인이 그렇죠(웃음). 트렌디한 것도 좋지만, 한두 시즌 지나고 나면 지루해져서 집에 모셔만 놓는 게 아니라 매일 써도 예쁜 안경!

YUN=우선 브랜드를 나 자신과 동일시했어요. 그러니까 페르소나를 나로 잡은 것이죠. 왜냐하면 내 마음을 읽는 게 제일 쉬운 데다가 내가 원하는 걸 만드는 게 쉽고, 좋으니까요. 사실 패션이라는 분야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면모가 제 철학과는 맞지 않았죠.

늘 아버지는 저에게 실험적인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주셨어요. 물론 늘 실험적인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것에 부담도 있었지만, 디자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세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본질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안경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제품 디자인이 유행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담백한 디자인에 착용감이 뛰어나고, 피부에는 알러지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본질이요.

그러다 보니 안경사분들도 한 분 한 분 다 중요해요. 안경은 직원이 직접 판매하다 보니 전문 안경사의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렇기에 오프라인 경험에 집중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후원자의 피드백을 따라가다 보면 브랜드는 꾸준히 성장할 거예요

그렇다면 신생 브랜드가 텀블벅 참여 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OU=브랜드 방향은 후원자를 향해 일방적으로 푸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노력하면 자연히 알아줄 거로 생각해요. 그렇기에 피드백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텀블벅에서는 후원자 대상으로 서베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어요. 후원자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거든요.

갑자기 커지는 브랜드는 없어요. 특히 섬유 잡화는 유난히 오랫동안 유지되는 브랜드가 많지 않았고, 눈에 띄는 곳도 손에 꼽을 정도지요. 하지만, OU는 오래 후원자들에게 그 자리를 유지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피드백이 중요하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후원자들의 피드백을 따라가다 보면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물론 지속가능한 공법도 유지해야겠지요. 이해받고 지지받는 데까지는 5년에서 10년까지 걸릴 수 있기에 더 많은 분의 피드백을 기다릴게요. 



단순히 제품은 물론이고 최근 배송 과정에서도 날개 없는 택배 상자나 친환경 포장재를 택하려는 움직임도 보여요.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요.

YUN=안경을 구매하면 따라오는 박스가 상당히 많잖아요. 당장 떠올려 보면 안경이 깨지지 않도록 하드보드지로 만든 박스에 1차 포장을 한 뒤 택배 박스에 넣어 2차 포장까지 완성해 배송을 하지요. 하지만, 저희는 이를 불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택배 박스를 일반 패키지스럽게 만들고자 했어요. 안경 박스 겸 택배 박스인 셈이지요. 물론 배송 과정에서 파손이 없도록 하기 위해 부서지거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합지와 볼판을 합쳐 박스를 자체 개발했어요. 겉면은 예쁜 포장으로 되어 있지만, 내부에는 볼판이 있어 견고하지요. 비가 오는 날에는 젖으면 안 되기 때문에 생분해 비닐로 겉면을 감싸 보내고 있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속가능한 패션과 관련해서 모범 사례로 생각하는 브랜드 혹은 인상 깊은 행보를 보인 브랜드가 있을까요.

OU=한국의 ‘파타고니아’가 되고 싶어요. 실제로 파타고니아 관련 콘텐츠나 책, 영상을 탐독했었어요. 회사 운영도 구성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보고 있고요.

사실 디자인은 평범할 수 있지만, 그 대신 소재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거든요. OU 역시 ‘캐시미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보니 파타고니아는 정말 닮고 싶은 브랜드예요.

텀블벅 내에서는 낫아워스를 좋아합니다. 선인장 가죽 지갑은 정말 멋있었어요. 뚝심 있는 행보에 그들을 지지하는 팬덤도 꾸준히 커지고 있고요. 나중에 자리가 된다면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고 싶어요(웃음). 

YUN=매카트니를 지켜 보고 있어요. 럭셔리 브랜드임에도 환경을 고려하죠. 꾸준히 캠페인에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고요. 

게다가 럭셔리 브랜드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제품 개발 시 가죽 대신 인조 가죽 등 대체품을 활용하려고 하는 모습도 눈에 띄고요. 사실 소비자나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봤을 때 가죽은 좋은 소재이긴 하거든요. 그럼에도 인조 가죽을 쓰는 그 행보가 멋있어요. 저 역시 매카트니 디렉터만의 가치관과 소신을 본받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브랜드 운영 방법 역시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고민 중인 다른 패션 브랜드에게 선배의 한 마디를 띄운다면요.

