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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Nov 13. 2023

위킹맘이 부러운 전업 주부 40대

대한민국에서 40대 아줌마를 나누는 기준 2가지다. 전업주부와 워킹맘!

"친구 엄마들 거의 다 일해."


"엄마도 일 했으면 좋겠어?"


아들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유치원 때까지만 해도 엄마가 다른 엄마들처럼 일하는 거 싫다고 했었다. 엄마가 직장에 다니면 자기를 픽업 하러도 못 오고, 집에 갔을 때 엄마가 없을 거 같고, 학원 라이딩도 못해 주고, 엄마가 자기 옆에 없어서 싫다고 했었다.


"해도 될 거 같아."


그런 아들이 이제는 엄마가 일을 해도 될 거 같다고 한다.






"언니, 나 직장에 복귀한다고는 했는데 하는게 맞는 건지 고민이에요."


출산과 동시에 가정에서 주부로만 있던 경단녀들은 몇 년 만에 복귀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도 고민이다. 가정에만 있다가 다시 사회로 나간다는 게 왠지 두렵다. 다시 잘 해 낼 수 있을지 무섭다. 결혼 전에 쌓은 경력을 다시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이 사회가 나를 출산 전까지 쌓았던 전공자로서의 경력을 다시 인정해 줄 지 자신이 없다.


결혼이란 걸 해 보고 알았다.  대한민국에서 애 낳고 사는 주부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란 걸 말이다. 전업 주부와 워킹맘이다. 크게는 집에서 남편이 주는 생활비만 바라보며 살림과 육아만 하는 전업주부가 있다. 다른 하편에는 자신의 독립적 경제력과 사회적 경력도 유지하며 가정 생활을 지키고 있는 워킹맘이 있다.


솔직히 우리 부모님들 시대에는 워킹맘이 많지는 않았다. 거의 다 전업 주부들로 사신 분들이다. 그런데 아들이 4살 때 어린이 집에 입소를 하면서부터 내가 엄마이자 주부로 살아 가고 있는 21세기에는 워킹맘도 많다는 걸 느꼈다. 요 근래에는 일터로 다시 나가는 애 엄마들이 더 늘어 나고 있는 추세다. 


주위를 둘러 보다 보면 워킹맘들은 전업 주부들을 부러워 하기도 한다. 자신도 남편처럼 경제력을 가졌다는 사실 빼고는 가정에서 온전히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케어하는 전업 주부들처럼 쉬고 싶기도 하단다.


"집에 혼자 있어요. 출근하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더라고요. 일 하면서 간간이 통화하고 문자로 상태 확인하기는 해요."


"학교 총회는 네가 우리 대표로 가. 우리는 연차 내기가 그래서, 가서 보고 얘기해줘."


"아니, 그날 학교 쉬면 일하는 엄마들은 어쩌라고!"


워킹맘들은 워킹맘대로 고민과 고충이 있다. 

하지만 또 전업 주부들은 결혼기념일이 해를 넘기고 넘길수록 경제력을 가진 워킹맘들은 부러워 한다. 남편 눈치만 살피며 남편에게만 경제력을 기대야 하는 게 점점 초라해진다.경제력 가졌다고, 갑질을 하는 남편 모습에 치사해지기까지 한다.

물론, 워킹맘의 세계도 직업데 따라 부류가 급이 나뉘기도 할 거다. 전업 주부들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직업과 학력, 경제력에 따라 부류가 나뉘기도 한다. 

엄마들이 주류가 돼 있는 학부모 세계라는 것도 어찌 보면 하나의 사회다. 은근히 뒷말도 많고, 별 일이 많은 곳이 학부모 세계다. 같은 학원에서 같은 반인 또래라서 서로 처음엔 인사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어느 학교 다니세요?"를 물어 온다. 그리고 같은 학교나 같은 블록의 학군이 아니면 그 다음 날부터 인사를 해도 모른 척 하는 것이 엄마들 세계다.

같은 블럭에 살지 않는다는 건 경제적 능력이 다르다는 걸로 해석이 되기 때문이다. 도로 하나를 두고 건너편에 사는 또래의 집안이지만 교육도 다르다. 학원을 보내는 수준이나 보내는 학원이 갯수도 다르다. 그게 한국 사회 속에서 엄마들이 주류가 돼 있는 학부모 세계다.


친정 아빠가 그 얘기를 들으시고는 첫웃음을 뱉어 내셨다.


"요즘 엄마들 참, 같이 애 키우면서 뭐 그리 쓸데없이 같은 동네에서 그런다니."


우리 부모님 시대는 남편들이 밖에서 경제 활동을 하며 돈을 벌어다 주고, 아내는 집에서 알뜰히 살림하며 자식들 교육과 케어에만 힘 쓰는 게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 듯 살아 오신 분들이다.

지금 40대의 남편들은 아내의 출산으로 어린 아이를 온전히 도맡아 육아를 해 주기를 바랬던 남자들이 많다. 그러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커 가면서 와이프가 이제는 밖에 나가 돈을 벌었음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거 같다.


아이 유치원에 다니고 일 년 지나고부터는 나도 일을 하고 싶어 했다.


"집에 있으면 뭐해? 나도 이제 사회에서 내 경력을 다시 찾고, 뭔가를 해 놔야지."


