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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리지앵 Mar 04. 2024

프랑스 집 나설 때,
열쇠 확인하지 않으면...

500 이 그냥 나간다.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한국 집에서 산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것을

프랑스에 와서 느꼈다.

일상으로 숨 쉬듯 누렸던 편리함과 쾌적함...


특히 열쇠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지문 인식, 비밀번호 잠금장치 패드가 달려있는 최첨단 한국 집에서

열쇠가 웬 말일까..



프랑스에 사는 이 정신없는 여자는

종종 열쇠를 가지고 가지 않고, 집을 나섰다.

열쇠만 안 가지고 나가면 다행이다.

등교를 시키면서 종종 아이 책가방도 놓고 나갔다.


아이를 이른 아침에 등교시켜 주고 

돌아오는 건물에서야 알게 된 이 여자는...

비밀번호를 눌러 들어올 수 있는 건물 입구를 먼저 통과하고,

열쇠가 있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중간 입구를 지나가지 못하고,

'봉쥬흐'하고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집을 나서는 입주민들과 인사를 나누어야 했다.


나가는 입주민들을 만나 중간 입구까지 들어가게 되면, 

추위나 더위는 피할 수 있다. 

 

다행히 정신이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이 여자는 

경비실(갸디엉)에 집문 열쇠를 맡겨놨다.


경비실 앞에서 세수도 하지 않은 생얼에 산발이 된 머리로

갸디엉이 출근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그날은 열쇠를 들고나갔으나, 집에 들어가지 못한 날이었다.

길고도 긴 하루였다.


얼마 전 우리 건물에 도둑도 들었고,

늦은 밤 우리 집에도 딩동 벨을 누르는 수상한 사람이 나타난 이후 (이전 간 큰 프랑스 도둑들 참고)

집 보안을 더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유럽 집들이 그러하듯,

우리 집은 잠금장치가 하나밖에 없는 집이었는데,

다행히도 집 안쪽에서도 열쇠 구멍이 있고,

안 쪽에서도 집 문을 잠글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



보안 강화 방법

집 안에서 열쇠를 잠그고, 꽂아놓기


집 안쪽에서 열쇠를 두 번 돌려 잠그게 되면,

문 옆면의 위쪽부터 바닥까지 4개의 잠금장치가 잠가지게 되어 

도둑이 쉽게 문을 열고 들어오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게 잠근 뒤, 열쇠를 꽂아놓기까지 하면, 

밖에서 집 문을 열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집으로 안전하게 귀가하고 나면,

남는 열쇠로 집 안에서 열쇠를 두 번 돌려 잠그고, 열쇠를 꽂아놨다.



집 보안에 열중인 것은 좋았으나,

아뿔싸...

그날은 내가 정신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까먹었던 하루였다.


그날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아이는 중요한 발표가 있어서,

발표 포스터를 큼지막하게 미리 만들어놓았었는데, 

등교하면서 깜빡하고 챙겨가지 못했다.


다행히 등교하러 내려가던 건물 입구에서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포스터를 챙기러 들어가는데,

웬일인지 우리 집 문은 내 열쇠를 토해내고 있다.


혹시 집을 잘못 찾아왔나,

두 번 세 번 확인해 보아도 우리 집이 확실한데...

열쇠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고 있다.



열쇠를 집 안에 꽂고 간 자의 최후는 퍽이나 고달팠다.


아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모두 문자를 보내

열쇠공을 소개시켜달라고 하고,

열쇠공에게 연락했다. 


금방 온다던 열쇠공을

40분쯤 기다렸을까..


"문 여는 비용은 80유로예요. 

금방 될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하더니 


엑스레이 플라스틱 종이 같은 걸 

문 옆 사이에 쑤셔넣고 있다.


알고보니,

도둑들도 이렇게 문을 연다고 한다.


문이 열리지 않자 온 몸으로 문을 안쪽으로 밀면서

조금이라도 틈을 더 만들어 플라스틱 종이를 쑤셔넣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 듯 하다.


여유로웠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겉옷을 벗고, 열심히 문을 열려고 하는데

머리부터 온몸이 땀에 젖을때까지 시도하나 되질 않는다.


그는 "문을 열지 못하겠어요." 

라며 공구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공구로도 한참을 씨름하더니...


"문을 열 수 없습니다..."

라며, 사실상 집 열쇠 잠금장치의 사형선고를 받았다.

결국 자물쇠를 드릴로 들어내고 나서야 문이 열렸다.


열쇠를 안쪽에서 꽂아놓고 간 

나는

밖에서 기다린 시간 4시간...

문을 여는 비용 80유로와 

자물쇠를 교체하는 비용 420유로

총 500유로가 들었다.



※ 참고: 집 자물쇠를 교체하기 전 집 주인에게 미리 말해야 한다.

집 자물쇠를 교체하고 나니

보안 코드 카드를 주었는데 집 주인이 가지고 있는 카드라고 한다.

이 집 자물쇠가 교체되었는지 집 주인은 이 코드 카드를 가지고 알 수 있다고..



파리 삶을 엿볼 수 있는 @palisienne.8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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