OU=기본적인 패키지는 생분해 비닐이나 종이테이프 등은 을지로에서 조금만 발품을 팔면 금방 찾을 수 있어요. 물론 단가가 비싸서 문제죠(웃음).

그래서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회사를 1년간 운영해 보니까 브랜드 운영 방법이 지속 가능해야겠더라고요. 별거 아니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아직까지 개인 사업자로 운영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그러다 보면 각각 주체의 양심에 맡기는 일들이 생겨요.. 외부의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또 예기치 못한 유혹이 올 수도 있는데, 쉬운 길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오래 가기 힘들어요. 환경적인 부분도 좋지만, 브랜드를 꾸릴 때 투명하게, 또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만 운영하시길 바랍니다(웃음).

YUN=본질을 생각하는 브랜드가 되면 됩니다. 저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한국적인 브랜드로 롱런하겠다, 한국의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본질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사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면서 보고, 듣고, 경험했던 것을 한국적인 문화 코드에 녹여낼 수 있잖아요. 아직까지 이 부분이 부족했다는 생각에 많은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본인만의 가치를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나만의 가치관이 세워지면 이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상대적으로 쉬워지기에 아이덴티티를 지킬 수 있는 뚝심도 기르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OU=우선 YUN과 콜라보를 통해 많은 도움을 얻었어요. 작은 신생 브랜드가 오랫동안 본인만의 분야에서 브랜딩이 잘 되어 있는 업체를 만나기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좋은 기회가 되어 협업을 할 수 있었고, 펀딩을 하기까지 작은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지요. YUN을 보면서 ‘뚝심 있게 한 우물만 파야 하는구나’를 깨달았어요. 그렇게 같이 일을 하다가 이젠 가족만큼 편안한 사이가 되었고요(웃음).

앞으로 OU는 비슷하거나 이질적인 브랜드와의 다채로운 콜라보를 통해 더욱 성장하려고 해요. 아무래도 각자 브랜드가 가진 팬 혹은 한정적인 소비자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실제로 YUN과의 협업을 통해 체감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번 시즌을 잘 마무리한 뒤 다음 시즌을 준비할 때는 처음부터 협업할 브랜드를 선정하고, 디테일하게 스케줄링해 보려고도 하고요.

그리고 텀블벅 펀딩도 이어가려고 해요. 사실 두 번째 펀딩을 앞두고, ‘하지 말까?’ 고민도 꽤나 했었어요. 준비 과정은 물론이고, 배송도 신경 쓸 것이 한둘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막상 마치고 나니 하길 참 잘했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꾸준히 텀블벅과의 협업도 이어갈 계획이고, 텀블벅 내에서 묵직하게 자리 잡는 브랜드가 되길 희망합니다.

YUN=한국의 랜드마크 브랜드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거예요. 옛날엔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도맡아서 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협업하면서 그 마인드가 바뀌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각각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결이 맞는 사람들이 만나 어떻게 완성하고, 유지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다 보면 브랜드의 깊이도 자연스레 더 깊어질 것 같고요. 실제로 내부에 브랜드 관리팀을 별도로 두었는데,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만 연구하고 빌딩하는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업계와의 합종연횡도 고려하고 있어요. 다른 업계의 창의적인 사람들과 만났을 때 더욱더 브랜드의 풀이 넓어지고, 우리의 자산이 될 수 있거든요. 이처럼 협업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시야의 확장 때문이에요. 물리적인 시야 확장은 물론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넓어지지요. 내부적인 시각도 물론 중요하지만, 협소할 수 있다 보니 콜라보를 통해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브랜드를 키우는 한편 우리만의 문화도 깊게 완성시키고 싶어요(웃음).

또한, 브랜드 전문성을 키울 계획이에요. 안경은 안경사에 의해서 퀄리티가 좌우되기도 하는데,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이제 지속가능한 패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길이 거세지기 전 먼저 몸을 맡긴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깨달은 건 '잘 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3박자가 골고루 맞아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OU와 YUN은 그저 잘 하고 있었고, 또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인데 시대가 해야 하는 일로 만들어 준 것이지요. 그렇기에 그들의 콘텐츠 속에 내포된 힘과 진정성이 마음에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길었던 인터뷰 말미, 저는 앞으로 그들의 콘텐츠를 탐닉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읽는 여러분들에게도 OU와 YUN의 진심이 닿았길 바라요.



에디터_ 권수현 ㅣ 이미지_ OU&YU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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