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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도리 Nov 05. 2022

국가공인 임산부가 되는 길

5~6주 차 : 누구보다 초조한 아빠의 마음

# 5주 차와 6주 차의 시간적 간격


  5주 차에는 정식으로 국가에서 인정한 임신 부부로써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나는 마음으로 산부인과를 향했다. 사람마다 그리고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임신 5주 차 또는 임신 6주 차에 대부분 임신 확정을 받는다. 이왕이면 하루라도 빨리 임신 확정을 받아서 주변에 소문내고 싶었다. 내 나이 37살이지만, 아이를 처음 가져보는 탓에 내 마음은 소풍 가기 전날처럼 설레고 두근거렸다.


  인터넷과 각종 임신과 관련된 책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임신 5주 차에는 산부인과에서 피검사와 초음파 촬영을 진행하고, 아기집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임신 확정을 받게 된다고. 그리고, 임신 확정을 받으면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정보도 정말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사실, 걱정이 없었다. 이렇게 많은 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고 또 병원에서 알아서 다 해줄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주 차에 방문한 산부인과에서는 피검사만 진행했다. 그토록 기대했던 초음파 촬영은 다음 주차를 기약해야만 했다. 별도로 이유를 설명해 준 것도 아니고, 그저 6주 차에 초음파 촬영을 하면 된다는 설명만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오는데, 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니, 남들은 5주 차에 임신 확정을 받았다는데, 왜 우리는 5주 차가 아닌 6주 차에 초음파 촬영을 하지?'. 이 생각은 곧바로 또 다른 생각의 꼬리를 물었다. '그럼, 이제까지 검색해서 얻은 정보들은 다 뭐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네?'.

  그렇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고, 수많은 정보들이 모두 정확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알고 있던 들었던 임신 및 육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초기화시켰다. 그리고 다짐했다. 하나씩 정확하게 차근차근 알아보고 확인하자!


  임신 5주 차에 진행한 피검사 수치 결과가 나왔다. 피검사 수치는 HCG수치를 통해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임신주차에 적당한 HCG수치가 나온다면 임신 확정에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된다. 5주 차의 적당한 HCG수치의 범위는 18~7,340이다. 이날, 아내의 HCG수치는 5,837이었고 병원에서는 지극히 정상범위에 있는 수치라고 하였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다음 말을 이어갔다. '다음 주에 초음파 촬영을 진행할게요'. 얼마나 반갑고 기쁜 말인지 아내에게 몇 번이고 '다음 주에 초음파 촬영을 진행할게요'라고 말하며 장난을 쳤다. 너무 좋고 설레었다.


  이제껏 빠르게 흘러가던 시간이 이번 한 주는 정말 여타 1년처럼 느긋하게 흘러갔다. 아내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빨리 초음파를 통해 아기를 확인해 보고 싶은 것 같아 보였다. 하루하루 6주 차가 되기만을 기다리며 끝없는 정보검색 전에 시작되었다. 5주 차와 6주 차의 차이, 5주 차에 임신 확정받은 후기, 6주 차에 임신 확정받은 산모의 이야기 등 각종 글들을 읽으면서 우리가 6주 차에 초음파 촬영을 하는 것에 대한 합리화와 정당성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아하! 이래서 우리가 6주 차에 초음파 촬영을 하는구나!'.

  아내는 5주 차와 6주 차 사이에 살짝 예민해진 경향을 보였다. 물론, 몸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의 변화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아무래도 불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아내의 말을 들어주고, 증상이 있으면 '걱정 마, 다 잘 되려고 그러는 거야'라는 안심의 말을 건네었다.



# 임신 5주 차에 먹어야 하는 영양제


비타민D

  물론 모든 임산부에게 동일하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먹어주면 좋은 주요 영양제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비타민D이다. 비타민D는 평소에 우리가 얻기 힘든 영양소이기 때문에 영양제를 통해 복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야외에서 햇빛에 약 30분 정도 노출을 통해 비타민D를 얻을 수 있지만 최근 미세먼지와 코로나, 날씨 등을 고려한다면 생각보다 건강한 햇빛을 째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보통 우리와 같은 일반인에게는 큰 제한사항은 아니지만 임산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영양제로 비타민D를 섭취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여성에게는 난소에, 남자에게는 정자에 좋은 영향을 주는 비타민D이기 때문에 임신 전부터 꾸준하게 섭취해주면 좋다.

  비타민D의 하루 섭취량은 1,000IU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혹시라도 종합비타민을 먹고 있다면 그 안에 포함된 비타민D까지 포함해서 통상 1,000~1,500IU에 해당하는 비타민D를 섭취하게 된다.


엽산

  엽산은 임신을 계획한 순간부터 섭취하게 되는 영양제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도 약 2년 동안 꾸준하게 섭취하고 있는 중이다. 시금치를 쪄서 먹으면 영양소 손실 없이 풍부한 엽산을 섭취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엽산의 경우 태아의 신경관 발달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로 임신 초기단계에 정말 중요하다. 엽산의 경우도 여성과 남성이 같이 복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나 역시 아내가 먹을 때 부르면 곧장 달려가서 한알씩 꼭 먹고 있다. 하루에 섭취하는 엽산의 양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400~620mg이다.

