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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Apr 05. 2024

아줌마들이여, 달려라!

거북 맘의 갱년기 극복

새벽 4시 30분, 휴대폰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자, 마치 울려서는 안 됐던 듯 화들짝 놀라 얼른 꺼 버린다.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당장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느냐, 아니면 적당히 스스로 핑곗거리를 찾아 정당화하며 다시 잠을 청하느냐...

경험상, 이런 경우, 머릿속으로 이 생각 저 생각 많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밖으로 나갈 확률이 적어진다.

'나는 좀비다, 난 아무 생각이 없다.' 거의 이 수준이 되어 무의식적으로, 자동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꾸물대지 말고 현관문을 열고 나서야 한다.

거기까지 성공했다면 이젠 걱정할 게 없다. 가장 어렵고 고비를 넘겼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무조건 나와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이 루틴이 나의 습관이 되고 그게 쌓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벌써 4년 가까이 몸에 베인 이런 아침 스케줄은 나의 몸과 마음, 성격 등 정말 많은 것을 긍정적으로 바꿔 놓았다.


평일엔 보통 새벽 4시 30분쯤 일어나서 5km 이상 10km 미만의 거리를 조깅 페이스로 편하게 달리는 편이다.

오늘 아침은 숨차지 않게 편한 속도로 8km를 달리고 들어왔다.

세상 편한 속도로 조깅...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러닝이다.


코스는 주로 집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 산책로나 집 근처 트랙을 선호한다. 한 시간 남짓의 조깅 시간 외에, 왔다 갔다 하는 이동 시간이 너무 길면 바쁜 아침 시간이 꼬여 버리기 때문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검은 새벽 바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말엔, 평일에 가지 못했던 다양한 코스를 찾아 20킬로 이상의 장거리 러닝을 하거나, 언덕이 많은 북쪽 지역에서 두세 시간 정도 땀에 푹 절어서 헐떡 거리며 언덕 훈련을 하기도 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보통 일주일에 5일 정도를 러닝에 투자하고 있고 이 루틴은 4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침 6시 30분이 조금 못되는데, 그때부터 또 다른 아침 스케줄이 시작된다.

씻고, 간단하게 집안 청소하고, 아이들 깨워 학교 갈 준비시키고, 아침 식사와 점심 도시락까지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아이들을 학교에 시간 맞춰 데려다주고 나면 드디어 조금 숨 돌릴 시간이 생기는데, 장도 보고,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다 보면 오전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새벽 4시 30분 기상해 뜀박질로 하루를 시작하면...

어둠이 걷히고 밝아오는 여명을 맞는 기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이미 날이 밝고 해가 중천에 떠 버린 이후에만 활동하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희열이다.

천국의 조깅 코스


하루의 시작을 허둥지둥 눈곱 떼고 하품하며 힘들게 일어나 정신없이 동동 거리는 대신, 뜀박질로 인해 심장 박동이 올라가고 혈류가 빨라지는 것을 땀에 흠뻑 젖은 온몸으로 느끼며 건강하고 활기차게 시작하면, 내 몸 구석구석에 파워 에너지가 풀 충전 되는 기분이 든다.

아침을 일찌감치 운동으로 시작했으니,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도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물론, 밤에 잠도 잘 잔다. 상당히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던 과거의 나는 이제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감기 몸살 같은 자잘한(?) 잔병치레는 뜀박질을 시작한 이후부터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고, 중년 여성들의 최대 스트레스인 뱃살에 대한 걱정은... 재수 없게 들리겠지만 내겐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갱년기 증상들은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이니 피할 수 없겠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해도 그럭저럭 잘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역시, 뜀박질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우울증, 상실감, 무기력증,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의 기복 등은,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이라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겪어내야 하는 또 다른 갱년기 증상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뜀박질로 극복 가능한 것들이다. 이미 의학적으로도 검증된 바 있지만, 직접 경험하기 전 까지는 나도 반신반의했었다.

새벽이든, 아침이든 아니면 한 밤중 이든... 당신이 편한 시간 아무 때, 아무 장소라도 좋으니 일단 뜀박질을 시작해 보라고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뜀박질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며, 엘리트 선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빨라야 할 필요도 없고 멀리, 오래 달릴 필요도 없다.

저게 과연 걷는 것인가 뛰는 것인가 싶게, 그렇게 천천히 달려도 좋다.


중요한 건,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닥치고 달리라는 것이다.

달리는 행위가, 그 루틴이 당신 일상의 습관이 될 때까지... 일단 시작하고 그저 묵묵히 실천해 보시라.

그 습관이 일상에 자리 잡은 지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지나고 하다 보면, 스스로 깊은 깨달음과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아줌마들이여, 지금 당장 소파와 한 몸이 되어 텔레비전 막장 드라마 보던 것을 멈추고 운동화 끈을 묶으시라!

아무리 노력해도 뱃살이 안 빠진다고 푸념하고 좌절하지만 말고 운동화를 신고 당장 밖으로 나가시라!

나가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더라도 30분을 채우고 일단 한 달을 목표로 밀고 나가시라!

막연하게 혼자서 하다 보면, 심심하거나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다.

요즘 동기 부여 해 주는 좋은 러닝 어플도 많고 재미난 프로그램도 많다. 핸드폰에 다운 받아서 본인 기록도 매일 체크하고 팔로워도 만들어서 교류도 해보자.

그러다가 몇 달이 지나 뜀박질이 어느 정도 몸에 적응되면, 지역에서 열리는 5km 레이스에 재미 삼아 참가도 해보자.

의외로 이 방법이 뜀박질의 매력에 빠지게 해 주는 계기가 된다.


어쨌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줌마들이여, 나가서 달려라!

일단, 달려보면 안다. 왜 그렇게 달리라고 지롤했는지를 말이다.


내일은 토요일.

자그마한 물통 하나 챙겨서, 언덕이나 실컷 달리고 와야겠다.

달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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