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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Mar 27. 2024

해외에서 회사 다녀도 우울해요.


출근하기 싫어 병

번아웃인지 무기력증인지 그냥 일하기 싫어 병인지 한 단어로 형용하기 힘든 그 어떤 고질병을 심하게 앓고 있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다 했는데도 한참을 소파에 앉아서 멍 때린다. 7시 45분에는 집에서 나가야 회사에 8시 정각에 도착한다. 그렇게 7시 44분까지 버티다가 이대로 그냥 무단결석을 해 버릴까 고민하다가 악! 소리 지르며 집 밖으로 나선다. 출근을 하는 일조차 나에게는 매우 힘든 결심을 하고 실행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왜 출근을 하는 것이 싫고 회사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지 생각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언어가 혐오스러워졌다.


회사에서 팀원들이랑 외국어로 업무 소통을 한다. 모국어인 한국어로 일을 해도 피곤한데 외국어를 쓰니까 피로감이 2배다. 내가 원하는 의도를 100%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상대가 말하는 외국어를 해석하는데 완전히 이해가 안 되면 답답하다. 또 팀에서 나 혼자 한국인이라서 그들끼리 그들의 언어로 업무 얘기를 하면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게 뭔지 물어본다.


그럼 또 설명을 듣고 혹시나 내가 언어를 이해 못 해서 놓치는 게 있으면 안 되니까 늘 긴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업무 얘기가 아니라 업무 외적으로 수다를 떨 때는 아예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예전에는 같이 수다도 떨었는데 이제 나에게 이 외국어가 소음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하는 것에 흥미를 잃어서 이제 일하면서 쓰는 이 언어에 대한 사랑도 식어버린 것이다. 한 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이 언어로 나오는 드라마를 보며 강의 들으러 가는 준비를 하고 수업을 듣고 눈 떠 있는 시간에는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려고 단어 노트를 가지고 다녔는데 이제는 이 외국어가 듣기 싫고 쓰기 싫고 보는 것조차 싫어져버렸다.


다른 팀원들과는 영어로 소통한다. 이 말은 나는 하루에 영어, 그 언어, 한국어를 말하고 쓰고 듣고 머리로 생각한다. 이렇게 외국어를 사용하는 일은 엄청난 피로가 생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는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다.


외국어를 말할 때 말이 길지 않다. 딱 사실만 말하니까. 하지만 한국어로는 이래서 저래서 이랬다며 부연설명도 하고 해결되지 않은 일에 대한 나의 답답한 속사정도 이야기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그걸 못하고 사니까 회사에 가기 싫다.


업무 하면서 문서도 보는데 아직 이 나라의 언어는 잘 몰라서 너무 힘들고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답답하다.

근데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도 한국인들이랑 한국어를 쓰면서 일해도 말귀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었던걸 보면 소통이라는 건 정말 언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고 소통의 방식인 것 같다. 그럼 나는 업무 소통을 잘못된 방식으로 하고 있는 걸까.


언어는 그렇다 쳐도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도 마음에 안 들고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고 꼬여가는 일들도 답답하다.



​다시 선택할 기회가 생긴다면

만약 나에게 다시 선택할 기회가 생긴다면 전 회사에서 죽는 일이 있어도 이 회사는 안 왔을 선택을 하고 싶다. 전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이 회사로 이직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이미 일어나 버린 일, 일어나지 않았지만 걱정되는 불안함.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그로 인한 결과들에 대해 인정하자. 생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과 겪어봐야 답이 되어 깨닫는 질문들, 이해할 수 없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인생을 살면 끊임없이 고통받아야 한다. 그런 게 삶이다.

선택의 결과를 안다면 모든 사람이 후회 없는 선택을 하겠지. 이 삶은 왜 늘 선택이 후회스러울까. 회사만 다니면 나는 우울하다. 그냥 회사다운 회사, 기본을 하는 회사를 다니는 게 어려운 일일까? 어떻게 이렇게 다니는 회사마다 놀랍지?


모든 상황이 스트레스다. 회사에서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숨이 막힌다. 멍 때리면서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에 앉아있는지 생각한다. 웃지도 않고 말을 하지도 않고 영혼이 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앉아있는다. 고슴도치처럼 날카로운 가시를 뻗고 있다. 어쩌다 나는 이렇게 됐을까.

예민하게 반응해서 타인에게 상처주는 내가 싫다.

어쩌다 내 감정은 이렇게 물에 젖은 종이처럼 흐물흐물 줏대가 없어졌을까. 감정을 가리지 못하고 얼굴에 대놓고 ’나 지금 기분 안 좋아‘ 티를 내고 살고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말라는 말이 있다던데 어떻게 기분이 안 좋은데 좋은 척을 할 수 있어요?


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은 꽤 견디기 힘든 감정 같다.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회사에 갇혀있는 삶, 이대로 괜찮은가.



더 생생한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만나요.


유럽거주 3년차&해외취업 N번 째! 인생을 대하는 태도 : 라다야,유럽에 살아서 부럽다의 내 대답은...


https://youtu.be/fabuAVp6AWI?si=KuckR_VFeAfU4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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