  산부인과에서는 엽산은 임신 12주 차까지는 필수로 복용하고, 모유수유를 생각하고 있다면 출산 후까지 지속적으로 엽산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모유수유의 장점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엽산을 열심히 먹고 있는 중이다.


종합비타민

  종합비타민은 말 그대로 비타민이 종합적으로 포함된 영양제를 말한다. 위에서 설명한 비타민D, 엽산, 철분, 아연 등 정말 다양한 영양소들을 한알로 간편하게 섭취가 가능하다. 철분은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혈액의 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데 부족해도 과잉해도 안되기 때문에 적당한 양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분은 하루에 30~60mg을 섭취하면 된다.



# 나도 이제 임산부 남편이다


초음파 앨범(6주 차)

  5주 차 6일에서 6주 차로 넘어가는 자정, 나는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6주 차의 날이 왔기 때문이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너무 좋아서 아내와 알콩달콩 장난을 치다가 잠들었다. 아내의 컨디션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산부인과를 향했다. 그리고 간호사분께서 아내의 이름을 호출했다. 나도 당연히 같이 들어갈 줄 알고 따라갔는데, 그게 아니란다. '남편분은 잠시 앉아 계세요'.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밖에 앉아서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아내가 나오는데 무덤덤하게 내 옆에 앉더니 동영상과 사진을 보여주고 나에게 초음파 사진에 대한 설명을 했다. 내 아내는 원래 유머감각이 없다. 하지만, 이 날 만큼은 혼내주고 싶었다. '아니, 반응이 이것밖에 안돼? 의사 선생님이 뭐래?'. 아내는, '잘 크고 있데, 임신 확정이고 아기집이랑 난황이랑 다 잘 보인데'. 그래서 나는, '아니 그럼 좀 좋아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니야?'. 아내는 대답했다. '나 너무 좋아서 떨려서 그래'.

   속으로 뜨끔했다. 너무 나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미안하기도 했다. 아내는 이제 임산부이다. 아내 뱃속에는 우리가 앞으로 보살펴야 할 아기가 있다. 아내는 이제 모든 행동과 생각을 아기를 중심으로 할 것이다. 이것을 나는 이해하고 받아 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정식으로 임신 부부가 되었다. 집으로 가는 도중 보건소를 들렸다. 임신 확인증을 제출하니 우리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임신 축하 꾸러미 상자를 준비해 주었다. 엄청난 물품들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챙겨주니 기분은 좋았다. 엽산도 챙겨주는데 받을  있는 만큼 미리 엽산을 받아 가면 다음에 다시 엽산 때문에 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있다. 그리고 태아 기형아 검사를 의뢰할  있다. 마찬가지로 미리 1 태아 기형아 검사를 의뢰할 병원을 정해놓고 보건소를 방문하게 되면 보건소 직원분께서 바로 검사 의뢰서를 발급해준다. 참고로 1 태아 기형아 검사는 일반적으로 임신 12 차에 실시하는데 이때 5  이내로 검사비용 지원을 받을  있다.


  보건소에서 모든 용무를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많은 일을 했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피곤함을 못 느꼈다. 벌써 아빠의 힘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우리 부부는 서로 앉아서 초음파 사진을 보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간 임신을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생각나면서 살며시 눈가가 촉촉해짐을 느꼈다. 나는 워낙 감수성이 예민 한터라 '나 잘할게'라는 말을 하면서 눈물이 났다. 우리 아내는 그런 나를 안아주었다.


  '참! 우리 빨리 태명 지어야지'. 아내는, '오빠가 잘 지니까 오빠가 지어'라고 말했다. 그래서 생각했던 태명들을 아내에게 쏟아붓기 시작했다. 태명을 짓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우린 그렇게 잠이 들었다.


  6주 차에 아내의 입덧은 5주 차 때보다 더 심해졌다. 아직까지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갑자기 산딸기가 먹고 싶다고 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음식을 한두 입 먹다가 못 먹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는 음식을 다 버릴 수가 없으니 내가 어느 정도 먹어야만 했다. 음식점에 가도 늘 시키던 것처럼 메뉴를 하나씩 주문을 하면 매번 나는 아내의 메뉴 절반 이상까지 내 몫이었다. 몇 번 이와 같은 경우가 되풀이되면서 나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음식을 전적으로 아내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 나의 경우도 너무 많이 먹을 필요가 없어서 살이 찌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는 없었지만 아내와 함께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우리의 사랑이 더욱 견고해진 것 같았다. 아, 너무 행복하다.




남편의 TIP : 아내에게 충성하는 방법

1. 산부인과 및 병원에 무조건 같이 가기 : 병원에 생각보다 혼자 와 있는 임산부들을 볼 수 있다. 보통 부부가 병원에 같이 와 있으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밝은 표정을, 혼자 와 있는 임산부들은 조용히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모습을 나 개인적으로는 보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2. 아내와 대화 많이 하기 : 임산부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우울증이다. 우울증을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대화이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옆에서 수다를 떨어주고 아내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아내의 기분을 업시켜주는데 정말 효과적이다.


3. 아내의 입맛에 내 입맛 맞추기 : 아내가 입덧을 해도 하지 않아도 아내의 식습관에 나는 충성을 다해 존중해야 한다. 생각보다 먹는 것에 서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는 나중에 혼자 따로 먹을지언정 아내와 같이 있을 때에는 꼭 아내의 입맛에 나 자신을 길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4. 임신과 관련된 공부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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