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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Apr 15. 2024

앎의 맛

지속가능한 유희의 유전을 위하여


역사교육을 전공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답사나 여행 중 하나의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상상하는 재미를 느낄 때였다. 책과 씨름하며 얻은 지식들이 사적지에서 마치 시공을 초월하여 눈앞에 펼쳐지는 듯 느껴지면 ‘전공을 참 잘 골랐다.’며 자찬하기도 했다.


아빠가 되어 자녀들을 키우면서 ‘내 아이들도 이러한 마를 일 없는 쾌감을 느끼면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유홍준 작가의 책 제목처럼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배움의 안경을 통해 도수를 조절한 눈은 그렇지 않은 눈보다 훨씬 더 높은 해상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현상을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범주는 결국 본인이 지닌 세계관의 색채와 탐구심의 크기로부터 결정된다.


아이가 사물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매사에 궁금증을 갖고 자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독서를 청량음료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주방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데 아들이 혼자서 무엇인가를 끼적끼적 쓰는 것이 보였다. 마침내 완성된 문장의 내용은 ‘고래는 왜 물고기가 아닐까?’였다.


아들은 그간 바다생물에 대한 책을 탐독하며 고래가 물고기가 아니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것을 명확하게 해결하고자 궁금증을 쓰고 고래와 물고기를 비교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엄마와 함께 앉아서 책들을 뒤지며 고래와 물고기의 특징을 마인드맵 형식으로 써가며 비교했다. 그래서 명확하게 차이점을 이해한 뒤 만족감을 느껴했다.


그리고 집에 있는 고래상어 피규어를 가져와서 ‘고래상어는 꼭 생김새가 고래처럼 보이지만 물고기의 특징을 갖고 있어서 물고기로 분류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본인이 시작한 놀이의 방점을 찍었다.


‘날마다 궁금증을 쓰고 답을 찾고 싶어요.’라며 이야기하는 아이가 계속 재미난 자문자답을 해나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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