"집에서 애나 잘 봐. 너는 왜 그리 눈치가 없냐, 아직 때가 아니라고."


친정 아빠와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도 남편은 그런 나의 의견을 극구 반대하며 묵살해 버렸다. 그러던 남편이 달라졌다. 2022년도부터는 집에 들어와 나에게 눈치를 주기 시작 했다.


"너 같은 40대 여자들 영업도 잘하고 돈도 잘 벌더라."

"너랑은 대화가 안돼. 그러니까 대화를 안하지."

"말하면 아니?"

"애도 컸는데 너도 이제 밖에 나가서 100만원이라도 버는 게 낫지 않냐?"

"너도 일 좀 해. 많이 벌라고 안 할테니까 배달이든, 어떤 일이든 좋으니 일을 해 봐."

"나 돈 없어. 생활비 좀 줄이면 안 돼? 나처럼 많이 주는 사람 없어, 요즘."


이사때 남편이 돈 한 푼 안 줘서 한 달에 달달이 나가는 대출금만 70만원이다. 아들과 나의 핸드폰 비에 관리비 세금, 건강보험료, 인터넷과 TV 통신비, 아들의 화상 수업비, 전기 요금, 수도세 등 달달이 나가는 고정 금액이 100만원 돈이라고 투명히 말을 해 줘도 "네가 돈 관리 잘 못하는 거다."란 핀잔 뿐이다. 


나도 안다. 지금 내 주변에 워킹맘도 많은 편이다. 

나도 아이 낳고도 자기 경력을 유지해 오고, 직장 생활을 유지해 온 엄마들이 이제는 너무 부럽다. 내가 이 나이에 과연 내 전공을 살려 일을 즐기며 돈을 벌 수 있을까 싶어진다. 다시 해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깊다 보니 경력 단절에 대한 고민이 없는 워킹맘들이 은근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아들 교육 문제만 해도 크게 부딪힌다. 

아들은 손 재주가 좋다. 그림도 잘 그리고 만들기도 잘 하고, 아들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서는 집중력도 좋은  편이다. 학습에 대한 흡수력도 좋은 편이다. 

미술 학원을 너무 좋아해서 4살 때부터 꾸준히도 다녔다. 로봇 과학 학원도 몇 년을 다니고 대회 준비도 했었고, 해외의 유명 대기업에서 진행한 전국 아이디어 미술 대회에서 은상도 수상 했다.

하지만 남편은 가정의 경제력을 온전히 자신이 주관하고 있고, 자신이 다 거머 쥐고 있다는 이유로 욱하면 하나뿐인 아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다.


"애 특기가 언제까지 간다는 보장이 있어? 그냥 일반 중학교 보내면 되지 유난이야! 지 인생 지가 알아서 사는 거지."


한 번은 어린 아들을 침대 방으로 조용히 부르더니 "너 학원 다 그만 둬. 네 공부 네가 알아서 하는 거야."라고 하는 거다. 어린 아들은 한 번 화를 내면 강압적이고 무조건 아빠 말에 한 번에 "네."라고 안 하면 매를 드는 아빠 눈치를 보느라 뭐라고 항의도 못했다. 서러워서 울면 "왜 울어? 이 새끼가 울기는..."이라고 더 화를 내며 울면 더 혼난다고 뭐라 하기에 아빠 앞에서 울지도 못하고 방에서 나왔다.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힘없이 나에게 와 안기더니 지 아빠가 들을까봐 조용한 목소리로 "엄마, 내일 미술 학원 갈 거지?"라고 하는데 내 가슴에서 먹먹함과 함께 패배감이 밀려 왔었다.


요즘 많이 힘든가 보다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더 강하게 밀려드는 후회는, 엄마인 내 자신이 경제력을 키워 놓지 못했다는 현실이었다. 

남편의 폭언에 왜 내 자신이 미워져야 하는지 이해는 안 갔다. 

내 나름대로 남편 내조도, 아들의 케어와 교육에도, 집안 일에도 정말 열심히 했다. 시 시민 위원으로 시 회의도 다니고, 학교에서 아들의 학급 반 대표도 하고, 학부모 회의에도 참석 했었다. 

지인들의 정보도 귀를 기울이고 내 발로 열심히 교육 정보들을 취합해, 교육 정보나 시의 디테일한 정보들을 단톡방에 던져 준다.


이제라도 뭐든 경제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든 도전해 보고도 있다. 생전 처음 쿠팡 물류 센터에서 물품 분류하는, 몸으로 하는 단순 노동 작업도 해봤다.  남편은 "막노동인데 왜 하루 일당이 그거 밖에 안돼?"냐며 투덜될 뿐이었다.





나는 오늘도 알바몬을 뒤져 보고 있다. 알바 천국과 잡코리아, 워크넷도 들어가 본다. 이력서를 쓸 만한 구인 광고가 내 눈에는 왜 이리 없어 보이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사회가 나를 무능력한 못난이로 외면하는 느낌이다.

10년 만에 써 보는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도 낯설다.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봐 주지 않기 시작한 이 대한민국이란 사회가 두렵다. 나의 자괴감을 무너뜨리는 이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원망스럽다.


이 대한민국의 경단녀인 애 엄마들은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서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나는 다시 경제력을 가질 수 있는 작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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