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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Apr 25. 2024

[職四] 직장인이여 꿈을 꾸시라 Ⅰ

직장인의 사계 - 봄 [외부 세미나를 통해 얻은 배움 - 꿈꾸는 삶]

  작년에 우연한 기회가 생겨 '꿈벗'이라는 2박 3일간의 합숙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나'라는 사람을 면밀히 탐색하고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하여 공부할 수 있는, 그런 밀도 높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세미나였습니다. 세미나에 가기 전 아내에게 여차저차해서 주말을 포함한 2박 3일간 세미나를 간다고 했더니,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뭐 하는 세미나인지 묻기에 '꿈을 찾는 과정의 세미나'라고 했더니 정말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40대 중반을 넘은 이 마당에 뭔 놈의 꿈타령이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웃으며 정확히 비웃었습니다. 


  뭐 주변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혹자는 아직도 뭘 하고 싶은지 해야 하는지도 모르냐며 빈정거리기도 하고, 혹자는 그러다 회사 관두는 거 아니냐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우려반 기대반을 안고 떠난 그곳에서 저는 또 한 번 큰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나름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그곳에서는 저는 기존의 저를 철저히 부수고 새로 제가 가진 꿈들을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되었습니다. 대부분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 모였기에 포항 KTX역에서 만났습니다. 처음이라 서먹서먹한 데다 대부분이 여성분들이었던 지라 저는 다소 긴장된 상태로, 그저 묵묵히 함께 식사를 하고 세미나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세미나 장소인 바닷가의 펜션에 집결하여 짐을 풀고 다 같이 모였습니다. 꿈벗 동기들 총 7명과 선생님 2분이 함께하는 3일간의 여정이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각자 준비해 온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나름 심혈을 기울여 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화면에 띄워두고 발표를 하다 보니 영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선생님, 도반들 앞에서 제 얘기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언제라도 눈물이 흐를 듯이 격앙된 감정으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온몸이 뜨거워진 채로, 약간은 열병에 달뜬 상태로 횡설수설하였습니다. 뭐라 얘기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모두들 제 상황이 힘들 것 같다며 동조해 주셨습니다. 아직 뭘 하고 싶고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다소 바보 같아 보이는 그 질문에 그분들은 너무도 진지하게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해 주었습니다. 의아한 편안함이라고나 할까요. 


  제 소개가 끝나고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저는 너무도 평범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왔었던 것 같았습니다. 티브이에서 볼 법한 여러 어려운 환경들에서도 꿋꿋이 이겨내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분들도 있었고, 저보다 어렸지만 훨씬 대견스럽게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역시 사람은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지, 저는 제가 가진 불행이 가장 큰 불행이라 여기며 살았는데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사연을 들어 보니 저는 유도 아니었습니다. 


  온갖 상처만 주는 가족들이나, 아이와의 심한 불화, 믿었던 상사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상처까지 제 모자란 생각이 닿지 못할 것 같은 범주의 일들을 겪었고, 지금도 그 상흔들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보며 '아 내가 호강에 겨워 요강에 빠지는 소리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렇게 첫날의 충격을 안은 채 둘째 날을 맞이하였습니다. 


  둘째 날입니다. 일찌감치 저는 일어나는 편이라 씻고 바닷가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잔잔한 파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왠지 서글픈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침놀이 분명한데 저녁놀 같이 애잔한 느낌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에너지가 느껴져야 할 아침에 어제 들었던 도반들의 이야기 속 아픈 사연들과, 제 어려움을 말했을 때 그 도반들의 진지한 시선이 다시 느껴져 엄숙해졌습니다. 그렇게 '나'를 찾는 두 번째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직업이 맞는지,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종국에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딘지를 정말 치열한 시간을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저도 몰랐던 평상시의 욕망들을 끄집어내어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며 제 속마음 지도를 완성해 나갔습니다. 


  1차로 작성한 초안을 오후에 발표하면서 또 한 번 전율했습니다. 아 하면 어 하는 하루 지났는데도 눈빛으로도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뭐 얼마나 더 열심히 살겠다고 이런 세미나에 까지 왔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미 훌쩍 앞서 있어 보이는 분들인데도 겸손하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걸 보며 감동받았습니다. 


  속세의 미모 기준을 떠나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줍은 미소와 함께 써 내려가는 자신만의 스토리에 우리는 서로 독려해주고, 조언해 주며 그렇게 마지막 밤을 거의 자정이 될 때까지 밝혔습니다. 자신의 10가지 꿈의 풍광을 써 내려가면서, 또 같이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서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참하였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오솔길을 걸으며, 멀지 않은 옆길에서 사부작사부작 발소리를 죽여 그렇게 같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서로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우리가 함께 머물렀던 펜션의 거실은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뜨거운 자기 탐색의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문득 담배가 피고 싶어 졌습니다. 어쩌다 술 먹으면 한 두대 얻어 피우곤 했던 담배가 생각나 허겁지겁 한 대 물었습니다. 펜션 옥상에서 저 멀리 바다를 바라다보며 그렇게 세 대를 연거푸 피웠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어제의 나로 돌아가지 않겠다'라고 말이죠. 그날 밤 이후로 현재 1년이 넘도록 담배를 한 개비도 피우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에게 약속한, 저 한 문장으로 제 삶에서 담배를 떼어 놓았습니다. 도반들의 뜨거운 열기와 에너지에 힘입어 새로운 나로 태어날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갔습니다. 


  마지막 날입니다. 자신의 풍광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풍광이란 10년 후에 이미 다 이루었다고 가정하고 정리해 본 본인의 10가지 꿈입니다. 일찌감치 일어난 저는 펜션 수영장 옆에 있는, 해변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한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노트북으로 제 꿈의 풍경을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기존에 버킷리스트나, 하고 싶은 일들을 틈틈이 정리해 두었기에 작업은 수월했습니다. 그렇게 정제된 제 풍광을 발표하는 데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10년 안에 꼭 이루고자 하는 꿈들이 정리된 그 글들은 제게 마음으로 잉태하고 출산한 제 분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에 있는 일들만은 꼭 해내야겠다는, 그저 버킷리스트가 아닌 그 이상의 삶의 지향점 같은, 제겐 제 삶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란 맘으로 그렇게 토해 냈습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이룬 꿈도 있네요.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벌써 하나 해냈습니다. 두 번째 작업도 이미 사부작사부작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저는 늘 제 10대 풍광을 기준으로 가치판단을 하려 노력합니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든 늘 제 풍광에 따라 선택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이제 돈에 끌려 이직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새로운 저만의 가치에 따라 앞으로의 삶을 끌어가고자 하니 말입니다. 제가 품고 품어 세상에 내놓은 제 10가지 꿈의 모습은 다음 편에 소개해 드려야겠습니다.

 

  그러니 모든 분들이 자신만의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만 해도 짜릿한 꿈을 가슴속 깊이 묻어 놓고 사는 사람은 분명 어디에서건 기회를 찾고 좀 더 행복한 날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여러분 꿈 깨지 마시고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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