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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Apr 08. 2024

세입자를 먼저 보호하고 배려하는 캐나다의 임대차법

세입자 보호를 위해 2024년 3월 31일부터 시행된 다세대 주택 규정


투자목적으로 처음 주택을 구입하고 임대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난 겨울이었습니다. 강한 한파가 몰아쳐 며칠 동안 기온이 영하 15~20도를 넘나들던 2월, 세입자로부터 급한 문자를 받았습니다.


'난방이 안되고 있으니 빨리 기술자를 불러주세요.'


기본 시설물의 유지 보수 문제는 집주인의 책임이어서 늘 연락하던 냉난방 기술자에게 전화를 했는데 마침 가족과 함께 조금 먼 곳으로 주말 스키여행을 떠나서 일요일 밤에 돌아온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연락 가능한 다른 기술자들을 소개받아 전화했지만 통화가 안되거나 주말을 앞둔 금요일인 관계로 방문하기 힘들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메시지를 남겼던 에게 늦은 시간에 방문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세입자에게 일정을 알려주고 집에 있는 온풍기와 전기히터등 가지고 있는 모든 난방기구들을 챙겨 세입자에게 먼저 전해 주었습니다. 밤늦게 도착한 기술자가 점검한 결과 난방시스템의 배수가 안 돼 물이 역류해 컨트롤 보드가 고장 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기술자는 제조업체의 서비스센터에서 새 컨트롤 보드를 구입해서 교체하면 되지만 다음날이 토요일이어서 문을 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단 세입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내일까지 고치겠으니 불편하더라도 가지고 온 난방기구를 사용해 하룻밤만 지내도록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걱정했던 대로 다음 날 서비스센터는 문을 열지 않아 주말을 그냥 보내고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조금 뒤 세입자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수리 끝나고 정상이 될 때까지 호텔에서 지내고 숙박비는 청구하겠습니다.'
'뭐라고요 호텔로 간다고요?'
'네, 보조 난방기구로는 이렇게 추운 날 난방이 충분하지 않아요.'


세입자에게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고 임대계약을 담당했던 중개인에게 이 황당한(?) 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물어보았습니다.


'법과 규정이 세입자를 가장 우선시하고 보호하는 쪽으로 되어있어 서로 조정이 안되면 방법이 없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애꿎은 리얼터에게 짜증을 내고 방법을 찾아보라고 다그쳐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곰곰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니 세입자는 이혼 후 재산분할을 기다리는 변호사로 임대계약상 세입자의 보호와 권리에 관한 내용을 모를 리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아! 변호사를 세입자로 들이는 게 아닌데...'


결국 세입자는 딸과 함께 주말을 호텔에서 보내고 난방시스템은 월요일 낮이 되어서야 정상 가동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뒤 세입자로부터 자신의 가족을 위한 배려에 감사하며 영수증을 보내니 지불해 달라는 간단한 메모와 함께 호텔 숙박비 영수증이 우편으로 도착했습니다.




한국의 임대 방식인 전세, 반전세 (요즘은 월세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와 달리 캐나다의 주거용 임대는 월세입니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임대할 금액을 정해 보통 1년 기간으로 임대계약서를 작성합니다. 1년 지나 연장되면 집주인은 주정부에서 매년 조정하는 인상률을 적용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데 2024년의 인상률은 2.5%입니다.


Landload and Tenant Board (출처: cityoftoronto)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정부는 공식 기관인 '집주인 및 세입자 위원회'(Landload and Tenant Board)를 통해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계약 문제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내용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약자인 세입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배려하는 방향으로 되어있습니다.


만일 세입자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는 경우 집주인은 임대료 미납에 대한 '임대 조기 종료 통지서'를 보내서 위원회에 퇴거 신청을 할 수 있음을 세입자에게 알립니다. 그렇게 통보 후 실제로 세입자를 퇴거시키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놀랍게도 퇴거는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 통지를 받은 후 세입자를 퇴거시키는데 85~138 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온타리오의 주거용 임대차법(RTA)에 따라 세입자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아 집주인이 세입자를 퇴거시킬 권리가 있지만 세입자는 거주하는 집을 잃지 않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 위원회가 문제를 검토할 때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론토 대학교 (University of Toronto)를 포함한 4개의 대학교들이 위치한 토론토 다운타운에는 많은 회사들 다양한 직업들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직장에서 거리가 가까운 에 대한 수요, 구직을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 그리고 부족한 대학교 기숙사등 주거지 문제 때문에 다운타운 지역은 많은 직장인, 대학생, 어학연수생 그리고 워킹 할러데이의 젊은이들로 임대할 거주지가 항상 부족합니다.


토론토 다운타운의 고용집중도 (출처: toronto.ca)


 문제를 일해결해 온 방법이 다운타운 주택의 각 방에 월세를 내어주는 다세대 주택(Multi-Tenant House) 임대였습니다. 다운타운의 최근에 지어진 많은 콘도들은 새로운 시설과 대중교통, 학교나 직장과 가까운 위치로 편리하지만 비싼 임대료 때문에 쉽게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조금 오래된 주택의 월세가격이 저렴한 방을 임대해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다세대 주택들은 더 많은 임대공간을 위해 집을 개조해 숫자를 늘이고 필요한 안전시설을 구비하지 않아 불법으로 간주되었습니다.


특히 지하실에 있는 방을 임대하는 경우 소방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2개의 출입구 (외부로 출입하는 문은 반드시 방화문으로 제작해야 하는 규정)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밖에 없어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화재나 수해 등 사고의 위험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계약서 없이 임대하는 관계로 일부 집주인들의 부당한 처사에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문제를 검토해 온 토론토 시에서 2024년 3월 31일부터 다세대 주택 (Multi-Tenant Houses)에 대한 새로운 규제와 체계를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숙집으로 불리는 다세대 주택을 4개 이상의 방을 각각의 사람들에게 임대하며 세입자는 주방 및 화장실을 공유할 수 있지만 단일 하우스키핑 단위로 함께 살지 않는 건물로 규정했습니다. 또한 토론토 전역에서 이러한 유형의 주택을 허용하되 모든 집주인은 다세대 주택을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면허를 취득하도록 했습니다.


다세대 주택 Framework (출처: cityof toronto)


, 모든 다세대 주택 운영자는 2024년 3월 31일부터 면허가 필요하며 이 규정은 토론토 전역에서 용됩니다. 새로운 다세대 주택 면허 조례는 세입자의 안전을 보호하고 이웃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철저한 기준과 규제 감독을 도입했습니다. 또한 토론토 시에서는 운영자에게 지속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새로운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심각한 건강 안전문제의 위험이 확인되지 않는 한 기존 다세대 주택을 폐쇄하지 않지만 집주인은 세입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준을 가지고 관리 계획을 실행하고, 명확한 프로세스를 통해서 안전하고 잘 관리된 주택을 유지할 책임이 있습니다. 또한 다세대 주택을 운영하는 사람을 포함하여 온타리오의 모든 집주인은 주거 임대차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합니다.


최근 유학, 취업과 어학연수를 비롯해 워킹 할러데이 등 많은 한국의 청년들이 캐나다와 토론토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나 직접 또는 간접적 소개를 통해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면 해결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토론토 시에서 만든 다세대 주택에 대한 새로운 규정으로 그동안 외면되었다양한 문제들이 개선되어 많은 청년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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