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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r 20. 2024

겨울을 보내고 새봄을 부르는 상큼한 맛, 오이 피클

오이값이 착해지길 기다리다 이제 담갔다

 


지난달 설날에 집에 온 며느리가 오이 피클 안 담그냐고 묻는다. 매년 2월 말이면 늘 오이 피클을 담갔다. 겨우내 먹는 김장김치도 조금 싫증이 나고 이제 곧 봄인데 상큼한 맛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나는 새콤달콤한 맛이 생각날 때 오이 피클을 담근다. 며느리를 보내고 설 연휴가 지난 후 잘 가는 식자재 마트에 갔다. 오이가 5개 한 봉지에 7,990원이었다. 즉 오이 다섯 개에 8.000원이다. 오이 피클을 담그려면 오이 25개는 담가야 해서 망설이다가 그냥 왔다. 아무래도 설 명절이 지나면 오이값이 떨어질 거라고 믿었다.     


떨어질 것 같던 오이값은 계속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감기로 고생하게 되어 2주 정도는 거의 외출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제 날씨도 따뜻하고 감기도 거의 나아서 저녁때 운동 삼아 동네 마트에 갔다. 경험상 식자재 마트에는 월요일에 싱싱한 채소가 들어온다. 오늘이 월요일이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갔는데 입구에 있는 오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오늘 하루만 국산 백오이 5개 한 봉지가 3,980원이었다. 설 명절 때보다 반값이었다. 얼른 오이 여섯 봉지를 카트에 담았다. 오이피클에는 파프리카를 넣기 때문에 파프리카를 사러 갔다. 3개 한 봉지에 6,980원이었다. 다행히 한 봉지에 빨강, 주황, 노랑 파프리카가 하나씩 들어있었다. 조금 비싸지만, 오이가 싸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한 봉지를 샀다. 오이도 싱싱하고 크기도 오이피클 담그기에 딱 좋았다. 다른 식자재도 조금 사서 배달을 시켰다. 한 달 동안 벼르다가 이제야 오이피클을 담근다.    


오이피클 만들 때 보통 오이 20~25개로 담근다. 처음에는 양파도 넣어 보고 무도 넣어 보았지만, 생각보다 맛있지 않았다. 골고루 먹을 수 있지만 오래 두고 먹기엔 안 좋았다. 그냥 오이와 파프리카만 넣고 담가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오래 두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빨강 주황 노란 파프리카가 색을 더해주어 먹기 전에 눈부터 즐겁다.     


오이피클 담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이 자르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자른 오이에 피클 주스만 끓여서 부으면 된다. 피클 주스도 레시피 대로 계량하여 팔팔 끓이기만 하면 된다. 오이를 부드러운 1회 용 행주로 조심해서 살살 문질러주며 깨끗하게 씻어서 소쿠리에 받쳐둔다. 물기가 마르면 오이는 물결 칼로 자른다. 물결 칼로 자른 오이는 피클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돈가스집에 가면 주는 그런 피클 같다. 파프리카는 지그재그로 세모 모양으로 자른다.   

  

자른 오이는 커다란 냄비에 담아둔다. 뜨거운 물을 부어야 해서 커다란 유리 용기에 넣어도 되지만 경험상 큰 냄비가 최고다. 식으면 그때 김치통에 옮겨 담으면 된다. 김치통은 플라스틱이라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안 좋을 것 같아 나는 조금 번거로워도 이렇게 한다. 다행히 우리 집에는 32전골냄비가 있다.     

또 다른 큰 냄비에 피클 주스를 끓인다. 가장 중요한 것이 피클 주스 레시피다. 피클 주스에는 물, 식초, 설탕, 소금이 들어간다. 대부분 채소 장아찌를 담글 때는 식초, 설탕, 간장, 물을 일 대 일 대 일로 계량하여 끓여서 붙거나 식혀서 부어주면 된다. 너무 신맛이 싫으면 식초량만 조금 줄이면 된다.     


우리 집 오이피클 주스 레시피     


 오이 20~25개, 파프리카 색깔별로 1개씩
 물 8컵(물 1컵은 머그컵 가득)
 설탕 4컵(종이컵 기준)
 식초 3컵 반(종이컵 기준)
 소금 2스푼(밥숟가락으로 넉넉히)
 월계수 잎 3~5장
 

오이가 20개든 25개든 피클 주스의 양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이가 살짝 잠기면 된다. 피클 주스를 팔팔 끓여서 뜨거울 때 썰어놓은 오이에다 붙고 뚜껑을 닫아둔다. 피클 주스가 끓기 시작하면 조금 달이는 기분으로 1, 2분 정도 더 끓인다. 잠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무 주걱으로 조금 눌러주고 조금 무거운 그릇으로 눌러 주면 오이가 딱 맞게 잠긴다. 잠시 후에 보면 초록 오이가 노란색으로 변한다. 이제 식기를 기다려 김치통에 옮겨 담고 김치냉장고나 냉장고에 2~3일 두었다가 먹으면 봄을 부르는 상큼한 오이 피클이 된다.     

     


오이 피클은 새콤달콤해서 봄을 부른다. 벌써 내 입속에 봄이 찾아왔다. 감기로 떨어졌던 입맛이 돌아올 것 같다. 피자나 치킨과 먹어도 좋지만, 그냥 매일 김치를 먹듯 먹는다. 고기 구워 먹을 때도 생각보다 맛있다. 봄을 부르는 상큼한 맛 오이 피클로 봄을 상큼하게 느끼고 건강도 챙기길 바란다.   

            

유 세프 요리 교과서 '오이 피클' 편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요리를 자주 하게 되어 요리 글을 자주 올리게 됩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드는 요리라서 꼭 레시피북을 보고 만듭니다. 이번에도 만들면서 레시피를 다시 작성해 보았어요. 만들 때마다 레시피북을 조금씩 보완하게 됩니다. 조금 많은 것 같지만, 두 며느리 줄 것은 따로 통에 담아두고, 매끼마다 먹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먹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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